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선비, 귀신과 통하다 : 조선에서 현대까지, 귀신론과 귀신담

어릴 적 할머니가 들려주셨던 흥미진진한 귀신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귀신보다도 사람들이 나빴던 이야기, 억울하게 죽어 원한을 갚을 길이 없어 귀신이 되어 나타나는 처녀 귀신, 신분 높았던 아가씨를 짝사랑했던 총각 귀신, 사람에게 입은 은혜를 죽어서 갚는 동물들이야기 등 오싹오싹한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날밤 화장실에 못간것은 당연한것이었던 어린시절이었다. 매년 여름철만 되면 TV에서 방영되던 전설의 고향과 같은 귀신물이 인기리에 방영되는걸 보더라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귀신에 대한 관심이 많다. 이에 편승하여 퇴마사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영화뿐만 아니라 소설 등 여러매체를 통해 인기리에 대중에게 다가온 적도 있었다.

최근에는 TV의 모 프로그램으로 유명해진 '속초 귀신’, ‘자유로 괴담’ 등 인터넷에는 귀신 이야기가 화제가 되었었 다. 과거 방영된 '전설의 고향’의 귀신들의 면면을 보면 저마다 탄생의 이유를 갖고 있다. ‘전설의 고향’의 귀신들은 거의 대부분이 사회적인 억압의 대상들이다. 노비에게 강간당한 후 무참하게 살해된 아랑의 전설처럼 원혼귀는 사회의 모순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억울하게 죽은 자들의 사연은 이야기 속으로 들어와 그 억압을 풀어헤치려 하고 그 안전한 방법은 귀신을 선택하게 된 것으로 누군가를 무섭게 하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 자신의 억압된 감정의 표현이다. 그리고 그 표현을 누군가 듣고 이해하게 됐을 때, 귀신의 저주는 끝이 난다는 이야기구조이다.



귀신은 사회적 모순과 억압된 심리를 대변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의식, 즉 삶과 죽음의 원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특히, 한국 문화에서 귀신은 죽은 자의 영혼이라는 개념을 넘어서 종교,사회,정치,문화적으로 깊은 의미를 내포한다.(저자의 서문 중에서)



이 책의 저자 장윤선은 국문과 대학원에 진학하면서 신화를 공부하기 시작했으며, 이론적인 공부보다는 신화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는것을 즐겨하며 석사논문을 황해도 굿에 관련된 무가를 주제로 하여 석사논문을 썼으며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귀신담을 주제로 삼아 박사논문을 쓴 그야말로 귀신박사(?)라 할만한 분이시다.

저자는 조선조에 회자된 여러 귀신 이야기를 소개한다. 괴물같은 귀신, 원혼, 조상 귀신 등을 보여준다. 귀신이란 결국 생전에 받지 못한 사랑을 받기 위해, 혹은 더 많은 사랑을 주기 위해, 인간 세상을 떠나지 못한이 책의 저자는 귀신이 출몰하는 곳에는 귀신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사람들의 처절한 사연이 숨겨 있고 귀신담은 단순히 우리 주변에서 일어난 끔찍한 사건을 허구로 구성한 것이거나, 보복욕구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된것만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본인이 직접 겪지 않았다 하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은 가까운 이에게서 직접 귀신을 경험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런 귀신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은 옛날에도 있었다. 이 책은 조선 선비들과 귀신 이야기를 연관시켜 재밌게 풀어냈다. 김시습, 남효온, 이황, 이이, 서경덕 등 명망 있는 조선의 유학자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귀신은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저마다 귀신론을 펼쳤다. 조선조에 회자한 여러 귀신 이야기, 즉 괴물류의 귀신, 원혼 귀신, 조상귀신 등을 다양하게 소개한다. 우리가 흔히 ‘귀신’하면 두렵고 무서운 이미지만 떠올리기 쉽지만, 우리의 삶을 보살피는 따듯한 조상귀신도 있음을 주목한다.



조선 시대 뿐만 아니라 저자는 개인적으로 겪은 일상의 귀신들도 소개한다. 귀신에 씌어 죽을 고비를 넘기고 살아난 친척 이야기, 귀신과 연루되어 친구들이 겪었던 사건, 동네 시장 할아버지의 신기한 체험 등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귀신들 이야기다. 이 책을 읽고난 후 첨단과학의 시대를 사는 오늘날에도 귀신은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게되었다. 저자의 말처럼 억울한 죽음을 당한 장소의 주변에는 귀신이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이유 등에 대한 수긍이 가는 점이 분명 있었다. 아뭏튼 이 책은 저자의 귀신에 대한 박식한 지식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귀신에 담론이 내포한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가를 감동적으로 풀어내며 오늘날과 조선시대, 서로 다른 시대이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하나의 문화로 귀신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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