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보랏빛 소가 온다
이책은 마케팅 혁명가로 알려진 세스 고딘(Seth Godin)의 화제작으로 저자는 「퍼미션 마케팅」「아이디어 바이러스」등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를 통해 이미 마케팅 분야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인물이라고 한다. 이책은 보라색 표지뿐만 아니고 첫 페이지에서부터 흥미롭게 시작한다. 한번쯤 가봐야지 하면서도 아직도 못가본 후터스 광고로 시작해서 시각적으로 인상깊었던 더치 보이 광고 등 아주 ‘리마커블(Remarkable)’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특히 이 ‘리마커블(Remarkable)’이라는 단어는 이 책의 키워드로 마지막 장을 덮을때까지 끊이지 않고 줄기차게 나온다.
우선 이책은 대부분의 마케팅 분야의 책들이 갖고 있는 장점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원칙론에 그치지 않고, 핵심을 아주 쉽고 간결하게 전달해 준다. 거기다 저자 특유의 도발적이면서도 재기발랄하며 유머넘치는 문체는 중간 중간의 구체적이며 살아있는 케이스스터디와 함께 이책을 아주 흥미있게 읽게 해준다. 저자 세스 고딘은 몇 년 전 가족과 함께 자동차로 프랑스 농촌을 여행 하던 중 그림 같은 초원에서 소 떼 수백마리가 평화롭고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장면에 매료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계속 이어지는 똑같은 풍경에 그는 곧 지루해졌다. 그렇지만 저 천편일률적인 누런 소들 가운데 만일 '보랏빛 소(Purple Cow)'가 갑자기 나타난다면? 그것은 단번에 사람들의 눈길을 잡아끌 것이다. 따분하고 지루한 풍경에 지친 사람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기쁨, 영감을 제공할 것이다.
이 때의 경험에서 탄생한 것이 바로 이 책 '보랏빛 소가 온다'(원제: Purple Cow)이다. ‘보랏빛 소’로 상징되는 저자의 주장은 간단명료하다. 세상이 바뀌었기 때문에 과거 마케팅 법칙처럼 안전하고 평범한 제품을 만들고 이를 마케팅과 결합하면 그날로 끝이라는 거다. 오늘날은 리마커블한 제품을 창조하고 그런 제품을 열망하는 소수를 공략하라는 것이다. 그래야지만 날로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최종 승리자가 될수 있고 '리마커블'한 제품·서비스만이 살아 남는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말한다. 세상은 광속으로 변하고, 기존의 마케팅 방법으로는 소비자들을 사로잡을 수 없다. 너무나 많은 비슷한 상품과 서비스, 홍수처럼 쏟아지는 광고 공세로 소비자들은 웬만한 것에는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우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물건은 거의 대부분 이미 발명되었고 대다수 소비자들은 지금 이대로도 행복하다. 그러니 모든 이를 위한 제품을 만들지 말라고 충고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소비자들은 너무나 많은 선택에 직면해 있다. 기존의 안일한 마케팅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지루한 것은 곧 죽음과 통한다. 마치 왕을 즐겁게 하지 못하면 죽고 마는, 아라비안나이트의 세헤라자데처럼.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가 눈길을 끌고 입소문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러러면 '보랏빛 소'처럼 '리마커블'해야 한다.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고, 예외적이고, 새롭고, 흥미진진한 것이어야 한다. 무엇보다 '스니저(Sneezer)'들을 동원한 입소문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케터를 기업경영에 참여시켜야 하며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시장에 직면했을때는 과감하게 그 시장을 그냥 떠나라고 충고한다.
이책을 읽다보면 음미할만한 경구들이 눈에 많이 띈다. 예를들면 월마트가 아마존닷컴을 따라잡기 위해 사무실에 걸어놓았다는 현수막 문구 - “아마존처럼 해서는 아마존을 몰아낼수 없다(You can't outAmazon Amazon)" 라든가, “아주 좋은 것은 나쁜 것이다(Very Good is Bad)" 등.
그리고 매년 전 세계 상위 100대 브랜드를 발표한다는 인터브랜드 2002년 목록에 우리나라 브랜드가 삼성 하나밖에 없는것이 무척 아쉬웠다. (혹시 최근 조사에서는 몇 개 더 포함되지 않았을까?)
이책은 이처럼 마케팅 종사자들에게 더할나위 없는 전략과 교훈을 제공하지만 일반 직장인에게도 자기계발서로 읽히기에도 충분하다. ‘우리는 비판을 싫어하기 때문에 많은 경우 그냥 숨어버리는데 이는 성공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 것이다’ ‘한 번도 비판을 받지않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람이야말로 결국에는 실패한다’ ‘위대한 인물들은 하나같이 아주 큰 실패를 경험했다. 이런 실패야말로 이들의 성공적인 작품을 위대하게 만든 또 하나의 이유다.’ ‘교훈은 간단하다. 안전한 길은 위험하고 따분한 건 항상 실패로 귀결된다. 따분한 건 언제나 가장 위험한 전략이다’ ‘당신은 마음을 빼앗겼는가, 아니면 그저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있는가?’ 등등은 내가 밑줄 그으며 읽었던 대목이다.
나는 책을 사면 먼저 책 겉표지와 책을 두르고 있는 띠를 벗겨냈다가 다 읽고 나서 다시 원상태로 책장에 꽂아놓는 버릇이 있다. 그럼 책의 속살을 만지는 것처럼 아주 감미로운 느낌이 나는것이 책을 읽는 내내 책읽기의 즐거움을 배가시켜 준다. 이책은 사실 책 내용도 맘에 들었지만 벗겨낸 보랏빛 속표지도 아주 매력적이었다. 어쩌면 이책은 다시 옷을 입히지 않고 벗겨논 채로 오래 둘것 같은 예감이 든다.-끝-(20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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