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2024년 일본 신서대상 2위에 선정된 《정정하는 힘》은 사상가 아즈마 히로키가 30년 철학의 집대성으로 출간한 《정정 가능성의 철학》의 실천판이다.
철학으로서의 ‘정정 가능성’은 왜 필요하며, 어떻게 개인적·사회적으로 실천 가능할까? 아즈마는 한 사회가 제대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정하는 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잘못을 인정하고 ‘정정’하는 일은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이를 일본 사회와 자신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그 실천 가능성을 들려준다.
그렇다면 ‘정정하는 힘’이란 무엇일까? 아즈마는 과거와의 일관성을 주장하면서 실제로는 과거의 해석을 바꾸어 현실에 맞게 고쳐가는 힘이라고 말한다. 이는 곧 지속하는 힘, 듣는 힘, 나이 듦의 힘, 과거를 기억하는 힘이자 사죄하는 힘, 기업 경영을 위해 필요한 힘이며, 민주주의의 힘이자 대화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철학의 매력을 지탱하는 ‘시사’, ‘이론’, ‘실존’의 세 가지 관점을 통해 잘못을 저지르는 일과 그것을 정정하는 힘에 대한 의미를 묻는 이 책은, 일본 사회와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반면교사, 타산지석으로 보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사회와 나 자신에 대한 이야기로 읽힌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또한 ‘정정하는 힘’이라 하겠다. 지금 나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정정해야 할지 궁금한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정정 가능성의 철학》의 실천판
― 현실 사회에서 정정 가능성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일본의 사상가이자 비평가, 서브컬처에 관심 많은 대중문화 연구가이자 소설가라는 다양한 타이틀을 지닌 아즈마 히로키는 자신의 30년 철학의 집대성으로 《정정 가능성의 철학》을 출간했다. 이 책의 출간 후 저자는 현실 사회에서 ‘정정 가능성’은 왜 필요하고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정정하는 힘》은 《정정 가능성의 철학》에 담긴 핵심 사유를 구체적인 예를 들며 어떻게 정정 가능한 삶이 가능한지를 평이하게 풀어 쓴 책이다.
어느 사회나 현실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철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과거를 재해석해 현시점에서 되살리는 유연한 사상이 있어야 하며,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기 위해 현재와 과거를 잇는 힘이 필요하다. 아즈마 히로키는 이를 ‘정정하는 힘’이라 명명한다. 지금은 자신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고치는 ‘정정하는 힘’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한다.
그는 철학의 매력을 지탱하는 3요소로 ‘시사’, ‘이론’, ‘실존’을 꼽으며 ‘정정하는 힘’을 이 세 관점을 통해 풀어낸다. 먼저 1장에서는 왜 정정하는 힘이 필요한지 현재 일본의 시사 문제를 통해 들려준다. 이론에 해당하는 철학적 측면을 설명하는 2장은 그의 전작 《정정 가능성의 철학》의 해설서 또는 교양판이라 할 수 있다. 3장은 ‘실존’편으로, 실제 자신의 회사 경영 경험 등을 토대로 실제 현실에서 어떤 변화로 나아가야 할지를 들려주는데, 아즈마는 그 해답으로 친밀한 공공권 영역을 만들 것을 제안한다. 4장은 응용편으로 과거 일본이 걸어온 ‘정정하는 힘’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오늘날 일본 사회를 ‘소란스러운 민주주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제3의 길을 제안한다.
이 책은 아즈마가 ‘정정하는 힘’에 대해 구술한 내용을 근현대사 연구자인 쓰지타 마사노리가 듣고 재구성해 한 권으로 엮은 것으로, 아즈마는 이 새로운 출판 형식 덕분에 자신을 새롭게 ‘정정’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20세기 소년》의 만화가 우라사와 나오키에게 “밥 딜런도 정정하는 사람이었어”라는 말을 듣고 큰 힘을 얻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정정하는 삶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2024년 일본 신서대상 2위로 선정되어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것은 계속 정정하면서 자신을 업데이트해 나가는 것이라는 깨달음을 전해주는 《정정하는 힘》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 또한 삶의 소소한 위로와 더불어 계속 정정하는 삶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다.
‘정정하는 힘’은 왜 필요한가?
사람은 누구나 과거를 후회하고 정정해야 할 상황에 놓인다. 그럴 때 우리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할까? 대부분의 인간은 나이 들수록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정정하지 않고 살아간다. 사회 또한 마찬가지다. 정정하지 않는 경직된 사람과 사회는 오래 유지되기 힘들다. 지금보다 좀 더 나은 미래의 나, 그리고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틀린 것을 인정하고 고치는 ‘정정하는 힘’의 복원이 필요하다.
