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소개 >
시간을 타고 흘러가는 음악을 악보에 머물게 하다
음악을 악보에 적어내려갈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의 형체와 구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음악을 악보로 옮기는 일을 음악학에서는 채보라고 부른다. 오늘날 전승되고 있는 국악의 대부분이 악보화 되었지만 판소리는 전승되고 있는 양에 비해 오선보로 채보된 양이 적다. 여느 전통음악에 비해 판소리 채보가 그만큼 어렵고, 또 많은 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판소리를 채보하기 위해서는 판소리의 음악적 속성을 이론적으로나 실기적으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말 그대로 판소리는 아는 만큼 듣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판소리 채보는 단순히 음악을 사실적으로 옮기는 것이라기보다 학습과 연구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는 필자가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채보한 결과물을 담았다. 같은 음원이라도 청취 환경이나 방식에 따라 다르게 들리기도 하고, 어제의 느낌이 오늘에 와서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내게 들리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다르게 들리기도 하기 때문에 필자는 채보가 여전히 넘어야 할 산과 같다고 말한다. 이렇듯 채보는 객관과 주관을 넘나드는 영역이지만 더 많은 연구와 새로운 음악적 시도를 통해 판소리가 더 오랜 시간 동안 우리와 호흡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더불어 판소리 악보가 더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 채보의 결과물을 내놓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