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집-나무잎사귀뒤쪽마을★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안도현[정문주 그림, 실천문학사]
고교시절, 인근 대학교에 특강을 하러왔던 시인을 만난 적이 있다. 질문도 해보고 대화도 나눠봤다(그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작은 키의 시인은 연어라는 동화로 이미 잘 알려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고교 졸업 선물로 국어선생님께서 선물해주신 [바닷가 우체국]이라는 시집은 여전히 나의 서가에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너에게 묻는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라는 짧은 시는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었다. 안도현은 그렇게 나에게는 늘 잊혀 지지 않는 사람이었으며, 이렇게 동시집으로 그를 또 다시 만나니 반가웠다.
안도현 시인은 따뜻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쓴 동시 역시 따뜻하고 다정하기만 하다. 그의 동시 하나하나가 짧고 간결하다. 그래서 아이들이 읽기에도 편한 느낌이다. 아이들이 이해하기 쉬운 문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 역시 아이들이 읽는 동시답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다. 그런데 그 쉽고 짧은 동시라고 해서 그냥 쉽게 지나칠 수만은 없는 것이 그 짧은 간결함 속에도 내포하고 있는 의미가 있기에 시인이 쓴 동시답다.
어떤 동시는 어린이가 지은 것처럼 어린이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을 보니 아이들의 마음에서 동시를 지은 듯하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따뜻하면서도 예리한 시인의 모습이 아이들을 향한 동시에도 나타나 있다.
이 동시집의 동시들은 살아있다. 소리가 들리고, 동물이 살아 움직이고, 눈, 비가 내리고, 꽃이 핀다. 어린이들에게 살아있는 동시를 들려주고 싶다면 이 동시집을 추천하고 싶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이란 동시를 보면 /없는 거 빼고 다 있단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에는/ 하면서 작은 동물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그들이 사는 세계에 없는 것은 사람들이 사는 세계의 안 좋은 모습뿐이니 그게 진짜 좋은 삶이 아닐까 생각해보며 작은 동물들의 삶이 더 빛나 보인다.
「호박꽃」/호호호/ 애애애애/,「뻐꾸기」/뻐꾹/,「풋살구」/풋,풋,풋/ 살구, 살구, 살구/ 이런 표현은 그 시를 읽을 때나 의미를 생각할 때 더욱 재미나게 해준다.
「개구리」개구리가 연못으로 뛰어들면 연못이 팔을 벌리고 안아준다는 생각이 참 어린이다우면서 포근한 생각이 든다.
「농촌 아이의 달력」/8월은 고추밭에 가기 싫은 달.../10월은 감나무 밑에서 홍시 조심해야 하는 달/ 이런 표현에서 농촌 사는 아이의 마음이 느껴진다. 농촌에서 볼 수 있고, 할 수 있고, 때론 하기 싫은 일들을 담고 있다.
「순서」/한 번도 /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펑펑,/ 팡팡,/ 봄꽃은 핀다/ 매화, 산수유나무, 조팝나무, 앵두나무, 사과나무, 탱자꽃이 봄이 되면 순서대로 피어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자연의 이치를 담고 있으며 그 꽃을 상상하며 읽으면 더욱 아름다운 동시가 된다.
「연어가 돌아오는 날」역시 그의 동시에도 연어가 등장하는 구나 생각하며 피식 웃어보았다. 연어가 돌아오는 모습을 아이들의 상상에 맡긴 듯, 힘센 엔진, 도착지를 잘 아는 멋진 선장이 있어 연어가 돌아온다는 표현이 재미있다.
「쉼표」쉼표의 모양을 통나물, 새끼 오리, 귀고리, 올챙이 , 허리가 구부정한 할머니 같다며 표현한 것이 흥미롭다.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것, 아무렇지 않게 사용해오던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고 쉼표의 모양을 떠올리니 더욱 새롭기만 하다.
「남자애들 길들이기」여자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편견 속에서 살아야하는 여자아이들, 그와 반대로 자유분방한 남자아이들에 대한 불만, 설움을 남자아이들에게 시켜보면서 위안을 삼고자 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사랑」/가만히 보니/ 아빠가 엄마를/ 뒤에서 살며시/ 껴안고 있는 모습!// 아마/둘이 사랑하나 보다/ 엄마의 스웨터와 아빠의 술 냄새 나는 남방이 같이 걸린 모습을 보며 사랑하는 부모의 모습을 그린 시이다. 정말 사랑이 담겨있는 듯, 마음이 따뜻해지는 시이다.
「나는 안 울어」슬퍼도 울지 못하는 아이, 엄마가 따라 울까봐 떠난 아빠와의 약속을 지키며 울지 못하는 아이. 정말 슬퍼서 눈물이 나는 시이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많이 울고 울 아이의 마음이 느껴지는 동시다.
이렇게 이 동시집에는 많은 동시들이 담겨있고, 우리의 마음을 움직이는 시들이 많이 있다. 안도현의 동시답다, 혹은 그냥 동시답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동시들이다. 세상살이에 조금 지쳐있을 때, 아이와 함께 동심을 찾고, 맑고 순수한 것을 찾고 싶을 때, 이 동시집을 읽어보면 좋으리라. 어린아이도, 어른도 모두 읽으면 좋을 동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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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살 아이와 함께 읽기.....
이 동시집을 아이와 함께 읽은 날, 동네 우체국에 갔다. 그런데 그 우체국에 안도현 시인의 시가 적혀 있었다. 물론 그 시는 오래 전부터 그 우체국에 적혀있었는데 아이는 그저 스칠 뿐이었다. 하지만 그날은 누구보다 아이가 먼저 안도현 이라는 이름을 보고 반가워했다. 그렇게 아이는 안도현 시인과 친구가 되었다.
호박꽃
호호호호 호박꽃
호박꽃을 따버리면
애애애애 애호박
애호박이 안 열려
호호호호 호박전
호박전을 못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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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꽃
호호호호 호박꽃
호박꽃을 따버리면
애애애애 애호박
애호박이 안 열려
호호호호 호호호
나는 좋아요
호박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 우리 아이의 응용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뻐꾸기-뻐꾸기는 남의 새 둥지에 알 낳는다고 책에서 봤어.
참새들-맞아 맞아, 참새들은 늘 함께 다녀. 우리 집 옆 전깃줄에도 많이 살잖아.
밤눈-눈이 미끄럼틀 이라고?
눈 위의 발자국-내가 밟고 가면 내 발자국!
감자꽃-감자가 주먹이라고? 진짜 감자는 주먹 같은데...
옛날에는-옛날에는 별들이 밤마다 지붕에 내려와 놀았다고? 우리 집에도 밤에 별이 내려와 놀지도 모르겠네.
눈 오는 날-나는 눈 오늘 날이 좋은데.
하늘 위의 창문-나도 연 날려서 하늘에 창문 만들어봐야지.
배 아픈 엄마-엄마도 나 뱃속에 있을 때 배 많이 아팠어?
http://blog.naver.com/redsong81/40055938674
http://blog.daum.net/redsong81/7737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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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yes24.com/document/111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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