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유전자에 새겨진 생명 사랑,
그 생태 감수성을 깨우는 이야기
근 20년 동안 우리나라 산은 78.5km2가 도로와 집과 공장으로 채워졌다. 78.5km2는 여의도 면적의 약 2,707배나 되는 크기다. 하천과 초지는 4대강 사업으로 원형을 잃어버렸고, 습지는 공장터를 조성하면서 사라져 버렸다. 그곳에 깃들어 살던 생명 가운데 여전히 안녕한 생명은 얼마나 될까?
저자는 오늘날 지구가 겪는 생물다양성 위기를 비롯한 숱한 문제가 자연을 이용의 대상으로만 바라보고 착취한 데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하고, 생태 감수성을 살려내 자연과의 공존을 모색해야만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책에는 오랜 세월 이래로 우리가 간직해온, 생명을 사랑하는 유전자를 깨우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책을 읽다 보면 삭막한 도시에도 인간 말고 얼마나 많은 생명들이 함께 살고 있는지, 그런 주변의 자연과 생명이 우리에게 얼마나 많은 것들을 베풀고 있는지, 그런데 그 생명들이 지금 얼마나 큰 위험에 처해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왜 우리 선조들은 먹을거리가 궁했던 겨울에도 까치들을 위해 감나무에 감 하나를 남겨놓았는지, 징그럽게만 보이는 그리마를 돈벌레라 불렀는지 이해하게 되고, 어째서 파리의 목숨조차 함부로 여기면 안 되는 것인지, 제비가 찾아오는 마을은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인간이 지구에서 지속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다른 생명이 함께 살아야 한다.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더 깊이 이해하고 내 안의 생태 감수성을 깨워, 인간과 모든 생명이 공존할 수 있는 지구를 만들기 위한 실천적 방안을 제시한 책을 꼭 만나 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