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청소년 문학 시리즈 4권. 소년원에 수감된 아이들의 절망과 희망을 그린 소설로,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저자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상처를 들여다보려 애썼다.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취재하며 공들여 쓴 이 작품은 그 오랜 결과물이자 진정성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준과 수경은 바로 지금, 여기의 대한민국 청소년을 대표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날카롭게 우리 사회의 폐부를 찌른다. 어리고 미숙하기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들을 감싸 안고 포용하며 올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대신 철저히 외면했던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정과 학교, 우리 사회가 무관심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 이들을 ‘문제아’라 낙인찍고, 제도권 바깥으로 밀어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차별과 냉소적인 시선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추천사
경계선에 선 아이들 | 강유정 (문학평론가)
1 아지트의 새벽
2 얼룩 고양이의 죽음
3 안개
4 은빛 팔찌
5 회색 담벼락
6 바람 빠진 꿈
7 엄마의 믿음
8 기다림
9 노란 신호등
10 외나무다리
11 간이 정거장
12 은밀한 거래
13 우리의 수칙
14 푸른 꿈
15 털보 선생
16 붉은 꽃잎
17 공동 작업
18 독거미 클라미디아
19 가시엉겅퀴
작가의 말 | 개정판을 내며
비 맞은 참새처럼 전봇대 밑에서 떨고 있던 아이
학교는 회색 벽돌집이었고,
그곳은 분홍 벽돌집이자 희망 정거장이었다!
“문제아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학교는 회색 벽돌집이었고,
그곳은 분홍 벽돌집이자 희망 정거장이었다!
소년원에 수감된 아이들의 절망과 희망을 그린 소설 『분홍 벽돌집』에는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현실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준과 수경은 바로 지금, 여기의 대한민국 청소년을 대표한다. 이들의 이야기는 날카롭게 우리 사회의 폐부를 찌른다. 어리고 미숙하기에 저지를 수 있는 실수들을 감싸 안고 포용하며 올바른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돕는 대신 철저히 외면했던 우리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정과 학교, 우리 사회가 무관심과 편견으로 똘똘 뭉쳐 이들을 ‘문제아’라 낙인찍고, 제도권 바깥으로 밀어내는 동안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차별과 냉소적인 시선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할 수밖에 없었는지 생각해 보게 한다.
“우리는 찔리면 안 되는 가시엉겅퀴일까?”
어른들이 만든 잿빛 세계에서 버림받았지만,
여리고 미숙한 서로를 보듬으며 힘겹게 자기 길을 찾아 나선 준과 수경의 이야기
프리랜서 작가인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가는 ‘준’은 ‘웅’에 의해 강제로 일진회에 가입한 후, 학교에서 문제아로 낙인찍힌다. 웅은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준을 괴롭히지만, 준은 벗어날 방도를 알지 못한다. 일진회 멤버라는 사실과 미혼모 가정에서 자랐다는 것을 들어 평소 준에게 모욕을 주던 담임 ‘똥통’ 선생에 의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자퇴서를 쓰게 된 준. 어머니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 나머지 웅을 따라 거리를 떠돌게 된다. 그러던 중 노숙자를 심하게 폭행하던 웅에게 이끌려 준도 그 일에 가담하고, 노숙자가 애지중지하던 MP3까지 훔쳐 달아나다 현장에서 체포된다. 그러나 오랜 기간 웅에게 끌려 다니며 협박을 당한 준은 웅의 고의적인 거짓자백에 동조하고, 재판에서 준은 결국 웅 대신 주범으로 몰려 소년원에 가게 된다.
칠공주파의 일원으로 그 둘과 알고 지내던 수경은 공부는 못하지만 예쁜 얼굴과 늘씬한 몸매로 모델을 꿈꾼다. 하지만 백수인 아버지와 시장에서 반찬 장수를 하는 어머니는 모델 학원에 보내달라는 수경의 간곡한 부탁에도 가난한 살림을 이유로 면박을 주기 일쑤. 공부 잘하는 언니와 비교 당하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던 수경은 길거리 캐스팅을 빌미로 접근해오던 남자에게 사기를 당하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알바를 나간다. 그 알바는 다름 아닌 원조교제. 결국 현장에서 잡힌 수경 역시 성매매 혐의로 소년원에 가게 되지만, 어떻게든 준을 빼내려는 준의 어머니와 달리, 수경의 부모님은 수경을 없는 사람으로 취급한다.
