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어른으로 산다는 것
지은이 김혜남
출판사 갤리온
어른으로 산다는 것...
어린 왕자같은 순수한 에세이가 전개될 거 같아서 골랐다.
어른으로 산다는 것의 어려움. 나이듦에 관한 관조의 단상. 나이듦의 아쉬움과 같은 감상을
이 책을 통해서 알아보고자 했다.
그런데 이 책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내면적이고 철학적인 책이었다.
지독한 감상주의도 아니었고, 상담 서적도 아니었고, 동화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도 않았다.
탓닉한의 저서를 읽는 것과 유사한, 마음의 깨달음을 주는 느낌이었다.
감상주의에 빠진 어른이 아니고,
설교하는 선생님도 아니고,
그저 자신이 인생을 통해 깨닫게 된 것을 다정다감하게 알려주는
나이든 할머니와 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이책에서 인상적이었던 구절들을 소개해본다.
두고두고 한번씩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구절들이 많았다.
<인상적인 구절들>
우리는 때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에게 '그만 잊어버려라'라는 위로를 건넨다.
물론 그 말도 맞지만
잊고 싶어도 잘 잊혀지지 않는게 있다.
그럴때는 억지로 잊으려 애쓰기 보다는 오히려 잃어버린 사람에 대해 회상하는게 좋다.
(중략)
실제로 그가 있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위로하고 안심시킨다.
그러므로 떠나간 그에 대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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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분석가인 위니코트는 어머니들이 아무리 아이를 사랑한다 해도
이 사랑에는 미움이라는 감정이 붙어있을 수 밖에 없다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나열했다.
#아이는 엄마의 사생활을 방해한다.
#아이는 무자비하며, 엄마를 마치 무보수의 하녀나 노예, 하층민처럼 취급한다.
#아이는 대부분 배고프거나 뭔가가 필요할 때 엄마를 무지 사랑한다. 그리고 일단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면 귤껍질처럼 엄마를 던져 버린다.
#아침에 한바탕 끔찍한 난리를 친뒤 밖으로 안고 나가면, 아이는 지나가는 사람을 보고 웃는다. 그러면 그는 "참 예쁘고 착한 아기네요."라며 아기를 쓰다듬어 준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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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정리202쪽 ...)
...네번째 잘못된 가정은
"내 안이나 세상에 악이란 없다. 악마는 추방되거나 제압될 수 있다."
라고 믿고 싶어 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중년이 되도록 살면서
우리는 세상의 어두운 모습을 많이 보면서
그동안 두려워 보지 않으려 했던
마음 속 어둡고 파괴적이고 불가사의한 부분,
프로이드가 <이드>라 불렀던 그런 부분,
우리 마음의 심연을 보게 된다.
그렇게 길들여지지 않고 위험한 내적 세계로의 여행은
우리 마음안에 창조적인 힘과 파괴적인 힘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그것은 우리에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 주는데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나도 무조건 억누르기 보다는
조절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타인의 감정도 쉽게 공감하면서
자기 자신과 세상을 좀 더 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더 자유로워지고, 더 원기 왕성해지고, 더 대담해지며,
더 많은 색채를 지니고, 더 창조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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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무를 보게나! 이제는 늙은 나무지.
그러나 저렇게 꽃을 피우고 열매도 맺는다네.
그것이 가능한건 저래뵈도 저 나무가 날마다 조금이라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야.
나도 마찬가지라네.
나이가 들었더도 하루하루 성장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네."
(롱펠로우가 나이보다 젊어보인다는 말을 듣고 한말, 2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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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자인 스코트 맥스웰은 80대에 병을 얻고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로운 신체적 장애가 생겼을 때 나는 죽음이 오고 있는지 나 자신을 돌아본다.
그리고 조용히 묻는다.
'죽음아, 네가 왔니?'
그러면 그 장애는 나에게
'바보같이 굴지 말아요. 난 단지 나일 뿐이에요'라고 대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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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나누는 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저 곁에 있어 주면 된다.
곁에서 손을 꼭 잡아 주면 된다.
울고 있는 사람을 가만히 안아 주고 등을 토닥여 주면 된다.
그렇게 같이 슬퍼해 주면 된다.
슬픔 안에서 굳이 어른인 척 하지 말자.
어릴적에 우리가 울고 있으면 어른들은 "많이 아프니?"라는 말보다 "뚝 그치지 못해?", "울면 못써" 라는 말을 먼저 했다. 우리는 슬픔을 감출줄 알아야지 그걸 다 드러내면 나약하고 못난 사람이라고 배우며 자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른이 되면 남들 앞에서 눈물 흘리는 걸 창피하게 생각해 아파도 괜찮은척, 잘 견디는 척 하게 된다. 실은 괜찮지 않으면서, 많이 힘들고 아프면서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괜히 씩씩하게 잘 견디는 척 하지 말자.
그럴 수록 내 마음의 상처만 깊어질 뿐다. 우리의 슬픔은 관계 속에서 태어난다. 그러므로 슬픔과 고통을 희석시키고 덜어낼 곳도 이 관계 안에서다. 슬픔 속에 혼자 머물기 보다는 주변의 사람과 손잡고 같이 슬퍼하자. 같이 울고 같이 슬퍼하며 나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슬픔을 조금씩 덜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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