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키오]색다른 맛의 히가시노 게이고.

내가 히가시노 게이고를 처음 만난것은 '편지'를 통해서였다. 추리작가로 널리 알려진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소설들과는 조금 다른 글이었기에 이번의 도키오 역시 색다른 느낌의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어떤쪽의 히가시노 게이고가 좋은지는 아직도 판단이 서지 않을 정도로 그의 작품들은 한편한편이 모두 매력적이다.



책을 읽어내려가다 문득 한편의 영화가 떠오른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책으로는 읽지 못하고 영화로만 만났던 책. 책속에서 그 영화가 떠오른다. 물론 내용은 전혀 다르지만 비슷한 모티브를 띠고 있어서일까, 아련한 그리움이 되어 책속 주인공과 함께 과거로 되돌아 가는 나를 느낄 수 있다. 얼마남지 않은 아들의 죽음앞에서 아내와 함께 이야기 하는 과거이야기. 자신이 젊었던 시절 미래에서 찾아온 아들 도키오를 만났었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얼핏 들으면 코믹같지만 책은 내내 진지하다. 나 또한 하나도 놓치지 않기 위해 진지하게 그 과거로의 여행에 동참한다.



"내게는 해야 할 일이 있었어요. 당신을 만나는 일이지요. 단서는 아사쿠사 놀이공원, 그것뿐이었어요. 하지만 그걸로 충분했어요. 이렇게 당신을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정말이지 운명이라는 건 참 기막히게 만들어져 있어요. " -326쪽.

죽음 직전 주인공이 아들의 귀에 들려준 '아사쿠사 놀이공원'. 단지 그 하나로 미래에서 자신을 찾아온 아들 도키오와 함께, 짧지 않은 그러나 길지도 않은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참으로 엉성하고 답답하며, 고집센 아버지의 인생이 조금씩 변화된다. 그들을 지켜보는 내내 한대 후려갈기고 싶을만큼 대충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한걸음 한걸음 나아질때마다 내가 도키오가 되어 한숨을 짓는듯 하다.



"인간은 어느때라도 미래를 느낄 수 있어요. 아무리 짧은 인생이라도 설사 순간일지라도 살아 있다는 실감만 있으면 미래는 있는 거예요. 내일만이 미래가 아니라고요. 그것은 마음속에 있어요. 그것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어요. " -398쪽.

자신의 미래를 느끼고 노력하고 행복해 할 수 있는 마음을 깨닫고 사는 이가 얼마나 될까. 나조차도 그저 하루하루 삶에 지쳐 바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점점 커나가는 아기를 바라보며 잠시 미래를 느끼고 생각해보지만 금새 잊어버리는건 아닌지, 작은 삶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을 잊어버린듯 하여 한숨이 배어난다.



죽음을 눈앞에 두고 다시금 아버지와 이별을 하는 도키오는 그렇지만 내내 행복하다고 나에게 이야기 한다. 아버지와 함께 있을 수 있어서 행복했고 이세상에서 만나기 전부터도 그렇게 생각했고,, 그렇게 충분히 행복했다고 이야기 한다. 자신의 아들을 과거에서 만나 노력하는 남자가 되어가는 주인공의 미래가 나에게도 작은 바이러스처럼 노력과 행복을 전해주는 이야기 도키오. 얼마전 만났던 '악의' 에서의 어둡고 쓸쓸한 마음을 달래주는 따스한 이야기 한편이라 다시금 반가운 히가시노 게이고로 기억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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