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 페퍼, 베르가못, 시나몬, 레몬, 프랑킨센스 등 천연 향료부터 머스크, 뮤게 노트, 파인 유도체, 락톤 원료들까지… 『향료 A to Z』는 조향사의 팔레트에 존재하는 매우 희귀하고도 상징적인 최고급 원료들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각 원료의 설명과 이를 주력으로 다루는 소규모 생산자 혹은 국제적인 기업의 재배와 가공법, 원자재의 수확과 향료의 사용,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기준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개발법까지 향료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료 신분증에서는 원료의 원어명과 어원, 향 노트, 주요 성분 등은 물론이고 수확 시기와 추출법, 수율, 생산량, 생산지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원료가 사용된 향수들을 선별하여 그 브랜드와 조향사, 출시년도 및 조향 방법이나 향 노트, 향수 개발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려준다.
향을 애호하는 이들의 필독서 『향수 A to Z』
그 두 번째 이야기!
천연 향료가 향수가 되기까지,
조향계 원료들의 세계 일주
바닐라, 재스민, 베르가못, 일랑일랑, 레몬, 라벤더 …
향을 품은 식물들과 떠나는 비밀스러운 여행길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고대로부터 현대까지, 인류가 사랑한 ‘향’!
조향사의 팔레트를 다채롭게 물들인 식물 이야기
주석과 비단을 나르던 실크로드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향신료와 향료를 위한 무역로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향료의 오랜 역사를 방증한다. 실제로 고대인들은 제사나 의술, 그리고 조향에 필요한 향료를 얻기 위해 무역이나 전쟁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였다. 인류가 사용한 향이 나는 물질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센스(유향)와 미르(몰약)이 꼽히는데, 고대인들은 이 향료를 구하기 위해 수천 킬로미터를 오갔다고 한다. 그 외에도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혹은 질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사용된 다양한 식물들이 있다. 초콜릿과 타바코, 바닐라, 파촐리, 클로브, 일랑일랑, 로즈우드 등 다양한 향료들은 산지를 떠나 조향사의 팔레트를 서서히 물들인다.
인류의 교류를 상징했던 향이 나는 식물들은 처음의 용도에서 벗어나 점차 권력 다툼의 중심으로, 또 탐욕의 대상으로 변질되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아메리카와 인도, 인도네시아를 식민지화하면서 몇몇 향이 나는 원료들을 포함한 자원들을 차지하기 위한 다툼이 시작되었다. 이때 아메리카 대륙의 바닐라와 초콜릿, 인도네시아의 정향, 아시아 사향노루에서 추출한 머스크, 커피 등 많은 원료들이 육로와 해로를 통해 유럽으로 향했다. 향이 나는 식물들은 유럽의 식민 지배가 본격화된 현대에 이르러 더욱 확산되었다. 향을 좇는 현상은 19세기 유럽의 부르주아와 귀족뿐 아니라 전 세계 엘리트 계급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져나갔다. 이처럼 원료 유통의 역사는 향 산업의 발전과 유럽의 식민지화, 사상과 무역의 세계화, 기술 및 문화적 진보, 그리고 화학적 혁신으로 변화하며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작물을 키우는 생산자들은 서로 경쟁하기보다는 상호 보완적이고 의존적인 방식으로 존재하며 조향사의 팔레트를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천연 향료를 공급하고 있다. 천연 향료의 공급과 유통은 과거 불평등한 식민지 관계를 기반으로 구축되었다면, 오늘날에는 기후, 경제, 사회 문제를 점진적으로 고려하는 동시에 지속 가능한 개발 모델을 구현하는 방법으로 나아가고 있다.
각 원료들의 특성과 재배 및 추출 과정까지,
향기로운 식물들이 매혹적인 향수로 재탄생하다
핑크 페퍼, 베르가못, 시나몬, 레몬, 프랑킨센스 등 천연 향료부터 머스크, 뮤게 노트, 파인 유도체, 락톤 원료들까지… 『향료 A to Z』는 조향사의 팔레트에 존재하는 매우 희귀하고도 상징적인 최고급 원료들을 엄선하여 소개한다. 각 원료의 설명과 이를 주력으로 다루는 소규모 생산자 혹은 국제적인 기업의 재배와 가공법, 원자재의 수확과 향료의 사용,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기준들을 위한 지속 가능한 개발법까지 향료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원료 신분증에서는 원료의 원어명과 어원, 향 노트, 주요 성분 등은 물론이고 수확 시기와 추출법, 수율, 생산량, 생산지 등 다양한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해당 원료가 사용된 향수들을 선별하여 그 브랜드와 조향사, 출시년도 및 조향 방법이나 향 노트, 향수 개발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들려준다.
보테가 베네타에서 최초로 출시된 오 드 파르팡 <보테가 베네타>(2011)는 핑크 페퍼가 돋보이는 스파이시 노트를 선보이고, 대중들이 프랑스 브랜드 향수만을 선호하던 시절 미국 향수 산업이 최초로 거둔 큰 성공으로 평가되는 에스티 로더의 <유스 듀>(1953)에는 시나몬이 사용되었다. 브라질 브랜드 나투라의 <에코스 알마>(2019)는 거대한 원시림에 자생하는 식물들의 에센셜 오일을 통해 아마존의 모습을 떠올리며 스모키한 향의 코파이바 밤이 특징이다. 최초의 현대적 향수 중 하나로 여겨지는 우비강의 <푸제르 루아얄>(1882)은 푸제르 계열의 시초가 되는 향수로 자연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해석하며 혁신을 이루어냈다. 여기서는 로즈 제라늄의 플로럴한 뉘앙스가 조화롭게 꽃피웠다. 남성만을 겨냥한 최초의 향수 중 하나인 카롱의 <푸르 언 옴므>(1934)에서 라벤더는 자신의 향기를 마음껏 뽐낸다.
이처럼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유명 향수들부터 요즘 세대에 핫한 향수들까지. 어떤 향수에 어떤 원료가 어떤 방식으로 들어갔는지 알게 된다면 내가 오늘 뿌리는 향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올 것이다. 향을 사랑하고, 향을 숭배하며, 향을 선택한 모든 이들에게 선물 같은 책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