감별소라 불리는 곳에서 호된 감옥 생활을 겪은 준과 수경은 ‘안양 예술 소년원’에 가게 되면서 재회한다. 원생들을 문제아 취급하며 사람으로 보지 않던 일반 학교가 차갑고 우울한 ‘회색 벽돌집’이라면, 이곳은 다른 세상이었다. 분홍 벽돌로 지어진 이곳은 ‘분홍 벽돌집’이라 불리며, 예술 교육을 통해 원생들을 교화시키는 곳이었던 것. 이곳에서 털보 선생이 강의하는 영상반을 수강하게 된 둘은 수업을 들으며 지난날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깊이 고민하게 된다.
원생들과 가까워지면서 어른들로부터는 느낄 수 없었던 위안과 이해를 찾은 준과 수경. 이들은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았다고 기뻐하며, 수경의 닉네임인 ‘가시엉겅퀴’라는 아이템을 내세워 영상반 팀원들과 함께 청소년 영화제에 출품할 작품을 준비한다. 그와 동시에 준과 수경 사이에 풋풋한 기류가 감돌고 서로에 대한 감정을 확인하려던 찰나, 수경은 아랫배에 심한 통증을 느낀다. 그리고 그 고통은 나날이 더해져만 가는데…….
“이 땅의 아프고 소외된 사람들에게 따뜻한 손수건이 되어 줄 글을 쓰고 싶다”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 인정받은 박경희 작가의 첫 장편소설
‘오늘의 청소년 문학’으로 다시 태어나다
“내 아들과 같이 질풍노도의 길을 걷는 청소년들이 의외로 많았다. 발품을 팔아서라도 그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 그 절절한 마음으로 소설의 집을 짓기 시작했다. 이 땅의 흔들리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잉태하는 ‘분홍 벽돌집’이 존재하길 빌었다. 그곳이 감옥이 아닌 학교이길 내심 바라며.”
― 「작가의 말: 비 맞은 참새처럼 전봇대 밑에서 떨고 있던 아이」 중에서
“이 책의 첫 독자로서 단숨에 읽었다. 작가가 가슴으로 쓴 글이라는 것을 알기에 더욱 공감이 갔다. 문제아 혹은 비행 청소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에게도 저마다의 슬픔이 있고 사연이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박경희 작가는 이 땅의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을 따스한 시선으로 그렸다. 그래서 무거운 주제임에도 희망이 보인다. 청소년뿐 아니라 부모님들에게도 꼭 추천하고픈 소설이다.”
- 김혜자(배우)
작가의 시선에 따르자면 우리가 애착을 가지고 보살펴야 할 존재들은 바로 준이나 수경처럼 경계선에 선 아이들이다. 시선의 확대, 결국 작가가 『분홍 벽돌집』을 통해 전하고픈 이야기는 바로 이 말로 정리된다. 이 전언은 청소년을 단순히 새로 태어난 독자로 한정 짓지 않는, 작가의 사려 깊은 태도를 반영한다. 『분홍 벽돌집』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 강유정(문학평론가)
지금도 수많은 청소년들이 질풍노도의 시기에 파도타기를 하듯, 때로는 폭주족으로, 때로는 삐끼로, 때로는 유흥업소 주변에는 방황하고 있다. ‘아웃사이더’로 배제된 이 아이들이 ‘열외 인간’ 취급을 받는 것은 오늘내일의 일이 아니다. 어쩌면 그 아이들 역시 자신의 존재가 세상에서 부정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반항하고 엇나가는 것은 아닐까.
