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서라벌 여성 멀티플레이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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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의 [서라벌 사람들]은 5편의 연작소설 형태이다. 군(君), 신(臣), 창건, 무속, 종교, 거인족, 부계혈족, 모계혈족 등등 문학적 상상력과 신화, 역사적 토대와 소설적 허구가 깔끔하게 만난 유쾌한 소설이다. 그래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심윤경 작가의 펜 끝에서 창조된 서라벌 사람들은 작가의 자평처럼 ‘선데이 서라벌’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작가는 왜 이 소설을 ‘선데이 ...’라고 자평했을까? 서라벌 사람들의 우주질서 제자리잡기의 통로가 ‘성적교합’ 이라서였을까? 만약 그렇다면 이는 작가의 오류이다. 지금 TV를 틀어보라. 화면에 나오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가슴과 배꼽을 훤히 드러낸 것은 물론 가려진 부분보다 보여지는 부분이 압도적으로 많다. 게다가 남녀가 밀착하여 거침없이 웨이브 ~. 이런 야한시대를 성적 불감증마냥 천연덕스럽게 잘도 적응하고 사는 독자들에게 서라벌 사람들의 성적교합은 제사 의식일 뿐이다. ‘선데이 ... ’적 문학적 모티브로 독자에게 접근하기엔 지나치게 정갈한 의식이다. 하여 ‘선데이 ...’가 성적교합이나 원효대사의 헤드 빙 정도라면 ... 아나운서의 훤히 드러난 가슴이 자연스러운 이 시대 독자들에게는 선정성에서부터 역부족이다.

오히려 나는 가부장적인 왕권체계에도 불구하고 청춘남의 묘사는 아름답기 그지없게 창조해 내고 말년의 남성들을 기괴하리 만큼 폄하한 작가의 의도가 궁금하다. 무열황제의 기괴한 풍모라니 ... .

그에 비해 청춘녀들의 호방함과 지혜로움은 그 왜소한 체구와 가녀린 아름다움은 물론 카리스마가 넘친다. 등장하는 서라벌 여성들은 그 신분이 황족이거나 기생이거나를 가리지 않고 우주의근원이요 질서 그 자체로 묘사되어 있다. 연제태후, 애혜, 노리혜, 신궁 제주, 선덕황제, 천관녀에 이르기까지 하나 하나의 여인상들이 서라벌 여성 멀티플레이어들로 살아 숨 쉬고 있다. 더욱이 작가의 깔끔한 필체는 이 서라벌 여성 멀티플레이어들을 거칠게, 혹은 무겁게 독자에게 떠안기는 것이 아니라 아주 자연스럽게 가랑비에 옷 젖듯이 살짝 ~ 가볍게 소개한다. 작가로부터 그녀들을 소개 받은 나로서는 어찌나 유쾌하고 즐겁던지.

이 소설 [서라벌 사람들]에 등장하는 남자군상들을 따라가며 감상해보고, 여성 멀티플레이어들을 따라가며 감상해보라. 남성들은 여성들의 꼭뚜각시임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역사적 군(君)상들이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꼭두각시 - 여성 멀티플레이어들의 허k상으로 재창조된 절묘함이라니 ... 이 관점에서라면 [서라벌 사람들]은 ‘선데이 ... ’감이다.

오랜만에 즐거운 소설적 허구 - 역사적 허구 - 창조적 허구와 만난 즐거움을 만끽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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