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티스트 노석미의 따끈따끈한 그림책
막 구운 빵처럼 맛깔스러운 그림
단조로운 형태와 과감한 색의 조합이 주는 생소한 매력
넓은 판형 위에 밀가루 반죽과 반죽을 주무르는 고양이의 손만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노석미 작가의 그림은 단순히 ‘예쁘다’ 혹은 ‘아름답다’라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작가 특유의 개성으로부터 나오는 시원시원하고 톡톡 튀는 매력이 있다는 점이다. 사실적이고 섬세한 그림에 익숙한 독자라면 작가의 그림체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마치 지렁이빵이 생소한 것처럼 말이다.
그림의 구도나 형태는 간결하고 단순하다. 첫 장면부터 배경도 없이 앞치마를 두른 고양이만이 등장한다. 다른 장면도 마찬가지다. 반죽을 하고 빵의 모양을 만드는 장면에서는 손과 반죽이 등장할 뿐이다. 이렇게 극도로 단순한 구성과 묘사를 최소화하여 그린 그림을 볼 때, 독자는 그림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오로지 꼭 보여줘야 할 것, 작가가 보고자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 장면, 한 장면에 집중한 채 쉽게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것이다. 똑같은 구도의 그림이 몇 장씩 이어지더라도 전혀 이상하거나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러한 그림체는 색이 더해졌을 때, 더욱 경쾌한 에너지를 낸다. 선명한 노란색과 글자를 감싸는 빨간색을 기본으로 작가는 색을 풍성하게 사용한다. 원색에 가까운 분홍과 주황, 초록, 파랑 등 다양한 색의 조합이 과감하면서도 강렬하다. 특히 빵이 노릇노릇 구워지면서 내는 ‘예쁜 갈색’의 색 표현은 정말 맛깔스럽다. 각각의 색은 서로 대비 되면서도 놀랍도록 잘 어우러지며 때로는 조화롭게, 때로는 안정감 있게 그림의 균형을 잡는다.
“빵을 만들 거예요.”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빵 만드는 이야기
그림처럼 이야기 또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그래서 즐겁다. “빵을 만들 거예요.”라는 말처럼 이 책은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빵을 만드는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 독자들, 특히 어린 아이들은 직접 따라서 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밀가루 반죽을 만들고 원하는 모양의 빵을 만드는 일은 무척 즐거운 일이면서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꼭 크루아상처럼 멋지고 만들기 어려운 모양의 빵일 필요는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소라빵처럼 친숙한 모양도 좋지만 우주선빵, 유령빵 등 나만의 빵을 만드는 일은 훨씬 재미있을 것이다. 게다가 친구가 좋아하는 지렁이빵이라니, 길쭉한 물체만 보아도 꾸물꾸물 지렁이부터 떠올리는 아이들에게 이보다 즐거운 빵 만들기는 없을 것이다.
요리사 모자를 쓰고 앞치마를 두른 모습으로 나타난 고양이의 등장 또한 재미있다. 밀가루에 꼭 필요한 재료만을 넣어 팔을 걷어붙이고 뭉툭한 손으로 반죽을 하는 모습이 꼭 주먹으로 반죽을 꾹꾹 눌러대는 아이들의 모습 같기도 하다. 그림책을 읽으며 아이들과 함께 반죽놀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어떤 모양의 빵이라도 좋다. 주물주물, 원하는 빵 모양을 직접 만들어 보고 예쁜 갈색이 날 때까지 구워 보자. 상상만으로도 벌써부터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빵 냄새가 풍기는 것 같아 즐거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