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선잡기

이 책은 혼마큐스케(1869~1919)라는 120년전의 사람이 한국을 정탐하고, 쓴 책으로 당시 신문에 기고되었고, 향후 30~40년 일제 강점기동안 단행본으로 출간된 책이다. 대륙경영에 나선 일본 낭인 정보원들의 정탐기록으로 일본은 이들의 정탐기록을 바탕으로 조선침략의 시나리오를 짰다고 한다. 지은이는 메이지 시기 조선전문가로, 청나라, 일본, 러시아의 각축과 동학농민전쟁의 풍운이 몰아치던 1893년 조선을 정탐하고 그 내용을 묶어 그 이듬해에 '조선잡기'라는 책으로 펴냈다. 그는 뒤에 통감부와 총독부의 관리를 지냈다. 혼마는 그당시 일본에서도 지식인으로 통하는 엘리트였다.

이 책은 근대 일본인의 시각으로 조선의 문화와 문물풍속을 접하면서 느꼈던 여러 풍경들이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다. ....조선과 조선인의 주된 이미지는 순진함, 무사태평과 함께 불결, 나태, 부패 등이다. '문명국' 일본에서 바라보는 '타자의 시선'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글머리 중에서)

근대일본의 조선사 연구는 조선침략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통치자료의 역할을 했다. 그들은 근대적인 학문방법을 가지고 '고사기'나 '일본서기'의 기록을 근거로 중국사나 '삼국사기' '삼국유사', '동국통감'등에 실린 내용을 참고하여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역사적 사실을 합리화 했다. 근대 일본의 조선역사에 대한 관심은 1883년 광개토왕 비문의 조사와 함께 일어나게 되었는데, 그들은 조선이 근대 이전 신화시대부터 일본의 지배를 받아왔다고 주장해 왔다. 이 주장은 근대적 학문방법으로 위장하여 조선사를 더욱 왜곡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모두 154편의 글을 8개의 항목으로 나누었다. 1부에는 언어와 역사, 그리고 조선인의 기질, 2부에는 궁궐, 정치와 관료들의 사정, 3부에는 풍속과 생활상, 그리고 기이한 습속, 4부에는 경제와 사회상 , 5부에는 문화와 예술, 6부에는 외국인과 국제관계, 7부에는 조선 정탐의 고락과 일담, 8부에는 기타 자잘한 정탐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전후로 일본인에 의한 수많은 견문록, 혹은 여행기, 정탐기록 등이 나왔지만, 일본인이 1890년대 전후에 걸쳐 간행한 견문기나 서양인의 여행기 등에 비해 이 책은 조선의 풍습과 일상생활을 민중들의 삶의 모습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밀하게 다루었다. 이 책은 근대시대의 조선의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았다기에 관심이 간 책이었지만 서양의 문물과 사상을 두루 접한 그가 혼란의 조선을 바라보는 시각은 많이 암울하기만 하다. 책장을 넘기면 넘길수록 우리 나라가 모욕당하고 굴욕당하는 기분이 들었다. 책 곳곳에는 마치 민족 전체가 모두 불결하고 더러운 야만인인양 표현했고. 사람들이 무정하고 인정없으며 냉담하다는 표현까지 나온다. 조선잡기는 이러한 시대적 배경을 반영한다. 조선잡기는 조선의 사정과 민중들의 삶을 직접 목격하고 이를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구분되어지는 이유가 된다.

조선에서 가장 심한 기이한 풍속은 조혼이라고 할 수 있다. 12, 3세의 나이로 벌써 장가를 간 자도 있다. 처는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을 고르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12, 3세짜리가 20세 전후의 여자와 결혼하는 것은 조선에서는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 이것은 기이한 풍속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어린 남녀가 무슨 일을 하겠는가? 조선의 인구가 매해 감소하는 것은 여기에 원인이 있다.(조선답기 본문 ‘조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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