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지아이들 165권. 아이들의 일상과 소소한 감정까지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게 담아낸 강인송 작가의 첫 작품집이다. 첫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탄탄하고 안정된 문장, 재치 있는 입담으로 아이들의 심리와 상황을 맛깔나게 표현했다.
학교를 중심으로 한 네 편의 이야기에는 자신이 주인공인 듯, 아이들이 공감할 만한 짝사랑, 약점 극복, 장래 희망, 우정 등 일상의 소재들을 짜임새 있게 담아냈다. 특히 생각지 못한 반전과 예측을 뛰어넘는 유쾌한 결말이 무척 흥미로워 읽는 내내 독서의 즐거움에 빠져들게 만든다.
「곱슬곱슬, 곱슬 사랑」
아빠를 닮아 악성 곱슬인 오슬이. 새 학년 새 교실에서 만난 친구들에게 으레 “오슬이 너, 파마한 거지?”라는 질문을 받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오슬이가 좋아하는 권초아의 이상형이 분홍색이 잘 어울리고, 생머리인 남자아이라니. 그렇다면 분홍색 옷을 즐겨 입고 젖어 있어도 말라 있어도 늘 찰랑찰랑 생머리인 이강준을 좋아한다는 건데…… 체험 학습을 떠나는 날 오슬이는 매직기로 공들여 머리를 피고, 분홍색 티셔츠도 준비했다. 그리고 드디어 권초아에게 고백하려는데 갑자기 비가 오는 게 아닌가?
「오늘도 수줍은 차마니」
2.1킬로그램 미숙아로 태어난 마니. 부모님의 소원은 건강하게만 자라는 것이었다. 이제 부모님이 “건강한 네가 우리 집 자랑이야, 자랑!”이라고 할 정도로 마니는 정말 튼튼해졌다. 하지만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한 걸까? 열두 살 때 170센티미터가 넘게 훌쩍 크더니 어깨만 살짝 부딪쳐도 상대방이 나가떨어지기 일쑤다. 이를 눈여겨본 럭비 교실 선생님은 ‘어깨왕’ 마니를 럭비부에 영입하려 하지만 싸우는 게 싫은 평화주의자 마니는 한사코 거절한다. 엄마까지 설득당해 할 수 없이 참여한 럭비 친선 경기. 그 경기에서도 마니는 여지없는 어깨왕의 실력을 보여주는데…… 마니는 과연 럭비부에 들어가게 될까?
「지오가 웃던 순간에」
요리를 배우기 시작한 아빠 덕분에 아침밥을 든든히 먹게 된 루아. 그날의 화근은 아침을 배불리 먹고도 튀김 소보로빵과 우유를 먹은 것이다. 배가 꾸륵댔지만 학교에 무사히 도착하고 들은 뉴스는 재희가 아침에 학교에서 똥을 쌌다는 것이다. 똥쟁이라고 놀림 받을 게 뻔한데 학교에서 똥을 싸다니! 루아도 놀림에 한몫 거들었지만 뭔가 심상치가 않다. 배 속에서 무언가들이 나가게 해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게 아닌가? 하지만 배 아픈 것도 참고 신나게 축구를 하다가 운동장 한복판에서 대자로 쓰러지고 말았다. 친하지도 않은 공지오의 부축을 받아 간신히 도착한 보건실 옆 화장실. 하지만 또다시 루아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피어나, 화영」
아빠의 영향으로 꽃을 사랑하고 꽃꽂이에 관심이 많은 화영이. 드디어 체험 활동 시간에 기다리던 플로리스트반이 생겼다. 강사 선생님이 스크린으로 보여 주는 꽃의 이름과 꽃말까지 다 알고 있는 화영이는 얼른 제 손으로 예쁜 꽃다발을 만들어 엄마한테 주고 싶다. 선생님은 생화로 만들기 전에 종이꽃을 나눠 주었다. 화영이에겐 노란 프리지아와 흰 프리지아. 짝궁 애서에겐 붉은 수국과 흰 안개꽃. 화영이는 최선을 다했지만 엉성한 꽃다발이 되어 버린 반면 꽃에는 별로 관심도 없어 보이는 화영이 꽃다발은 정말 예뻤다. 꽃을 사랑하는 자신과 꽃을 건성건성 대하는 화영이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수업을 마치고 애서는 불쑥 자신의 수국 꽃다발을 화영이에게 내민다. 화영이는 그 꽃다발을 받아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