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시리즈 37권. 데뷔작 <내가 사는 이유>로 마이클 프린츠 상을 수상한 이래 카네기 메달, 가디언 상, 독일 청소년문학상, 룩스 상 등 주요 청소년문학상을 잇따라 석권하며 “영국 청소년소설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멕 로소프의 작품이다. 2014년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청소년문학 부문), 뉴욕타임스, 가디언 2013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아빠 친구를 찾아 뉴욕으로 떠난 열두 살 소녀 밀라와 아빠 길의 여정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인간관계의 의미는 무엇인지 차분히 곱씹게 한다. 데뷔 이래 줄곧 청소년문학과 성인문학의 경계를 무너뜨리려고 노력해온 작가의 필력은 이 소설에서 한결 정제되고 원숙해져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다.
또한 실종자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기에 제격이다. 특히 청소년문학은 유치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독자들에겐 놀라운 독서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데뷔작 『내가 사는 이유』로 마이클 프린츠 상을 수상한 이래 카네기 메달, 가디언 상, 독일 청소년문학상, 룩스 상 등 주요 청소년문학상을 잇따라 석권하며 “영국 청소년소설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멕 로소프의 신작. 어느 날 갑자기 실종된 아빠 친구를 찾아 뉴욕으로 떠난 열두 살 소녀 밀라와 아빠 길의 여정을 통해, 어른이 된다는 것 그리고 진정한 인간관계의 의미는 무엇인지 차분히 곱씹게 한다.
“청소년문학이 도달할 수 있는 또 다른 경지를 보여준다”는 찬사 속에 2014년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청소년문학 부문), 뉴욕타임스.가디언 2013 올해의 책에 선정되었다.
할아버지가 키우던 개의 이름을 물려받은 밀라는, 그래서인지 개에 버금가는 후각과 남다른 인지력, 기억력을 지녔다. 사람들의 표정을 포착하고, 그 밑의 감정을 읽고, 보고 들은 것을 짜 맞추는 데 천부적인 재주가 있다. 열두 살답지 않게 조숙하고 영민하지만, 단짝친구와 국제 스파이 놀이에 열중할 만큼 엉뚱한 면도 있다.
밀라는 부활절 방학 동안 아빠 길과 함께 미국 뉴욕에 사는 아빠 친구 매튜의 집에 놀러 가기로 한다. 매튜는 젊은 시절 길과 함께 알프스 등반에 나섰다가 눈사태로 고립되었을 때 동사 직전의 길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구해낸 생명의 은인이기도 하다.
그런데 길과 밀라가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 매튜의 아내 수잔으로부터 매튜가 집을 나갔다는 연락을 받는다. 영국에서 오랜 친구가 오기로 돼 있는데 집을 나가? 그것도 대학교수가 학기 중에 갑자기? 수잔의 요청으로 길과 밀라는 어쨌거나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부활절 휴가 여행이 졸지에 실종된 아빠 친구 찾기 여행이 돼버렸다.
매튜의 집에 도착한 순간부터 밀라는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다. 아직은 이해되지 않고 연결되지 않는 단서들. 매튜는 아내와 갓난 아들과 애견 허니를 놔두고 돌연 집을 나갔다. 그런데도 아내 수잔은 너무나 침착하다. 남편을 사랑하는 것 같지도 않다. 늙은 개 허니만 슬픔에 잠겨 매튜를 기다린다. 허니는 수잔을 따르지 않고, 수잔도 허니를 싫어한다. 매튜도 수잔도 담배를 피우지 않는데 집에서는 담배 냄새가 난다. 수잔에게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다. 원래 매튜와 수잔에겐 살아 있다면 열다섯 살이었을 오언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오언은 3년 전 교통사고로 죽었다.
길과 밀라는 허니를 데리고 캐나다 접경 산속에 있는 매튜의 산장으로 떠난다. 매튜가 산장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4월의 때 아닌 폭설을 뚫고 산장으로 가는 동안, 밀라는 아빠와의 대화에서 매튜의 비밀을 조금씩 알아간다. 매튜와 아빠가 젊은 날 동시에 사랑한 여자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오언이 어떻게 죽었는지, 그로 인해 매튜의 삶이 어떻게 망가지기 시작했는지.
길과 밀라는 고생 끝에 산장에 도착하지만 뜻밖의 인물이 그들을 맞이한다. 매튜는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살아 있기나 한 것일까?
매튜의 실종에 관한 진실의 조각들이 하나하나 맞춰지면서 밀라가 보게 된 것은, 자신을 지켜줄 걸로 믿었던 어른들의 한없이 약하고 한없이 비겁한 모습이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한 조각으로 걸어 다니지만, 알고 보면 수없이 금가 있고 깨져 있는 사람들. 허술한 사람들.
3년 전 자신의 잘못으로 아들을 잃은 매튜,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자와의 불륜으로 아들을 얻고 그들을 아내 몰래 자신의 산장에 살게 한 매튜, 자신이 만든 지옥에 갇혀 몸부림치다 가족마저 버리고 홀로 떠나버린 매튜.
어른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그리도 뻔뻔하고 무책임할 수가 있지? 밀라는 그런 그의 행태에 분개한다. 하지만 서서히 그 뒤에 어른거리는, 어른들이 아이에게 말해주지 않는, 숨기고 싶어 하는 인생의 비밀을 깨달아간다. 어른들 역시 결국 혼자서는 외롭고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 4월에 내리는 눈처럼 알 수 없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그래도 너무 슬퍼하지는 말라고 작가는 위로한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돌봐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그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는 것이라고. 우리는 늘 인간관계 때문에 상처받고 고통스러워하지만, 바로 그 인간관계가 우리를 구원하기도 하는 법이라고.
우리는 옷감처럼 모두가 하나로 엮여 있다. 우리가 좋든 싫든 우리는 서로를 지탱하고 있다. (…중략…) 나는 길에게 기댄다. 우리가 얼마나 단단히 묶여 있는지 아니까. 좋을 때나 나쁠 때나. 지금 당장은, 우리가 함께하지 못할 나중에 대한 생각은 잊기로 한다. 마리에카의 말이 맞다. 길을 잘 부탁한다는 말. 길과 나는 살아 있는 한 서로를 보살필 거다. 그리고 마리에카가 우리 둘을 보살펴줄 거다. 각기 능력껏 서로를 보살필 거다. 나라고 늘 행복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어쩌면, 운이 좋으면, 세상에 고통을 추가하는 일만은 피해 갈 수 있을지 모른다. (본문 246-247쪽에서)
무책임할 정도로 허약하고 허술한 어른들의 세계라니, 청소년문학에서 다루기엔 너무 부담스러운 주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데뷔 이래 줄곧 청소년문학과 성인문학의 경계를 무너뜨리려고 노력해온 작가의 필력은 이 소설에서 한결 정제되고 원숙해져 절정에 다다른 느낌이다. 또한 실종자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생각보다 훨씬 흥미진진하게 읽힌다.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고 생각을 나누기에 제격이다. 특히 청소년문학은 유치하다는 선입견을 가진 독자들에겐 놀라운 독서 체험을 선사할 것이다.
폭설이 몰아치는 몽환적인 북미대륙을 배경으로 독자의 가슴을 직격하는 인생 성찰의 돌직구를 만끽하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