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선잡기
우선 이 책을 접할 수 있게 해 준 출판사 분들께 감사하다.
책이 보기 좋게 제작되어 읽으면서도 그 시대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일본어를 오랫동안 공부하고 일본역사를 배우고, 한일관계를 논하던 사람으로써
다른 사람과 시각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한 사람의 한국인이었기에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굴욕감을 맛보았다.
책에서 배운 우리 조상들은 지혜롭고 현명하고 부지런하고 예의바른 사람들로 묘사되어 왔는데
무지몽매, 나태, 불결 등의 단어로 표현 되는 것 자체가 일단 기분 좋은 시작은 아니었다.
마치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를 부정당하는 기분이 들어 믿고 싶지 않았지만
일단 일반 외국인 여행객의 시각이 아닌 침탈 목적을 둔 정탐록임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세세한 묘사는 개인적인 색채가 강하더라도 사실에 근거한 것일 것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법,
느긋함은 그들의 눈에 게으름으로 비춰질 수 있고
우리의 예의바름은 그들에게 부패한 계급사회일 수 있듯이.
하지만 반만년의 역사를, 단 한번도 독립적이지 못했다라거나 공동정신이 결여되어 발전이 더디다거나 하는 발언은 확실히 고압적이면서 우리를 비하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적었다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일본이 먼저 개화했기 때문인지 묘한 우월감과 고압적 자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꼭 내가 싫어하는 친구가 한 얘기 보다 내 얘기가 절대적으로 맞다던가 하는 어린애 장난식의 우기기라고 생각되어 진다.
사실은 그들이 우리에게 피해의식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라 하면, 그 당시의 일본의 야욕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을 지배하고 싶다','대륙으로 건너가고 싶다'는 일본의 야욕이 글자 그대로 적혀 있지는 않았지만
글을 쓴 저자의 문체에서 그 의중을 드러낸다.
조선침략을 합리화 하고자 하는 그 의중은 우리나라가 하루라도 빨리 중국의 품에서 벗어나 일본의 지배하에 들어 오는 것이야 말로 발전. 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지금도 써먹고 있는 '한국의 근대화의 발판'은 자기들이 만들어줬다. 라는 것이 이러한 의중에서 나온게 아닐까?
이러한 많은 정탐들을 통해 그 시대의 일본인들에게 잘못된 조선관을 갖게 했으리라.
이 책을 읽고 나서 현재의 한일관계를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이 이 쯤 형성, 확립 되었을 것이라는 확신마저 생겼으니 말이다.
내가 겪어보지 못했던 19세기의 조선은.
망국의 길로 접어섰기에 부패될 대로 되고 외세의 압력에 겨우 버티다 결국 강제로 문이 열린다.
작은 나라 조선은 일본의 대륙진출의 발판이 되기 위해 그들에게 정탐 당한다.
그 모습을 한 권의 책으로, 그 속의 삽화로, 부록의 사진으로, 혼마 큐스케의 눈으로 볼 수 있어서
참으로 행복한 경험인 것 같다.
책 자체의 시각은 부정하고 싶지만 이 책을 만든 혼마 큐스케 자체는 칭찬할만 하다.
요즘같이 한일관계가 악화일로를 걸을 때야 말로 이런 책을 읽고 그들의 시각을 캣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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