저자인 박경희 작가는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그들의 겉모습이 아닌 내면을 상처를 들여다보려 애썼다.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취재하며 공들여 쓴 이 작품은 그 오랜 결과물이자 진정성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청소년들이 거리를 배회하며 방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책상이 아닌 위험한 밤거리로 내몰았을까? 왜 그들은 몰려다니며 싸움을 벌이고, 물건을 훔치고, 성매매를 하다 소년원에까지 가게 된 것일까? 그런 일을 어떻게 저지를 수 있는지 그들을 비난하고 꾸짖기보다는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는지 소설 속 주인공인 준과 수경의 모습을 통해 잘 보여준다. 그를 통해 그들의 방황이 우리의 관심이 부족한 탓은 아닐는지 작가는 넌지시 되묻는다.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 수작
자퇴서를 내고 학교를 나오며 준은 마지막으로 학교를 돌아본다. ‘내 집처럼 즐거운 학교’라는 플래카드가 무색하게, 교실도, 강당도, 담벼락도 온통 잿빛인 학교는 문제아로 찍힌 준에게 감옥이나 다름없었다. 구타에 못 이겨 원치 않게 일진회에 가입했지만, 그러한 사정은 들으려도 않고 문제아로 낙인찍어 매타작을 일삼는 담임 ‘똥통’. 잦은 구타와 더불어 미혼모 가정에서 자란 준에게 ‘근본도 없는 놈’, ‘애비 없는 놈’이라는 모욕을 일삼던 ‘똥통’은 심지어 준의 어머니 앞에서도 준에 대한 매질을 거두지 않는다. 결국 분을 못 이기지 못한 준은 똥통에 의해 반강제로 자퇴서를 쓰게 되지만, 그 어떤 선생님도 준의 사정을 알려고 하거나 붙잡지 않는다.
수경의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모델이 되고 싶어 하는 수경의 꿈을 이용해 기획사를 사칭하며 사기를 친 남자, 돈을 빌려주곤 원조교제를 알선한 카페지기, 수경과 원조교제를 하면서도 ‘청정 지역’을 운운하며, ‘노란 장갑’도 끼지 않고 관계를 요구한 나이 지긋한 ‘손님’, 수경에게 모욕적인 시선과 언사를 던지던 형사, 좋은 평가서를 써 준다는 조건으로 ‘거래’를 제안하며 강제로 욕정을 취하려 했던 감별소 상담사, 아픈 배를 움켜쥐고 불안해하는 수경에게 병명을 설명을 해주기는커녕 답답해하며 꾸짖기만 했던 여의사,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수경 혼자 감내할 수밖에 없도록 면회 한 번 오지 않고 철저히 외면한 수경의 부모님…….
준과 수경이 걸어온 길을 들추어 보면, ‘분홍 벽돌집’에서 만난 ‘털보 선생’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어른도 그들과 눈 맞추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 아이들을 그저 ‘문제아’라 낙인찍고, 멸시와 냉대를 거두지 않았던 어른들, 심지어 이를 이용하려 했던 어른들까지. 아이들은 가정과 학교, 사회에서 누구의 이해도 받지 못한 채 방황하다 수감되어 모든 고통과 외로움을 감내한다. 준과 수경은 이 시대의 자화상이자, 우리가 낳은 희생양이 아닐까.
소년원에 수감되어 자기 길을 찾기까지
노란 신호등 아래 선, 지금 여기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
소설 속에 등장하는 ‘분홍 벽돌집’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이다. 분홍색 벽돌로 지어져 그렇게 불리는 ‘안양 예술 소년원’은 아이들에게 폭력적인 방법으로 교화를 강요하는 대신, 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 희망을 품도록 유도한다. 또 자격증 대신 검정고시 공부를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한다. 실질적으로는 ‘감옥’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가정이나 학교, 사회 대신 청소년들에게 꿈과 용기를 불어넣는 곳이다.
준과 수경은 역시 이곳에 수감되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털보 선생’이 진행하는 영상반 수업은 스스로 자기 자신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닉네임을 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털보 선생은 영화 「죽은 시인들의 사회」에서 존 키팅 선생님을 생각나게 하는 인물이다. 편견 없는 시선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며, 기꺼이 멘토가 되어 준 털보 선생 덕분에 아이들은 자기 길을 찾아 나선다.
밤거리를 배회하던 시절, 준과 수경은 서로의 속내나 감정을 드러내 보일 기회가 없었지만, ‘분홍 벽돌집’에서는 수업을 함께 듣고 꿈을 공유하며 서로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자신에게 씌워진 ‘문제아’라는 낙인을 벗어버리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담긴 ‘가시엉겅퀴’ 영화로 청소년영화제에 작품을 출품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은, 마치 가시에 찔릴까 두려워 가까이하기 꺼려지던 가시엉겅퀴가 누구나 좋아하는 하얀 백합으로 피어나는 순간을 보여주는 듯하다.
만약, 이들에게 가정이, 학교가, 사회가 ‘회색 벽돌집’이 아닌 ‘분홍 벽돌집’이 되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준과 수경으로 대변되는 우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이들에게 위선적인 교훈이나 거짓 화해가 아닌, 진정한 희망과 가능성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는지 고민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