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언제부터, 어떻게 지금의 인간으로 진화한 것일까?
유쾌하고 독특한 과학자의 시선으로 들여다본, 인간 생명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미래
우주의 먼지로 시작된 인간은 어쩌다가 이렇게 똑똑해졌을까?
과연 우리만이 태양계에서 유일한 인간일까?
무엇이 우리를 이성애자와 동성애자로 나눌까?
왜 여성들은 운동선수와 음악가에게 매력을 느낄까?
어차피 우리는 결국 죽는데 왜 매일 자야만 할까?
AI는 정말로 인간을 멸종시킬까?
인간은 언젠가는 영원히 살 수 있을까?
“내 목표는 생명이 무엇인지,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과학이 얼마나 뛰어난 방법인지를 알리는 것이다. 이러한 이해는, 더 나은 결과를 이루고자 연구하는 인간의 개별 분석과 집단 분석, 행동을 아우르는 진화의 정점이다. 그러니 당신이 예술가이든, 괴짜든, 양쪽에 모두 발을 걸친 사람이든, 당신 안에 깃든 과학자를 받아들이라. 그리고 생명의 기원으로, 나아가 무엇보다도 큰 수수께끼인 ‘인간학 Humanology’으로 향하는 이 흥미로운 여정을 함께 떠나보자!”
세계적인 면역학자이자 인기 높은 과학 저술가인 루크 오닐 교수는 예술과 과학에 대한 비교하면서 《휴머놀로지》의 서막을 연다. 무척 대조적으로 보이지만 예술가와 과학자는 실제로는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바로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답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과학적 발견과 지식, 역사적 통찰을 통해 인간 존재와 생명의 의미를 이전 시대에 비해 더 깊이, 더 광범위하게 이해하고 있다. 《휴머놀로지》는 이러한 인류에 대한 지식을 과학, 역사, 시사, 문학, 예술 등 분야를 망라하며 펼쳐 보이는 책이다. 생명의 기원부터 현존하는 우리 호모사피엔스 종이 어떻게 지금의 인간으로 살게 되었는지, 우리가 어떻게 사랑하고 번식을 하고 생명을 이어가는지, 왜 인간은 다른 종과는 달리 음악과 웃음을 사랑하는지, 우리는 어차피 죽는데도 왜 자야 하고 우리가 어떻게 질병과 죽음과 싸워왔는지, 인공지능이 정말로 우리의 미래를 위협할 것인지 그리고 인류는 결국 멸종할 것인지 등, 인간이 진화해온 흥미진진하고 놀라운 여정으로 안내하고 있다.
산소와 DNA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처음으로 생명이 시작되었고, 지구가 생성되어 지금에 이르는 역사를 24시간으로 설명하면 인간은 자정이 되기 17초 전에 나타난 셈이다. DNA 분석을 통해 우리의 조상은 아담과 이브가 아니라 침팬지와 보노보라는 사실이 밝혀졌지만, 스마트폰을 쓸 줄 아는 우리 인간 즉 호모사피엔스와 침팬지의 차이를 만드는 5%의 차이는 아직 채 밝혀지지 않았다. 죽음을 궁금해하고,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슬퍼하고 또 기리다가 우리는 죽음을 통제하려 애쓰고 그 과정에 수많은 자본을 투여하고 연구를 거듭하게 되었다. 호모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도 섹스를 하고 그 결과 인류는 더 다양한 유전 형질을 갖게 되었으니, 서로 지구를 공유하는 하나의 뿌리인 것이다.
《휴머놀로지》를 읽는다는 것은, 이처럼 최초의 인간이 시작된 이래 우리를 지금의 인간으로 만들어온 이 과학과 역사의 여정이 어떻게 이어져왔는지, 또 어떻게 나아갈 것이며 어떻게 끝날지를 전하는 지적인 여행과도 같다. 인간은 결국 커다란 우주에서 너무나 보잘것없는 존재로 우연에 의해 시작되었지만, 그러므로 인간이 일궈낸 생명과 진화와 과학의 역사가 더욱 위대하다는 진실을 전하는 대작이다.
인간이라는 사소하지만 놀라운 존재,
그 모든 한계와 실수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나아갈 수밖에 없다
“세포는 DNA 복제가 벌어지는 그릇이고, 우리가 지구에서 보는 생명체는 모두 하나같이 지금도 DNA를 복제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정의에 따르면 우리 인간은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지구에 존재하는 전체 DNA 중 기껏해야 아주 일부만을 보유할 뿐이다.”