정정하기 위해서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생각 안 하고 성공하기’ 위한 방법론이 넘쳐나는 시대에 생각함으로써 끊임없이 과거와 대화하며 정정하는 삶을 살아갈 것을 제안하는 이 책의 핵심 메시지에 과거를 후회하며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정정하는 힘’이란 무엇인가?
이 책에서 말하는 정정하는 힘이란 과거와 현재를 연결짓는 힘으로, 과거와의 일관성을 유지하면서 과거의 해석을 바꾸어 현실에 맞게 고쳐가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왜 ‘수정’이 아니고 ‘정정’일까? 저자는 ‘수정’은 일본군 ‘위안부’나 홀로코스트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악명 높은 ‘역사수정주의’와 혼동될 수 있기에 ‘정정’ 개념을 채용했다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실재한 역사적 사실을 없다고 하거나 없는 것을 있다고 하는 역사 왜곡은 정정하는 힘과는 거리가 멀다. 마찬가지로 아무것이나 과거와 연결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그 예로 “옛날부터 일본에 민주주의가 있었다”는 주장은 정정 가능한 명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과거와 현재의 연결은 무엇일까? 저자는 오늘날 일본 사회의 구체적인 현상들을 예로 들면서 무엇이 진정한 정정하는 힘인지를 세밀하게 설명해 나간다. 결국 정정하는 힘은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을 끊임없이 업데이트하면서 지속하는 힘이고, 듣는 힘이며, 나이 듦(늙음)을 긍정하게 하는 힘이라 말한다. “나이 든다는 것은 젊었을 때의 과오를 ‘정정’해가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은 큰 울림을 준다.
또한 정정하는 힘은 보수와 진보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민주주의의 힘이자, 조직의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처하게 하는 힘이며, 과거를 기억하는 힘이자 재해석하는 힘, 사죄하는 힘이라 말한다. 특히 자신의 회사 경영 경험과 토크 이벤트 진행 경험, 일본의 서브컬처 문화에 대한 이야기는 정정하는 힘이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아즈마는 말한다. 이러한 정정하는 힘의 철학에는 ‘사실 …였다’는 발견의 역동성이 자리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곧 인문학이라고. 과연 인문학의 무엇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우리를 살아남을 수 있게 하는 것일까? 작가성과 교환 불가능한 고유명사가 될 것, 유연한 사람들의 조직과 모임을 통해 친밀한 공공권을 만들 것 등을 제안하는 아즈마의 주장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반면교사, 타산지석의 관점으로
‘거리 두고 읽기’가 필요한 책
이 책의 옮긴이 안천은 아즈마 히로키의 《일반의지 2.0》, 《약한 연결》, 《관광객의 철학》, 《느슨하게 철학하기》를 우리말로 옮겼으며, 2020년에는 아즈마와 대담한 내용을 《철학의 태도》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바 있다. 이른바 아즈마 히로키에 관한 전문 번역자라 하겠다. 지금까지 번역한 책들이 학술적 베이스의 책이라면 《정정하는 힘》은 일반인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교양서 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옮긴이 서문에서 “과거를 반추하고 재해석해 미래의 자신과 연결지음으로써 내 정체성을 새로이 업데이트할 용기에 아즈마가 붙인 이름”이 바로 ‘정정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일본 사회와 일본인을 대상으로 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 한국 독자들에게 위화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다. 이를 빼고 번역할 것인가, 아니면 있는 그대로 맥락을 살려 번역할 것인가 고민한 옮긴이는 결국 일본의 시사 문제와 구체적인 입장을 원서 그대로 번역해 실으면서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거리 두고 읽기’를 할 것을 권한다. 마치 하이데거가 나치 사상에 영향을 끼쳤다고 그의 철학을 부정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 한국 독자들 또한 사안별로 저자의 시시비비를 판단하고 음미하기 바란 것이다. 이 책에는 옮긴이의 정성이 가득 담겨 있다. 한국 독자들이 본문의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주를 상세하게 달았으며, 우리에게 생소한 일본 인명에는 생년 또는 생몰년을 임의로 추가했는데, 이러한 작은 노력이 이 책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반면교사, 타산지석의 관점에서 읽으면 지금 나와 내가 발 딛고 선 사회에 대한 이야기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 또한 ‘정정하는 힘’이라 하겠다. 무엇을 어떻게 정정해야 할지 궁금한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