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조선의 선비, 귀신과 通하다.
여름이 되면 극장엔 한두편씩 공포영화가 개봉되고 귀신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책들이 붐을 이룬다.
어릴적 전설의 고향을 볼때마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엄마뒤에 숨어 겨우 보던 일들은 누구나 한두번 경험해봤을
일이다.
이처럼 사람들에게 귀신의 존재를 믿느냐 안 믿느냐 물어보면 대부분 귀신이 어디 있냐고 반문할 테지만
속으로 생각해보면 이런 영화들이나 책을 보면서 무서워하는 것은 귀신의 존재를 어느정도는 믿는다고 볼수 있는 행동인 것이다.
처음 이책의 제목을 보면서 예로부터 전해내려오는 귀신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에 대해서 적어놓은 책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읽다보니 생각보다 깊이있는 내용이 들어있어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요즘도 자세히 보면 주택가나 아파트 에도 한두집씩 점집이 있고 나 또한 몇년전 굿을 해본 경험이 있어
아예 없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가끔 불을 끄고 깜깜한 곳에 있으면 누군가 쳐다보고 있는 건 아닐까 구석에 무엇이 있지는 않을까 겁이 난다.
그렇다고 살면서 잘못한 건 없는데도 이상하게 귀신이 있을거 같고 뒤를 따라오고 있는 건 아닐까 무섭다.
하지만 귀신이라는 존재가 단순히 서민들사이에 전해내려오는 그런 무속신앙속에만 존재하고 있는 건 아니다.
대대로 유교를 믿고 선사시대에도 하늘에 제사를 지내고 제물을 올리고 심지어 조선시대의 유학자들도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 규명하고자 많은 글을 썼고 나름대로 음과 양의 원리에 기초해 귀신을 설명해놓은 글도 많다고 한다.
조선시대 귀신에 대한 정의를 내렸던 대표적인 학자를 보면 남효온, 김시습, 서경덕, 이황과 이이, 임성주, 정약용등 대표적인 유학자들이
많은데 과연 이들은 어떤 정의를 내렸을까?
유학자들은 귀신이 반드시 있다고 믿는 전제하에 각자 논설을 펼쳤는데
남효온은 " 내가 일찍이 들으니, 鬼(귀)란 것은 돌아갈 歸(귀)자의 뜻이요, 神(신)이라는 것은 펼 伸(신) 자의 뜻이라 한다.
그렇다면 천지 사이에 와서 펴는 것은 모두 신(神)이요 흩어져서 돌아가는 것은 모두 귀(鬼)라고 할 수 밖에 없다. "
전체적으로 귀신의 정의를 내린것을 보면
첫번째 귀신은 천지만물이 모두 귀신이다.
두번째 자손은 조상의 혼을 부를수 있다, 세번째 한맺힌 기와 비정상적인 귀신
이렇게 본다면 우리는 이제까지 귀신을 뭔가 한맺힌 것이 저승에 가지 못하고 이세상을 떠도는 존재로만 생각해 무서워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 정의에 빗대어 매년 돌아가신 날 제사를 정성껏 모셔야 자손이 해를 입지 않는 다는 생각도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고.
저자는 논문의 주제로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 조사해보기로 하고 이런저런 책과 귀신담등을 조사하면서
단순히 서민들 사이에 내려오던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유교를 깊이있게 연구하던 학자들부터 왕에 이르기까지 귀신이란 존재에 관심을 가지고 여러 생각을 펼치던 사람들이
많았던 만큼 각각 개인의 생각대로 음양의 원리에 맞추어 설명해놓은 글들이 많은것 같다.
항간에 떠도는 많은 귀신담들도 다루고 있는데 귀신담의 주인공은 대부분 여자이고 아무래도 사회적으로 약자에 크게 목소리를 낼수 없었던 분위기,
음의 기를 가졌다는 유교적 입장에서 무언가 안좋은 일을 당하면 피해를 보는것은 여자였기 때문에 한을 가진 귀신으로 많이 등장했다고 본다.
단순히 흥미거리의 귀신을 다루기보단 무언가 오랜 세월 우리가 무의식중에 느끼고 있던 귀신이란 존재와 토속신앙등
사람들의 기원을 하던 의미와 대대로 내려오던 염원등 기본적인 것들도 다루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무엇보다도 학자들이 이런 이야기들을 했다는 사실들이 재미있고 좀더 깊이있는 이야기들을
읽을수 있어서 흥미로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