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선의 선비 귀신과 통하다
조선의 선비들은 어떻게 귀신과 통했을까 하는 궁금증을 안고 이 책을 펼쳤다.
저자는 첫머리에서 귀신의 존재여부에 관해 질문을 던진 뒤,
조선조 선비들의 귀신담과 귀신론에서부터 현대의 귀신담에 이르기까지
그 기원과 역사에 대해서 조근조근 들려준다.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의식이 귀신담에 담겨 있다는 작가의 견해는 뜻밖이었다.
어떻게 귀신담에 인간의 삶과 죽음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단 말인가.
선뜻 수긍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쉽고 간결한 문체와,
많은 예화에서 뽑아낸 그녀의 논리에 나는 서서히 설득 당해갔다.
귀신담에 여자 귀신 이야기가 흔한 것은
많은 제약 아래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았던
여성의 삶에 대한 사회적 모순을 고발하는 것이라고 한다.
힘 없고 억눌린 수많은 여성들의 삶과 귀신의 대명사가 된
'여자 귀신' 이야기는 이렇게 연관을 맺고 있었다.
권한을 품고 죽은 이들의 죽음에 관한 해석도 이와 유사하다.
귀신의 출현은 사회적인 약자로 혹은 가난한 신분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겪어야 했던 차별과 억압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는 대목에서는
삶의 자세를 돌아보게 했다.
살아가면서 귀신과 마주치기를 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끔찍하고 무서운 경험이니까.
듣는 것 만으로도 무서워서 잠을 설치는데
귀신을 만나고 귀신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다.
귀신이 출현하는 것은 삶에 대한 애정과 미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받고 괴로워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내가 날마다 만나는 사람들, 그리고 이웃과 가족과의 관계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퍼뜨린 유언비어로 한 사람이 죽음을 택했던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 책이 주는 교훝을 귀담아 둘어야 한다.
귀신론과 귀신담은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이며,
우리 삶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저자의 견해에서
나는 처음에 가졌던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 책은 흥미위주의 귀신 이야기를 뛰어 넘어
우리의 삶의 자세와 죽음의 문제를 귀신을 통해 에둘러 말하고 있다.
나에겐 의미 있는 귀신과의 조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