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쓰라

정율성, 심사정, 최북,장혼, 조수삼.

이런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초-중-고등학교로 이어지는 정규교육을 거치는 동안 들었던 위인들은 대부분 하나같이 훌륭했고 위대했고 감히 넘볼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그들에 비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때로는 광기에 휩싸인 채로 삶과 죽음을 살아간 사람들이 있었다. 역사의 중심에서 수많은 빛을 받는 인물들 아래, 아직 정당한 조명을 받지 못하고 희미하게 사라져간 인물들이 있다. 저자 이이화는 이들에 대한 애착으로 그들의 삶에 은은한 조명을 하나씩 비춰준다.

책의 절반은 우리가 익히 들어왔던 김시습, 허균, 한용운, 김삿갓 등의 인물에 할당되었고, 나머지 절반은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한번 들어보지 못햇을 인물에 초점을 두었다. 하지만 저자는 익히 알고있던 인물이라 해도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던 배경을 벗어나, 그동안 소홀히 했던 측면을 부각시켜 보여준다. 그 예로 가령 본문의 김시습을 들 수 있다. 보통 우리가 아는(나의 경우에 한정될 수도 있겠지만) 김시습의 이미지는 어릴적 신동으로 이름을 날렸으며, 세종의 앞에 불려나갔을 때 왕이 내린 비단의 끝과 끝을 묶에서 가져왔다는 일화정도이다. 하지만 저자는 세상에 대한 저항으로 방랑을 떠났으며, 농민의 참상 앞에서 가슴통곡하던, 수많은 기행을 남긴 김시습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역사인물을 기술하면서 예전의 어떤 기준을 맹목적으로 따르지 않았다. 필자 나름의 가치판단에 따라 기술한 것이다'라고 저자는 서두에서 말했다. 저자는 그가 쓴 책의 인물들처럼 자신의 기준을 정했고 이에 따라서 책을 썼다. 최근 나라 안과 밖에서 잦은 역사 왜곡이 벌어지고 있다.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혹은 한쪽 면만을 알고 있던 역사의 인물에 대해 그가 보여주는 새로운 시각은, 이런 현실에서 자신의 주관을 세워 역사를 바라볼 것을 요구하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그가 보여주는 역사 인물의 삶 하나 하나는 그 자체가 흥미롭다.

http://blog.yes24.com/document/1110044
http://blog.aladdin.co.kr/774451146/2342263
http://www.mybluecoconut.com/39


이전글이전 글이 없습니다
다음글[권력의 경영]조직과 개인의
댓글 작성하기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