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라벌 사람들 (다른데는 다 올리고 여기만 안올렸네요 죄송)
선데이 서울’이라는 잡지를 안 읽어본 40대가 있을까? 개중 많은 30대도 이 잡지에 엃힌 추억은 상당수있을 것이다. ‘삼한땅 골짜기 마다 날고 뛰는 슈퍼스타들을 취재한 선데이 서라벌’ 이라는 부제 아닌 부제를 들고 나온 책이 바로 ‘서라벌 사람들’이다. 이렇고 보니 어찌보면 굉장히 통속이요, 그시대의 선데이 서울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이 봐서는 안될 무슨 금서 같은 생각도 잠시 들지만 막상 책장을 넘기다 보면 탐독하는 어린 아이처럼, 앞장과 뒷장의 연결이 궁금하고 일렬로 쭉 펴놓고 한눈에 보고 싶은 충동을 느낄 만큼 신선하고 눈앞에 그림을 그리듯 상상하게 된다.
정말 이렇게 살았을까? 유교가 지배하고 불교가 지배하기 전 우리나라, 신라 서라벌 인들은? 물론 책속에 나오는 것처럼 유물들을 보면 그런 기운이 없다고도 볼 수 없지만 과연 책속에 서술 되듯 이렇게 자유롭게, 신과 가까이서 직접 소통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적인 것을 중시 여기고, 성을 숭상하듯 표현하고. 행 혹은 불행을 생각하는 모습이 정말 우리 조상들의 모습이었을까? 이것이 오로지 작가의 상상이건 아니면 실제의 기록과 많은 가설위에 짜여진 단순한 허구이든 기존의 우리가 가진 조상에 대한 이미지와는 발칙스러울 만큼 상큼하게 다르다. 그러면서도 거부감이 없는 것은 그것이 아마도 인간이 가진 태초에 가까운 모습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의 서두를 장식하는 연제태후의 이야기부터 이 책이 그리 단순한 상상력으로 빚은 책이 아니라는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책을 읽어 나가다보면 작가적 상상력과 예리한 역사적 관점 그리고 풍부한 야사와 정사를 넘나드는 지식으로 단단하게 다져졌다는 답으로 결론을 내리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마지막에 천관사에 이르러 보면 김유신과 천관녀의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나 원효대사의 법회에서 화랑이 악기를 연주하고 화주들이 춤을 추는 장면 등은 그런 모든 것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절정을 느끼는 순간 나는 이미 황룡사의 커다란 마당에 원효대사의 법회를 보려고 몰려든 수많은 군중속에 하나였다.
우수수 낙엽소리에/ 나직한 발소리/ 섞여 다가오는 것 아닌가?/ 뛰는 가슴 누르고/ 귀기울여도/ 문고리는 흔들리지 않네/ 아아 그리운 마음이 / 귀를 속인 듯하여
신라의 낭주들이 부르던 노래가사다. 이 노래는 시대흐름상 어렵고 복잡한 노래가사에 외면을 받게 되는데 어떤 복잡하고 유려한 단어들이 쏟아져 들어간 노래 가사보다 더 가슴에 와 콕 박힌다. 아마도 신라 서라벌 사람들의 후손이라서 그런가?
밤! 신라 서라벌 황룡사를 거쳐 안압지를 돌아 더운날 석빙고에 얼음을 꺼내 산책길 오래된 나무아래 앉아 화랑들의 연주에 화주들의 멋들어진 춤 한판을 구경하고 싶다. 그렇게 아침이 밝아오면 어찌보면 먼 길이지만 쉬엄쉬엄 유신과 천관녀의 사랑을 기리며 술이라도 한잔 부어드리는 길 떠나 보는 것. 책을 덮는 순간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