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부터 아이까지’를 쓴 윤금정 작가의 그림책이다. 유아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작품 활동을 해오고 있는 저자의 영어와 한국어 이중으로 써진 유아의 마음을 생각해 보고 있는 글이다. 표지가 몽환적으로 마음에 다가왔다. 아이들의 마음을 잘 그려낸 표지가 아닐까 생각이 되었다. 글과 그림이 잘 조화가 되는 작가의 책을 만나면서 아이들에 대한 역지사지하는 저자의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아이의 마음에 들어가 보는 노력이 어른들의 마음을 일깨우는 글이 아닌가 생각된다. 아이와 어른들의 동화, ‘내가 하고 싶은 말은요’가 진한 일깨움으로 다가왔다.
나는 자신의 감정을 마음껏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초록머리 소녀 아리다. 아리는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방해를 받거나 잘 되지 않을 때는 성이 난다. 하지만 쉽게 잊고 다른 일에 몰두한다. 아리는 그림 그리기를 좋아한다. 아리는 피아노 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한다. 아리는 자신도 생각이 있고 감정도 있으며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엄마는 자꾸만 자신의 뜻대로 이끌어가려 한다. 엄마의 조언을 듣지 않아도 되는데. 아리는 엄마의 조언이 그렇게 탐탁지 않다. 하지만 또 잊어버리고 감정대로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아리는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섰다. 아이스크림을 주문한다. 엄마도 하나 달라고 한다. 엄마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고 한다. 둘은 아이스크림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그 얘기가 끝날 줄을 모른다. 서로 마음에 와 닿는 좋은 느낌을 나누는 대화를 한다. 교감을 이루는 대화가 이루어진다. 서로 마음이 아이스크림처럼 녹는 대화, 다정하게 손잡고 끝없이 얘기를 나누면서 걸어간다. 이렇게 두 가지 언어의 속성을 그려주고 있는 글이다. 지시의 언어와 소통의 언어 말이다.
글을 읽으면서 아이라고 어른들이 자신의 뜻대로 이끌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이들도 자신의 생각이 있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이를 존중해 주는 어른들의 배려가 필요하다. 어른들이 강권적으로 아이들을 자신이 바라는 대로 이끌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아리는 자신의 감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아이다. 아리를 통해, 그의 찡그린 얼굴을 통해 우리는 아이가 원하는 것을 생각해 보고 그 마음에 들어가 보는 시간을 지닐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소통하는 언어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만날 수 있다.
간단한 이야기다. 그것을 그림을 통해 인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간다. 하지만 메시지는 분명하다. 요즘 학교에서 학습방법으로 자율이라는 말이 뜨고 있다. 자율이라는 말은 자신이 하고 싶은 내용, 자신이 잘 하는 방법, 자신이 학습을 위해 사용하는 시간을 적절하게 배치 등 자신이 주체가 되어 하는 학습을 말한다. 자신이 주체가 되는 학습은 그 상황에 따라 자신이 스스로 조율할 수가 있다. 그러기에 그 결과까지 자신이 책임을 진다. 스스로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책임과 의무가 곁들여 지는 학습방법이 자율이라는 말이라는 생각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말을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일을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면 힘겹다.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 일을 한다면 그것은 고통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놀이로 생각하고 즐기면서 한다면 자신의 것이 되고, 삶 그자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경제적인 일은 부수적인 것이 된다. 이렇게 똑같은 일을 스스로 하는 방법을 찾게 되고 자신의 일로 즐겨 행하면 삶이 풍요롭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적부터 스스로 즐겨 자신의 것을 찾고 행하는 의식을 길러간다면 좋지 않을까 여기게 된다. 그러기 위해 어른들의 독단적인 생각을 주입시키기보다는 아이가 가진 특성을 잘 헤아리고 스스로 찾고 행해 나가게 배려하는 소통의 언어가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엄마의 그림, 피아노보다는 아이스크림처럼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이 이 땅에서만 머물지 않고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길 원하고 있다. 그것이 영어를 통해 두 개의 언어로 제시하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사람이라면 기본이 되는 배려, 소통의 언어, 그것을 어린아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해 ‘꼰대’라는 말이 사라지게 만드는 우리들의 삶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림책을 통해 작가는 그것을 궁구하고 있다. 교감하는 언어를 마음에 담고 있다. 그리고 세상에 그런 언어의 유통을 소망해 보고 있다. 나도 이 책을 통해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 왔는가? 돌아보는 시간을 만들고 있다. 작은 내용 속에서 깊은 울림이 되는 의미를 담고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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