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사학과 한국고대사]
일제가 만든 식민사학이 우리 국민에게 끼친 영향력과 우리나라 역사에 미친 영향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싶었다.
식민사학과 대한민국의 고대사는 무슨 연관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어렴풋이 알고 있는 '식민사학'의 정의를 좀더 명확하게 알고 싶었다.
사전을 뒤져봐도 식민사학에 대한 명쾌한 정의는 찾을 수 없었다.
이것은 내가 [식민사학과 한국고대사]를 만난 이유이다.
이러한 궁금증을 안고 이 책을 펼쳤다.
서문은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대학에 몸담고 있는 교수들이 자기네 집단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조작하고 왜곡한다는 게,
더군다나 일제가 자기들 편하게 만들어 놓은 식민사관의 틀에 우리 역사를 담아서 가르친다는 사실은 믿기 어려웠다.
식민사학의 영향을 받은 자들이 대한민국 고대 사학계를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도 충격이었다.
지금은 일본의 식민지가 아닌데 무슨 이유로,
해방된 대한민국에서 왜 이러한 일이 일어나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해방된지가 언제인데 아직까지 식민사학을 심는 사람들이 있다니.
그리고 그런 자들이 활개치고 다니게 왜 가만 놔두는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저자는 복잡하고 유서 깊은 그 이유에 관해 쉬운 언어로 다듬어서 독자를 이해시키고 있다.
그의 살아 있는 경험담과 예화는 설득력을 높여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일조를 한다.
'식민사학'이란 역사를 통해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만들어진 역사학을 일컫는다.
식민사학의 뿌리는 고대사와 직결되어 있고, 고대사는 각 시대사 가운데 사료가 적어 조작하기 쉽다고 한다.
일제가 만든 식민사학의 구조를 이해하려면 반드시 고대사를 살펴보아야 하는데,
대한민국의 고대사는 황국사관과 식민사관에 찌든 일본의 연구 성과를 그대로 베끼고 있다고 한다.
식민사학의 영향을 받은 학계의 원로들이 살아 남으려면,
자신들이 키운 제자들이 학계를 장악해야하고 굳건하게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세력이 모인 집단이 한국 고대사 학계의 기득권층이다.
한국 고대사 학계에 몸담은 지 15년이 되어가는 저자는 한마디로 아웃사이더인 셈이다.
그는 고대사 학계의 비리와 병폐를 누구보다 잘 하는 한국 고대사의 전문가다.
이 책은 젊은 학자가 학문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포장된 원로와 선배, 동료들의 역사왜곡과 비리를 폭로하고 있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이,
그것도 젊은 학자가 그 계통의 대표겪인 원로 학자들의 이름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그들을 실랄하게 비판, 고발하는 것은 위험천만한 행동이다.
교수라는 그의 직업까지도 위태롭게 만드는 모험일지도 모른다.
나는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고대사 학계의 식민사관과 모든 문제점을 고발한 저자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학계의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억울함 때문일까,
자신의 학풍을 잇지 못하는 울분일까,
식민사관에 물든 자들이 그의 앞길을 막기 때문에,
아니면 대한민국 고대사를 바로잡기 위해서일까?
그렇다.
대한민국 고대사를 바로잡아 다시 쓰기를 바라는 저자의 애타는 심정을 충분히 느꼈다.
어찌보면 달걀로 바위치기나 매한가지지만, 그 출발선에 이희진 교수가 서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그를 응원할 것이다.
그와 생각을 같이하는 많은 학자들이 그와 더불어 연구하고 새롭게 고대사 학계를 변화시키기를 바란다.
그에 주장에 따르면 아주 꿈같은 바램이지만, 어려울 뿐이지 불가능한 것은 아니리라.
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 교수들의 이름이 그대로 공개되어 적잖이 놀랐으나, 일면 시원한 감도 없잖아 들었다.
이 책을 그들이 읽는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 생각하니 씁쓸한 웃음이 번졌다.
식민사관을 넘어서기 위한 책 임에는 분명하나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다르게 구성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식민사학이 우리에게 준 영향과 잔재,앞으로의 과제와 대책 등을 다루었으면 공감대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