과학자들은 생명 창조가 지구 말고도 다른 곳에서 적어도 한 번은 더 펼쳐졌으리라고 어느 때보다 확신한다. 세포내공생이 일어날 환경이 곳곳에 존재한다면, 우리처럼 복잡한 생명체로 진화할 다른 생명체가 없다는 사실이 더 이상하다는 확신이다. 여기에서도 다시 한 번 우리 인간이 유달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많은 과학적인 실험 결과는 인간의 사랑조차 결국 호르몬에 좌우될 뿐이라는 사실로 귀결된다. 상대방의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 등의 호르몬이 대초원 들쥐와 가까운지, 목초지 들쥐에 가까운지에 따라 바람기를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왜 그토록 서로 다른 다양한 사람이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사랑에 빠지는지 인간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저자는 또한 과학은 ‘왜’ 우리가 여기에 존재하느냐는 물음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여기에 존재하느냐는 물음에 답하는 학문이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왜’를 묻는 종교와는 이미 서로 별개이기 때문에 두 영역을 섞거나 다툴 필요가 없다. 그러나 인간을 중심에 두고 사고한다는 점, 새로운 견해가 일어날 때 경계가 심하다는 점, 그리고 암흑 물질처럼 여전히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 따라서 어떤 맹목적인 믿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등, 과학과 종교의 유사성을 짚어가는 부분은 흥미진진하고 유머가 넘친다.
가난, 영유아 사망, 억압, 전쟁 등, 생명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인간은 이처럼 무수한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자연과 스스로를 망치곤 했다. 그러나 《휴머놀로지》는 인간과 인간이 펼쳐갈 미래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전망한다. 저자는 여전히 다양한 갈등을 빚고 있는 성체성의 문제에 대해서도 이러한 풍부한 다양성을 통해 인간의 유전 형질은 더 강화되었다고 언급한다. 또한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기술을 통해 언젠가는 부모가 자녀의 형질을 선택할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지능, 아름다움, 음악 재능, 공감 능력 같은 특성은 너무나 복잡 미묘해서 인간의 어리석음이 닿지 못할 영역이다. 인공지능은 분명 특정 일자리에 실업이라는 결과를 불러왔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해 발생한 다양한 신사업들이 그 구멍을 대체하고 있기도 하다. 대형 강입자 충돌기처럼, 인간의 과학 기술 능력이 증폭된 신문물 앞에 늘 그 부작용을 우려하고 겁을 먹게 되지만, 인간이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하고 평화를 추구하는 본성으로 인해 아직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이러한 긍정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의 지적인 호기심으로 이룬 과학의 성취와 혜택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지금의 유전과학 발전에 따라 만일 특정 형질에 유리한 선택 압력을 명확히 받는다면, 인간은 한층 더 진화할 것이라는 뜻이다. 인간이 지구에 첫 세포로 모습을 드러낸 뒤 이렇게 살다가 결국 멸종하더라도, 우주 어디에선가 다시 생명은 이어지리라는 저자의 신뢰는 미신이 아니라 다분히 과학적인 결론이다.
저자는 과학뿐만 아니라 교육의 가치와 힘에 대해서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과학으로 인한 산업 발전이 평균적인 가난과 질병의 위협을 어느 정도 퇴치한 이후, 가난이 줄자 교육의 기회가 늘고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이 늘어나 인간은 더 발전하고 생명을 더 고귀하게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인간이 다른 종과는 달리 더 현명하게 환경을 제어할 줄 알게 되면서 세상은 더 풍요롭고 평등해졌다. 그러나 환경 파괴와 절대 빈곤층을 줄이고, 거대한 전쟁의 위협을 줄여가는 노력은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폴로 임무를 끝낸 뒤,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이 아주 놀라운 이야기를 두 가지 들려줬다. “저기 보이는 예쁘고 파란 자그마한 완두콩이 지구라는 사실을 불쑥 깨달았다. 엄지손가락을 들고서 한쪽 눈을 감았더니, 엄지가 지구를 완전히 가렸다. 거인 같은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아주 작디작은 존재라는 느낌이 들었을 뿐이다.” 또 이렇게 말했다. “신비로움은 경이로움을 낳는다. 그리고 경이로움은 인간이 무엇을 이해하고자 하는 욕구의 근본이다.” 아마 종교에도 경이로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존재이고, 또 어쩌면 어디로 가는지를 이해하는 데 가장 많이 도움이 될 것은 결국 과학이다.”
《휴머놀로지》는 인간과 과학이 걸어왔던 길에 대한, 그리고 앞으로도 치열히 살아남으며 걸어갈 길에 대한 상세하고 유쾌한 중간 보고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