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강의]교수님의 마지막 강의..저에겐 시작이 되었네요.
몇 해 전 모 라디오에서 [거짓 유서]를 써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처음엔 재미 삼아 한번 써보려고 시도했는데 몇 줄 채우기도 쉽지 않았다. 단지 ‘죄송합니다’ 와 ‘미안했습니다’ ‘용서하세요’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것 외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무겁게 볼펜을 놓아 버린 것으로 기억한다.
다음날 게시판에 올린 사람들의 글들을 보았더니 대부분이 나와 같았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 후회가 그득그득 담겨있었고, 살면서 해놓은 일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대한 자괴감 때문에 괴로웠는데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다시 반추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마지막 강의]라는 책을 다 읽었을 때 문득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 났고 다시 한번 유서를 쓴다면?이라고 스스로에게 물었는데 역시나 실망스럽다. 그때와 변한 게 하나도 없다는 불편한 사실 때문에.
그래서 오늘 책으로 참석한 이 마지막 강의가 더욱 깊이, 아프게 가슴에 새겨지는 듯 하다.
미국의 유능한 대학교수. 예쁜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 넘치지는 않아도 부족하지 않은 생활. 일에 대한 자부심…여기까지 보면 이 책의 저자 랜디 포시는 시기심이 날 정도로 완벽하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가 시한부 인생이라는 것을 플러스 한다면?
영화의 반전을 만난 것처럼 화들짝 놀라게 된다. 이러하니 참으로 종잡을 수 없는 게 인생이겠지.
랜디 포시는 마지막 강의를 했고, 아이러니 하게 사람들은 그의 강의를 통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용기와 꿈을 얻는다. 그가 전하는 주옥 같은, 가슴을 울리는 말들 사이에서 나는 더 희망찬 인생을 다짐했고, 나도 내 꿈을 이루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생겼다. 저자의 강의에는 모든 학문이 다 녹아 있는 듯 했다. 윤리, 도덕, 철학, 공학 등과 같은 과목들이 어우러져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완벽한 학문을 만들어 내었다. 적어도 나에게는.
어찌 보면 그가 전하는 메시지들이 그리 새로울 것 없는 내용일지도 모르겠다. 살아오면서 한번쯤은 들어봤을 “현재를 즐겨라”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온다”거나 “감사할수록 삶은 위대하다”는 그런 흔한 명언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이토록 내 가슴에는 생채기가 생길 정도로 여운이 남는 것일까?
그것은 더 이상 그의 강의를 접할 수 없다는 ‘마지막’이라는 말이 주는 간절함도 있겠지만 죽음마저도 꿈이라는 희망으로 바꿔 전달하는 진솔한 삶의 태도가 주는 경건함 때문이리라.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는 만큼 ‘어떻게 죽어야 하는 것인가’를 고민하도록 해주었다는 점이다. 죽음을 맞는 방법이 아닌 태도로서 말이다.
나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그때 내가 전하게 될 마지막 강의가 어떻게 채워질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을 읽은 후의 삶이기에 아주 형편없는 강의는 아닐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얼마 전 떠난 그가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구나 싶다. 적어도 그에게는 마지막 강의를 준비할 시간이 주어졌고, 사랑하는 가족들 품에서 웃으며 눈을 감을 수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에게 주어졌던 시간들이 남아있는 내 시간들보다 더 빛나 보였으니까.
그리고 난 그가 독자들에게 바란 대로 정말 후회 없는 삶을 살고 싶어졌다.
* 서평은 네이버 블로그와 인터파크 http://book.interpark.com/blog/sofikim/249777
예스 24http://blog.yes24.com/document/1045939 에 올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