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선정에서 들리는 공부를 권하는 노래》 서평
《관선정에서 들리는 공부를 권하는 노래》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이 생각나게 하는 책이다.
이 책에는, 500년 조선왕조가 오래된 교목喬木처럼 속이 썩어 들어가던 시기에 태어나 32세에 망국亡國의 모습을 목도하고 일제日帝 36년을 겪으며 가슴에 품은 한을 후생교육으로 달래다가 광복된 다음 해에 다시 찾은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며 68세로 일생을 마무리한 우국지사의 절절한 국가관, 역사관, 교육관, 문학사상 까지를 엿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고, 그 내용들은 지금 또 열강列强의 이해에 얽힌 분단의 시대에 사는 우리 후생들에게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찾아낼 수 있는 민족정신의 자료이기 때문이다.
1910(경술)년 나라가 일제에 강제 병합된 뒤 당시 지식인들의 처신을 크게 나누면, 하나는 비분悲憤함을 감내하지 못해 자결함으로써 조선조 500년 국가에서 기른 선비의 기개가 있음을 보여서 국민들에게 저항정신을 심어준 경우이고, 또 하나는 국권회복을 위하여 국내와 해외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투쟁에 나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집안을 단속하고 제자를 기르며 전통의 가치와 민족정신을 잃지 않고 확산시키고자 하는 것이고, 나머지는 시세를 따라 적극적으로 적응하며 소위 친일親日하며 사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준으로 보면 이 글의 저자는 세 번째 경우에 해당하는 삶을 살았던 것이다.
저자는 기미己未 독립만세운동 1년 전인 1918(무오)년 40세 되던 해에 서울에 머물면서 총 3장의 노래를 98구절로 저술하였는데, 제1장은 사람의 본성과 학문의 중요성에 대하여 24구절로 노래하고, 제2장은 단군부터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부분을 38구절로 노래하고, 제3장은 인간의 역사 이래로 가장 중요한 것이 교육임을 강조하고 교육의 방향과 중요과제를 36구절로 제시하고 있다. 이 노래를 일제 강점시기에 12년간 후생의 교육에 활용하였고, 광복이 되던 해(1945, 67세)에 가슴에만 품어 말하지 못했던 내용을 보완하여 총 3장 149구절로 증보하여 완성하고 다음 해에 생을 마무리하였다.
증보된 내용을 살펴보면, 제2장 역사부분에서 일제시대에 말할 수 없었던,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역사와 인물들을 소개하고 36년간의 험악한 역사와 일제패망, 그리고 광복된 우리나라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절절한 내용으로 보충되었다. 제3장은 교육 방향과 그에 따른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초고에서 유학儒學의 본령을 강조했던 것을 수정하여 종전의 폐습을 타파하고 실제 세상에 필요한 인재를 길러야 함을 말하고 있다. 진취적이고 실학적인 사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좋은 보물도 흙속에 묻혀 있으면 보물의 값이 없다. 그 보물을 알아보는 사람이 발굴하여 많은 사람이 보물임을 알게 할 때에야 비로소 보물의 값을 하는 것이다. 이 책은 원래 책이 아니었다. 아무도 관심두지 않았던 두루마리 초고를 보고 그 값을 알아본 이후에야 비로소 우리 곁에 가깝게 다가와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를 발견하고 번역하고 자세한 주석과 시각자료를 붙여서 책자로 엮어냄으로써 비로소 ‘노래하여 쉽게 익히게 하고자 한다.’던 선지자 우국지사 겸산 홍치유 선생의 뜻이 오늘에 되살아나 우리 후생들에게 분단 시기의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찾도록 안내하였다.
이런 소중한 자료를 발굴하고 번역하여 출간하도록 지원한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지역출판산업활성화지원사업’의 큰 뜻도 아울러 자랑삼고자 하며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2020년 9월 일. 朴小東(한국고전번역원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