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는 생명이 움직이고 있다.
태어나고, 숨쉬고, 먹고, 움직이고, 느끼고, 사랑하며, 죽고…….”
곤충들은 대개 짧은 삶을 살지만, 짧고 녹녹치 않은 삶 속에서도 사랑을 하고 종족을 이어나간다. 그래서 때때로 그들의 삶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인 동시에 ‘눈물겨운 투쟁’에 가까워 보인다. 이 책은 그들, 신비하고 아름다운 곤충들에 대한 이야기다. ‘짓∼지∼, 짓∼지∼’, ‘귀∼뚤∼, 귀∼뚤∼’ 저마다 고유한 언어와 몸짓과 음색을 지닌 곤충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토박이 곤충기》에서 만나 보자.
이 땅의 토박이들
본래 ‘토박이’는 ‘대대로 그 땅에서 살아오다.’라는 뜻을 지녔으나 외국에서 건너 온 곤충들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기후와 환경에 적응해서 살다 보면, 본래의 생태와는 조금 다른 양상을 띄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곤충을 아우르는 상징적 의미로 ‘토박이’라는 말을 쓰고 있다.
복지부동의 왕자 바구미, 은둔술의 달인 대벌레, 화려한 치장을 무기로 삼은 칠성무당벌레, 곤충교향곡의 명연주자 여치와 귀뚜라미 등 제목만 들어도 흥미로운 곤충의 사생활을 《토박이 곤충기》에서 엿볼 수 있다.
살며 사랑하고 느끼고
살며, 사랑하며, 죽는 일련의 과정은 사람이든 곤충이든 다를 바가 없다. 그렇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삶이 그렇게 도식적이고 간단하지 않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 책에는 생김새뿐만 아니라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각인 30여 가지의 곤충들이 등장해 경쟁, 협동, 싸움, 사랑과 죽음이라는 복잡하고 다단한 삶의 험난한 과정을 펼쳐 보인다. 인간사의 축소판 같은 곤충들의 삶 속에서 세상살이의 이치와 지혜를 발견하는 것, 이것이 바로 human&nature 에세이가 가져다주는 묘미이자 감동의 파장일 것이다.
내 안에 나비가 살고 있네
20여 년 곤충을 연구하며 생태 사진을 찍어 온 저자는 스스로를 나비에 비유한다.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로 변신하는 나비의 완전 변태 과정과 한 사람으로 성장해 가는 지난한 삶의 과정은 닮아 있다. 또한 나풀나풀 나비의 가벼운 날갯짓은 인간이 닿을 수 없는 동경과 꿈을 상징하기도 한다. ‘과실을 적게 하려고 하지만 아직도 그러지 못한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낮추는 저자에게 곤충 연구는 가슴 한 쪽을 설레게 하는 나비의 날갯짓인 셈이다. 곤충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는 생태학자의 순수한 열정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겨울의 자연 생태계는 죽음의 세계이다. 그러나 겨울이 아무리 절망과 죽음의 계절이라 해도 들이나 숲에서 사라진 곤충은 잠들어 있을 뿐 죽은 것은 아니다.’
각시메뚜기는 성충으로 남방차주머니 나방은 도롱이를 만들어 제 나름의 방식으로 곤충들은 겨울의 여울목을 건넌다. 봄이 되면 이들은 다시 부활해 삶을 이어갈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곤충들은 자신의 삶과 환경, 생존 경쟁에 알맞은 속성 그리고 그것에 의해 형성된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곤충은 자신의 형태 속에 소우주를 표현하고 있는 셈이라고. 오늘도 곤충들은 태어나고, 숨을 쉬고, 먹고, 움직이고, 느끼고, 사랑하며, 죽을 것이다. 《토박이 곤충기》에서 그들의 몸짓과 자연 속에서 태동하는 생명의 소리를 느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