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여름·가을·겨울 변화무쌍한 모습을 자랑하는 숲.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숲의 생명력을 그린 책이 나왔다. 생명의 순환을 반복하는 숲에 관한 새로운 보고서인 <주우며 즐기는 단풍과 낙엽>은 단풍과 낙엽을 주제로 한 <숲의 휴일> 첫 번째 이야기로, 가을 숲속을 산책하는 기분을 만끽하게 해 준다.
이른 봄 싹을 틔워 존재를 과시하고, 여름 동안 햇빛을 둘러싼 치열한 생존 싸움을 마치고 나면 풀과 나무는 재생의 여정을 준비하며 잎을 떨어뜨리고 조용히 겨울을 준비한다. 지난 계절의 고단함을 보상받으려는 것일까, 온갖 화려한 색으로 치장한 가을 산은 불타오르는 듯 아름답다. 두렵지만 그 어떤 단풍보다 아름다운 옻나무과의 식물들, 가을 계곡의 주인공인 단풍나무, 아무도 모르게 물들고 떨어지는 상록수 등 갖가지 단풍이 어울려 한 폭의 풍경화가 그려진다.
책 안에는 같은 과의 식물들을 주제로 단풍과 낙엽을 선보임과 동시에 봄에 피는 꽃, 화려한 색으로 여무는 열매 등도 함께 실어 보는 재미가 풍성하다.
다양한 색으로 눈을 즐겁게 하는 단풍들
가을 나무들은 화려하다. 같은 나무에서 떨어졌어도 저마다의 삶이 있어 가랑잎들의 표정이 모두 다르다. 노년의 얼굴이 삶의 고단한 흔적과 함께 아름다움이 깃들듯이, 나무의 단풍과 낙엽 역시 지난 계절의 추억이 배어 있고, 벌레에게 먹힌 잎은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의 마음을 고스란히 닮았다.
나무와 풀의 단풍 든 잎을 400여 컷의 사진으로 실어 그 화려한 색감은 물론, 잎맥의 질감까지 생생히 느낄 수 있다.
베풀 줄 아는 여유를 가진 나무들
가을의 단풍이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해 준다면, 나무는 숲 이웃들에게 또 하나의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나무 열매가 바로 그것이다.
참나무과의 식물은 다람쥐들의 먹이를 마련해 주고, 대극과의 식물에선 기름을 얻을 수 있으며, 노박덩굴과 식물의 빨간 열매는 새들의 먹이가 된다. 숲 속 작은 동물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마지막으로 큰 선물을 하는 셈이다. 그 선물의 답례인지, 새와 다람쥐들로 인해 나무는 새로운 생명을 약속받기도 한다.
색다르게 즐기는 단풍과 낙엽
‘주우며 즐기는’이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는 단풍과 낙엽을 즐기는 색다른 방법들을 소개한다.
낙엽을 주워 식탁에 늘어놓고, 그 색이 변해 가는 과정을 살펴본 적이 있는가? 하루하루 다른 색으로 변신하는 잎은 그 자체로 완벽함을 자랑하고, 상록수의 낙엽은 완전히 마를 때까지 색과 모양이 계속 변해서 관찰하는 재미가 더한다. 잎맥 표본은 인테리어 소품이 되고, 벌레가 먹은 잎을 스케치북에 늘어놓으면 하나의 멋진 작품이 탄생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