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 지능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시대를 탐구하는 SF 동화
알파고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인 지 채 몇 년이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새 인공 지능(AI) 기술은 우리의 삶 깊숙이 들어와 자리 잡고 있다. 휴대폰의 얼굴 인식 기능이나 음성 인식 스피커를 비롯해, 최근에는 AI 기술을 활용해 편리함을 극대화한 가전제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이 외에도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해 사람처럼 대화하며 고객 응대를 하는 챗봇, AI 기반 콜센터 상담 서비스, 간단한 문진과 환자 안내를 도맡는 의료 로봇, 혼자 사는 노인들을 돌보고 정서적 안정까지 책임지는 돌봄 로봇까지…….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금융, 의료, 법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 지능 기술을 접목한 서비스가 도입되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2040년대 이후에는 인간의 지능에 가까운 로봇이 개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는 등, 인공 지능 로봇과의 생활은 더 이상 먼 미래의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곧 닥칠 현실이 되었다. 『호기심 로봇 로키』는 바로 이러한 ‘딥 러닝’ 기술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하는 AI 로봇 로키와 함께 살게 된 사람들의 좌충우돌 적응기를 재치 있게 그린 SF 동화이다. 대개 SF 속에 등장하는 AI 로봇들은 인간보다 월등한 두뇌와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놀라운 활약상을 보여 주지만, 로키는 인간, 그중에서도 ‘어린이’처럼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성장하는 새로운 AI 캐릭터라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적인 차별점이다.
세상만사를 두루 배우고 호기심을 채울 수 있다면 위험한 모험도 마다하지 않는 열성적인 로봇에게 휘말린 사람들이 겪는 기상천외한 사건을 통해 인공 지능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미래를 한 발 앞서 상상해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이다.
비밀스러운 이웃
호기심 로봇 로키
일촉즉발 위기 상황
환상의 드림팀
신메뉴 고양이 피자
로키피디아와 기억 서랍
동물원 가는 길
계산은 나한테 맡겨
로키가 유튜브 스타?!
멍청한 납치범
로키 구출 작전
마침내 집으로!
나랑 학교 갈래?
못 말리는 호기심쟁이 로봇의 우당퉁탕 세상 탐험기!
호기심이라면 남부러울 것 없이 충만한 열두 살 소년 파울의 레이더에 비밀스러운 새 이웃, 과학자 아담 아저씨가 걸려들었다. 아저씨가 창고에 작업실을 만들어 두문불출하며 실험을 하게 된 뒤로 시도 때도 없이 정전이 되는 데다, 소름 돋는 기이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저씨가 감추고 있는 비밀을 밝히기 위해 기회를 노리던 파울은 마침내 작업실 잠입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꼬맹이 로봇’과 맞닥뜨리게 된다. 귀엽고 앙증맞은 모습,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매력, 그리고 보호 본능을 자극하는 꼬맹이 로봇은 아담 아저씨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스스로 배우는 로봇’이었다. 인공 지능이 탑재된 최첨단 로봇이라고 소개받긴 했지만 이제 막 걸음마를 배워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과 충전이 덜 되어 연신 딸꾹질을 하는 모습이 어쩐지 애처롭기만 하다. 파울은 로봇 키드의 줄임말인 ‘로키’라는 이름을 지어 준 뒤 아담 아저씨를 도와 로봇을 보살피기 시작한다.
호기심을 강하게 느끼도록 프로그래밍된 로키는 말하기, 걷기, 웃기, 장난치기 등을 눈 깜짝할 사이에 배우며 무시무시한 속도로 성장한다. 그러나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아니 수백 개를 깨우치는 로키에게 좁은 작업실 안을 맴맴도는 것은 갑갑하기만 한 일! 호기심이 이는 일을 발견하면 무작정 직진부터 하고 보는 로키는 파울의 방, 길거리, 피자 가게, 동물원 등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기 시작하고, 로키의 이런 자잘한 가출과 모험은 엄청난 나비 효과를 몰고 오게 된다. 야심찬 동료 과학자와 손잡은 악당들이 로키의 뒤를 집요하게 쫓기 시작하자 이에 맞서 로키를 지키기 위해 파울, 아담 아저씨, 지나 누나를 비롯한 피자 배달꾼들, 심지어 성질 고약한 길고양이 떠돌이까지 합세하는 바람에 그야말로 진땀나는 한바탕 대소동이 일어나는데……. 똑똑한 것도, 사고치는 것도 역대급인 핵인싸 로봇 로키의 세상 탐험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인간적인 매력이 물씬 풍기는 로봇과의 따뜻한 공존을 상상하다
로키가 호기심을 느끼는 분야는 지식과 정보에만 한정되어 있지 않다. 사람의 감정, 개성, 그리고 저마다 다른 색채를 띠는 관계에까지 면밀하게 관심을 쏟고, 이를 자신의 상황에도 유연하게 적용한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이기만 할 것 같은 로봇에게서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물론 이는 파울과 파울 엄마, 아담 아저씨 등 주변 인물들의 헌신적인 애정과 노력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집을 뛰쳐나와 축제 행렬에 휘말린 뒤 길을 잃은 로키는 파울이 자신을 찾아 아담 아저씨에게 데려다준 순간을 소중히 기억한다. 그리고 이 경험은 훗날 거리에서 애타게 울부짖는 동물을 찾아 가족에게 데려다주고자 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인 존재를 자발적으로 돕는 선의로 이어진다. 또한 주변 사람들과의 끈끈한 관계는 로키가 악당들에게 납치된 뒤에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지를 발휘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이렇듯 『호기심 로봇 로키』는 인간과 로봇이 더불어 사는 유쾌한 모습을 보여 주면서 이들 사이의 유대감이나 관계, 로봇 윤리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보게끔 해 준다. 무엇보다 인간의 삶과 일자리를 위협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관계로 그려지곤 하던 미래 사회 속 인공 지능 로봇과의 공존이 이처럼 사랑스럽고 포근한 풍경을 보여 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재치 있는 상상력을 통해 넌지시 전하고 있다. 독자들은 호기심쟁이 로키에게 휘말려 정신없이 모험을 하는 동안, ‘인간다움’의 가치는 물론이고, ‘호기심’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지, ‘배움’이 그 자체로 얼마나 즐겁고 유용한 것인지, 또 종은 물론이고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를 뛰어넘어 교감하는 우정의 의미 또한 찬찬히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머릿속 기억 서랍 속에 차곡차곡 채워 넣어 필요한 순간 펼쳐 보며 힘을 얻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