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이름을 얻으면서 살아간다. 그 이름이 어떤 이름이 되든지 그 사람의 삶을 이끌어 간다. 이처럼 이름이란 그 사람의 삶을 잘 규정하고 있는 말이다. 이름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성격이 결정되고 고착화된다. 사람이 이름을 얻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는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사실이다. 이 책도 이름으로 정해진 삶을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느끼고 깨달은 삶을 그려낸다. 사람의 삶이 어떤 삶이든지 감내하면서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읽었다.
여성으로 태어나서 엄마라는 다른 이름을 얻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다. 아기를 가지게 되고 아기가 세상에 나오면서 여성들은 엄마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인간에게 가장 친근하고 포근한 말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어떤 삶을 살게 하는가? 아이와 어떤 관계가 이루어져 나가는가? 왜 그 이름이 그렇게 많은 구속을 하는가? 등 엄마라는 이름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삶을 표현해 나간다. 거기에 그림을 덧붙여 표현해 나간다. 무척이나 매력적인 책이다. 내용이 심플하고 따뜻하며 쉽게 마음에 들어온다. 그림도 상큼하다. 너무나 가까운 이름이 가지는 의미를 일깨우고 있으니까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 같다.
이 책은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보내는 그림 에세이다.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엄마라는 이름이 가지는 귀한 가치, 엄마라는 이름이 만드는 아름다운 세계, 엄마라는 이름이 인식해야 하는 아이와의 관계, 엄마라는 이름이 만드는 숱한 이야기 등을 책은 생각해 보게 한다. 소유와 집착이 엄마라는 이름이 가지는 바른 길이 아님을 자신의 원래 이름을 상기하면서 깨닫는 이야기는 개연성을 생각하게 한다. 자식이라고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 않다. 사람은 각기 자신의 길이 있는 것이다 아이도 마찬가지다. 엄마가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지켜줘야 하는 존재다. 그런 깨달음은 서로의 이해를 동반하게 되고 아름다운 관계를 만들어간다. 이 깨달음은 이 책이 가지는 미덕이다.
처음 어머니라는 이름이 붙여졌을 때 무척이나 어색했다고 말한다. 모든 게 낯설고 바쁘게 만들었다고 한다. 자신을 변하게 하고 혼자 있는 시간이 줄어들게 했다고 한다. 또한 말하는 시간이 늘었고, 새로운 이름에 익숙해질수록 본인의 이름은 작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아기가 있어 행복했고, 아기가 자랄수록 마음도 자랐다고 고백한다. 아이의 열정에 기뻤고 슬픔에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엄마라는 이름을 가지고 나서 간절히 기도하는 법과 기다리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그가 전부가 되어버린 시간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풀리지 않는 매듭이 생겼다고 한다, 그 상처가 덧나 아이는 숨어 버렸고 오랜 시간이 서로의 긴장이 풀리지 않은 채 흘러갔다고 한다. 그러다 문득 잊고 있었던 이름이 생각나고 그것이 엄마가 아닌 여인의 손을 잡아 주었다고 한다. 그것은 개인적인 능력을 일깨우는 일이었다.
아이와 조금 멀어지니 아이와의 관계에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는 성장하면서 아이의 길을 가야 했고 여인은 나름의 개인적인 길이 있었던 것이다. 여인이 자신의 일을 던져두고 아이에게 너무 집착한 것이었다. 개인의 시간은 누구도 살아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아이에게만 매달리고 있었던 자신이 보인 것이다. 그것을 깨닫게 되니까 아이를 다시 보게 되었고, 아이를 배려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고 아이는 성장해 돌아왔다. 그렇게 아이도 자신의 길을 닦고 궁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 엄마는 뒤에서 지켜보면서 도와주고 힘을 돋워주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었다.
여성이 엄마라는 이름을 얻고 그 이름이 가지는 삶 속에서 만나는 인간관계, 그 새로운 일에 자신을 온통 몰입하는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것은 아이를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삶이다. 그러다 어느 날 아이와 마찰이 있게 되고 그러면서 자신의 본 이름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아이는 아이의 삶이 있고 자신은 자신의 삶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 깨달음은 아이의 마찰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 결국 아이를 자신이 꾸미지 않고 아이의 뜻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엄마가 된다. 그리고 여분의 시간을 이용해 오래 전에 작아졌던 자신의 이름을 다시 찾고 있다. 엄마라는 이름으로 잊었던 자신의 이름을 다시 찾는 것이다.
경력단절 여성이라는 말이 있다. 여성들이 육아를 위해 자신의 모든 일을 내려놓고 아이의 성장을 지키는 시간 때문에 생긴 말이다. 육아와 개인의 일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겠지만 두 가지를 병행하기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엄마라는 이름으로 자연히 개인의 일을 놓아버리는 경우가 많다. 아쉬운 일이기는 하다. 또 아이를 기르면서 육아에 올인을 하다보면 집착을 할 수가 있다. 집착은 욕심을 부르고 욕심은 과도한 것을 아이에게 요구하기가 쉽다. 그러면 마찰이 일어날 수가 있다. 그것은 엄마와 아이 관계에 있어 최악이다. 그런 일은 가능하면 일어나지 않도록 엄마가 이끌어가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때 자신의 몫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 있다. 인권이라는 말도 있다. 그것은 개인이 존중을 받아야 될 존재라는 것이다. 개인에게 주어진 시간을 다른 사람이 살아줄 수는 없다. 자신이 살아가야 한다. 엄마도 사람이다. 엄마에게 주어진 시간은 엄마가 살아야 한다. 아이들을 다 길러놓고 허무감에 빠지는 여인들의 모습은 무척이나 안타깝다. 자신의 삶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문제를 언급해 보고 있다. 사람은 모두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다.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일깨우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다. 여성이라고 다를 수가 없다. 그것을 인지하는 순간 아이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다. 아이는 아이의 삶이 있고 엄마는 엄마의 삶이 있다. 그 사실을 인지할 때 엄마와 자식의 관계도 좋아진다. 엄마의 개인적인 삶을 되찾음에 박수를 보낸다.
가볍고 따뜻하게 보고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이었다. 세상의 엄마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책이다. 아마 이 책이 엄마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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