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라쿠 살인사건]치밀한 구성의 미스터리 살인사건

제법 샤라쿠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을만큼 우리에게도 일본의 화가가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는 소설들이 출간되었었다. 그가 사실은 한국의 김홍도였다느니, 신윤복이었다느니 하는 추론들로 미스터리 소설들이 나오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어느해 보다 컸었다.

과연 그는 누구인가? 이미 200년이 지난 일을 밝혀내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꼭 알고싶고 밝히고 싶은 진실을 찾아가는, 길지만 깊이있는 여정 속에서 일본의 풍속화와 미술계의 모습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이야기는 우키요에(풍속화) 미술의 두 그룹 간의 질투와 불신에서 시작된다.
미술에 대한 이야기인 만큼 200여 페이지를 읽는 동안 일본 미술에 대한 지리한 설명이 계속된다.
비슷비슷한 이름의 등장인물, 이해되지 않는 시대와 전문 용어들로 쉽지않은 독서였음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것이 독서의 매력이지 않을까? 입에 맞는 음식도 있지만, 몸에 좋은 음식도 있듯이...

주인공 츠다는 어느날 우연히 손에 들어 온 화집 하나로 샤라쿠의 정체를 밝힐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단서들을 찾아 나선다. 스승인 니시지마 교수가 몸담은 '에도 미술협회'와 등지고 니시지마의 경쟁상대이지만 과거의 친밀했던 친구 사가 아츠시가 몸담은'우키요에 애호회'와 가까이 지내는 고쿠후 선배의 도움을 받는다. 이미 사가 아츠시는 투신자살을 한 이후에.
샤라쿠가 누구인지 알고자 할 수록 의문은 쌓여만 가고 남은 증거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다, 츠다는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하며 샤라쿠의 존재를 밝혀내기에 이른다.

그러나, 츠다의 연구결과를 탐낸 니시지마 교수는 자신의 연구로 공표할 것을 넘겨 받은 후에 방화로 추정되는 사고로 목숨을 잃게되며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게 된다.

사건의 발단이 있기까지 참으로 먼 길을 기다리 왔던 것 같다. 내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니 역사적인 사실들이 쉽게 다가오지 않았으나 두 번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누가, 언제 그린 그림이냐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는 그림 가격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음모와 참혹한 현실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재미는 붙는다. 어떻게 꾸민 일일까? 누가 어디서 부터 조작한 것일까를 생각하며 빠르게 전개되는 뒷부분에서야 여유있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제대로 앞부분부터 이해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면, 잘 짜여진 구성과 반전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강력히 두 번 읽을 것을 추천한다.
나 역시 책을 덮는 그 순간이 비로소 책을 읽을 시간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펼쳐 들었다.


치밀하고 정밀한 미스터리 소설을 제대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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