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쓰라
어렸을 적부터 역사, 세계사에 약했던 이유로 역사서만 펼치면 편안하게 독서를 즐기지 못하고 교과서를 잡은 듯 공부하는 자세가 되곤했다. 이번에 이이화님의 '조선인은 조선의 시를 쓰라' 서평을 신청하게 된 첫번째 이유는 워낙 취약했던 역사에 대해 더 배우고 싶은 욕심에서였고 두번째 이유는 제목에서 풍기듯 내가 모르는 옛사람들의 시(한시를 포함한)를 많이 읽어 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였다.
더 배우고 싶은 역사는 너무나도 생소한 인물들과의 만남과 그를 둘러싼 시대적 배경에서 충족되었고
옛사람들의 시에 대한 기대는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난 조.선.인.이 아닌 조.선.의.시.때문에 선택한 책이었기 때문에...
이 책은 단순하게 보자면 위인전쯤으로 생각할 수 있고, 조금 깊이있게 받아들이자면 숨겨진 역사인물의 대발견 정도로 볼 수 있다.
1부의 변계량, 서거정, 김시습, 임제, 허균은 역사책에서 몇 번쯤은 만나본 적 있는 인물들로 작가는 이들을 우리나라 문학의 지평을 연 문인들로 추대하고 있다.
2부에서는 대표적인 규방문학의 황진이, 허난설헌, 계생의 삶과 시를 볼 수 있다. 유명한 황진이의 시를 다시 한 번 읊어 보는 것도 즐거웠지만 평범한 아녀자 허난설헌과 처음 알게된 계생의 시를 읽어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3부에서는 김삿갓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민중시인 장혼, 조수삼, 김삿갓, 정수동의 시세계를 만나게 된다. 중인 출신으로 당시 서민들의 애환과 고통을 함께 나누며 토해낸 시라서 뜨겁게 가슴에 와닿는 그 절절함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4부의 이인직, 이상화, 한용운, 홍명희, 최남선은 저항과 변절로 현대인에게 그들의 시세계마저 희비의 곡선을 그리고 있는 식민지 시대 문인들로 여기서 작가는 그들의 문학세계보다 이데올로기적 사상과 배경에 촛점을 맞춰 조금은 실망스러운 부분이었다.
5부에서는 아주 특별한 예술가 신재효, 이원영, 송만갑, 정율성, 심사정, 최북, 나운규의 삶과 예술을 볼 수 있다. 역사만큼이나 잘 알지못하는 음악과 미술분야에 뛰어난 인물들을 알게되서 반가웠다.
인류 역사상 인간이 만든 최고의 발명품은 문자라고 한다.
문자가 있었기에 기록이 가능했고 신화를 넘어 역사가 가능하지 않았을까.(물론 신화가 역사에 포함될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문자가 모든 사실을 말해주지는 않는다.
남겨진 모든 문자 또한 인간이 남긴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 있어서 역사학자의 사관와 가치관은 후세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실로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부족한 사료에도 불구하고 오래된 문자와 씨름하며 한 인물의 역사를 위해 현장답사까지 마다하지 않으신 이이화님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쉽고 재미있는 문체로 역사의 대중화를 이끈 이러한 역사학자분들 덕분에 어렵게만 느껴지는 역사와 좀 더 친해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하지만 제목과 내용의 부조화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것은 사실이다.
한 작품을 이야기할 때 이를 만든 인간의 삶도 함께 이야기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작가의 말에 공감한다. 또한 대중이 잘못 알고 있는 역사의 오류를 바로 잡고 묻혀진 뛰어난 인물을 알리고자 하는 역사학자로서의 소명 또한 이해못하는 바 아니지만 인물의 출생이나 성장과정등의 배경에 너무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않았나 싶다.
그 보다 평소에 접할 수 없었던 문학세계나 작품을 더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예를 들어 서거정의 '골계전'을 만났을 때의 신선함이 그 안에 있는 많은 이야기의 감동으로 이어졌더라면 제목을 보고 선택한 독자들에게 충분한 기쁨이 되지않았을까 하는 점이다.
물론 출판사측의 전략적인 카피일 수도 있겠지만 좀 억울해하는 독자도 있을거라는 우려는 나만의 쓸데없는 걱정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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