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밀레니엄I

여름휴가 및 잠못드는 열대야용으로 선택한 책이다. 피가 나오는 것을 질색하고 가위에 잘 눌리는 체질(?)이라 공포영화는 잘 못보는데 (잘~이 아니라 거진 안 본다.) 책은 나의 한정된 상상력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에 선뜻 손이 갔다. 결국은 무섭기보다는 추악한 현실에 대한 반성과 가슴먹먹함을 느끼게 한 책이었지만...
저자와 책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이미 광고에 휩싸여있었다. 책에 대한 평가를 강요하고 선입견을 가져오는 출판사 광고나 책 소개는 외면하는 편인데, 이 책은 별 거부감이 없었다. 워낙 친절한 설명때문이었을까. 서문으로 책갈피로 자주 등장하는 반예르 가문의 가계도는 의외로 복잡한 내용을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었다. 거기다 처음에는 지루하지만 그 시기를 넘기면 그 속도감과 복선에 무릎을 치게 될 것이라는 서평을 읽고 오히려 책을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조금만 버티면 뭔가 보일꺼야..하면서 스스로를 달랬다. 그리고 책은 그 기대에 충분히 부응했다.
추리소설의 특징은 읽으면서 자신이 범인을 추적하는 것인데, 이 가문 사람들은 다 뭔가 있다. 내가 제일 의심했던 사람은 바로 손녀의 실종을 위뢰했던 반예르 회장이었다. 보기좋게 빗나가기는 했지만, 주인공의 덕으로 죽은 줄만 알았던 손녀를 무사히 찾게 됨에도 불구하고 정의보다는 가문의 명예를 택하는 모습에서 그 역시 반예르 가문임을 입증했다. 서로 필요해 의해 붙어지내면서 마음속으로 증오하는 친족들이라니...영화로도 제작된 강경옥님의 만화 [두 사람이다]처럼 힘들 때 의지가 되어야 하는 가족이 나를 해한다는 설정은 무서운 그림체나 상황의 잔혹함을 떠나서 그 전제만으로도 충분히 위협적이고 무섭다.
책을 다 읽고 책장에 정리하려고 책을 집어들었다가 표지를 다시 보게 되었다. 소녀의 강렬한눈빛과 암울한 표정에 가려서 보지 못했던 부분이 다시 보였다. 그것은 바로 소녀의 목에 띠로 묶여서 걸려있는 다양한 모습의 그렇지만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사람들의 목이었다. 그렇다. 표지에서 이미 여성 연쇄살인이야기라는 것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럼 2,3편의 표지는 어떻게 내용을 드러내줄지 기대된다.
만족스럽지 못한 결말(마르틴의 교통사고, 하리에트의 등장으로 반예르가문의 지하고문실이 은폐된 것, 헨리크가 제공한 베네르스룀의 소소한 비리)은 더욱더 2편은 기다리게 한다. 특히 문신으로 뭔가 깊은 사연이 있음을 암시한 리스베트의 이야기가 소개될 것으로 기대된다.
나쁜 짓을 저지른 사람들은 다 벌을 받고 미카엘과 그냥 그런 해피엔딩으로 끝나버리면 뻔한 결말이 되긴 하지만, 제일 보호받아야 할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가시가 선 세상을 혼자 싸우고 있는 갸날픈 리스베트(체격이 약하지 정신적인 면은 절대 그렇지않다. 오히려 좀 무섭다...)가 다시 홀로 된 것이 좀 아쉽다. 2편에서는 3편에서는 그녀의 상처가 치유되고 행복해지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반예르 회장의 말이지만 리스베트의 행동이 이와 같아서 인용한다. 이 한 구절로 그녀의 성격을 단박에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나는 수많은 적을 만났네. 한 가지 사실을 배우게 되었지. 패배할 것이 확실하면 싸우지 말라. 반대로 나를 파괴한 작자는 절대 그냥 보내지 말라. 묵묵히 기다리다가 힘이 생기면 반격하라. 더이상 반격할 필요가 없어졌다 할지라도."(p.200)

<서평 올린 곳>
블로그: http://lifelog.blog.naver.com/supermir/19906
인터파크: http://book.interpark.com/blog/dhsktnrl/266156
예스24: http://blog.yes24.com/document/1066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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