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써라.

예술에 막 담아 두었다가 꺼낸 것처럼 이미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예술의 냄새가 시의 리듬, 운율을 타고 퍼져 한 장마다 더 넓게 퍼진다. 예술 그 중에서 시를 담아내었다. 그리고 이 책 자체 또한 문학이라는 예술이다. 예술에서 예술을 보고 말한다. 아쉽게도 시의 전체부분이 올라와 있지는 않았지만 그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작가는 시라는 것을 조선의 시라는 것을 시가 아닌 다른 것을 말하고 있었다. 실로 옛 선조들 즉, 과거가 되어버린 예술가들의 숨소리가 바로 문전에서 시를 읊는 듯한 기분이었다. 뭐랄까, 생생하게 전해져 온다.
예술혼을 담아내는 기술 또한 뛰어났다. 예술 그 중에 시를 썼던 예술혼들. 그들을 담아냄과 동시에 시대를 담아내었다. 예술을 시대를 따라가고 시대는 예술을 따라간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작가는 그들을 광기 어린 이들이라고도 했다. 그렇다. 그들은 예술을 창조하기에 여념이 없는 적어도 창조의 시간만큼은 광기가 어린 이들이라고 부릴 수 있을 모습을 갖추었을 거라고 그렇게 상상이 된다. 작가는 그들의 그런 광기스러운 느낌을 글 안에 잘 표현해냈다. 그것이 단순히 광기로만 보이지 않도록 또한 조심하였다.
작가는 그들이 자아낸 예술의 느낌을 설명 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그들의 삶도 책 안에 담아냈다. 그들의 삶을 보면서 그들이 살았던 조선이라는 나라를 엿보게 되고 그들이 그런 고지식한 조선에서 어떻게 예술을 하였는지 담아내었다.
그러나 약간 씁쓸한 내용도 있었다. 친일파가 되어버린 그들. 그마저도 말로만 듣던 그 일본의 노략질에 놀아나 친일파가 된, 그리고 책 안에 담기지 않은 더 많은 예술가들. 예술을 그런 식으로 사용하다니 예술에 대하는 태도가 부적절해 보인다.
그렇지만 그들의 예술마저 욕하기에는 너무하다. 분명 독립선언문도 친일파가 되어버린 손에 쓰여져서 작가의 말처럼 그리고 내가 느꼈던 것처럼 공감하기 힘들고 이해하기 힘든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그것도 그만의 스타일이다.
조선을 살았던, 그리고 그 조선에 뒤를 이었던 이 땅의 나라까지도 다루고 있다. 모든 예술가들이 담기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렇게 되면 이 한 권으로 부족할 것이다. 마지막을 장식한 ‘나운규’. 책을 시작하게 한 ‘변계량’. 시작과 끝이 모두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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