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식민사학과 한국고대사
동북공정으로 나라가 떠들썩 했었다. 요즘은 북한 핵 문제에 밀려 뭍혀지고, 또 경제위기에 눌려 잊혀져 간다. 그러나 국가의 가장 큰 목표중 하나가 바로 영토를 지키는 일이다.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우리가 살아온 삶의 질곡이 아무리 아파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민족적 자긍심을 가지고 지켜야 할 역사와 국토이다.
사람들은 말하기도 한다. 과연 민족이라는 것이 실체가 있는 것인지, 흐르는 세월에 따라 합쳐지고 쪼개지면서 바뀌어가는 국가란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국민국가라는 개념이 생겨난 것 자체가 비교적 근세의 일이 아닌가라고...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까마득한 과거의 고대사쯤이야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이 바로 역사의 중요성이다. 역사. 그리고 특히 고대사는 단지 까마득한 과거의 일뿐만은 아니다. 그 역사는 바로 오늘날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국사관에 미쳐 날뛰며 젊은 목숨을 어이없이 버려가던 일본인들의 삶을 생각하면 역사라는 것이 가지는 힘의 무서움을 느낄수 있다.
우리나라가 식민통치에서 해방된지 벌써 오래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건국 60년 기념 행사를 치루었다. 그런데 아직도 식민사학이 우리나라에 남아있다고 설명하는 이 책은 참으로 놀라운 책이다. 그까짓 식민사학정도는 벌써 극복해버렸고, 지금은 동북공정에 맞서서 북으로 북으로 우리의 민족적 자존을 펼쳐가는 시대라는 생각을 막연히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가 비분강개한 목소리로 꾸준히 설득하는 이 책을 차분히 읽어보면 어떻게 식민사관이 지금까지도 살아남아 있는 것인지, 얼마나 식민사관을 추구하는 세력들이 우리나라의 고대사학계에 뿌리깊게 자리를 내리고 있는 것인지, 이렇게 민족적 자긍심이 필요한 시대에 그들이 미치고 있는 해악이 얼마나 큰 것인지, 또 저자같은 사람이 겪었을 수모와 고통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일반인이 읽을수 있도록 무척 쉽게 쓰여진 책이다. 그러나 약간 지나칠 정도로 논리정연하게 쓰여져 있기도 하다. 책을 읽으면서 그 이유를 깨닳을 수 있다. 저자가 자신의 답답한 가슴을 독자들에게 확실하게 전달하고픈 간절한 마음이 책의 페이지마다, 줄마다에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큰 공감을 느꼈는지 알 수가 없다.
저자와 반대진영에 선 사람들의 논리를 들어볼 필요가 있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논리가 어떻게 그렇듯하게 들릴지라도 이 책의 저자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의 가치는 결코 퇘색하지 않을 것 같다. 식민사학이 어떻게 오늘날 실증주의 사학이란 이름을 뒤집어쓰고 학계의 주류행세를 하게 되는지의 과정이 너무나 일목요연하게 나와 있기 때문이다.
민주화시대를 지내면서 역사를 보는 눈이 많이 달라졌고, 학교에서 배웠던 역사를 모두 거꾸로 생각하라는 이야기들이 이미 철지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고대사에 대한 부분에서는 그 뿌리가 너무도 깊은 학파들이, 교묘한 탈을 쓰고 주류행세를 하고 있는 현실을 철저하게 깨달으면서 이 책을 쓰면서 비분강개했을 저자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지 않을수 없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