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자이자 환경운동가인 레이첼 카슨의 ‘센스 오브 원더(Sense of Wonder)’, 즉 ‘자연과 생명에의 감각’을 일깨우자는 주장에 적극 공감하여 생명과학자 할머니가 손녀에게 편지글 형식으로 쓴 생명과학 이야기. 새로운 개념의 청소년용 과학 에세이다.
우리나라 전국과학교사모임에서 감수를 맡고 추천사를 썼다. 청소년을 위한 우수 과학책을 선정하는 ‘일본 과학도(科学道) 100권 프로젝트’ 2019년 당선작이다. 과학은 외우는 게 아니다. ‘센스 오브 원더, 자연의 신비함에 감탄하는 마음과 감수성’을 길러 과학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생명과학 에세이다.
우리나라 최초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난 아기 판다 ‘푸바오’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어떻게 저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다 있나!’ 하고 감탄하다가, ‘어쩌면 저렇게 하루 종일 먹기만 하지?’ 하는 의문을 품다가 곧 판다는 ‘육식 동물의 위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찾아내게 된다. ‘아니! 그럼 어떻게 육식동물이 초식동물로 전환될 수 있지? 날카로운 이빨과 손톱, 위장은 어째서 초식동물에 맞게 변화되지 않은 거지?’ ‘왜 굳이 엄마 아이바오와 떨어져야 하는 거지?’ 등등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이 샘솟는다. ‘푸바오’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인해, 자이언트 판다 전체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곧 레서 판다 같은 유사 종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확대된다. 그리고 과학지식을 스스로 찾아 그 답을 찾아낸다. 이것이 바로 《침묵의 봄》으로 유명한 레이첼 카슨이 말한 센스 오브 원더다.
이 책에 소개된 북방 여우와 두루미의 이야기는 푸바오가 엄마 아이바오와 갑자기 분리되어 고통 받던 이유를 설명한다. 가혹한 자연의 섭리를 따르기 위함이다. 새끼를 위해 혼신을 다하던 엄마 북방 여우와 두루미는 각각 가을과 3월이 되면, 갑자기 새끼를 공격하기 시작한다. 새끼의 자립을 위한 모진 행동인 것이다.
저명한 생명과학자인 저자는 어느 날, 출판사로부터 과학에 대한 ‘센스 오브 원더’를 주제로 글을 써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센스 오브 원더’는 세계적인 환경운동가이자 생물학자인 레이첼 카슨의 마지막 에세이 제목이자 주제로, 행복한 삶을 위해 언제까지나 자연과 생명에 대해 어린 아이처럼 경외감과 감탄하는 마음을 갖자는 내용이다. 저자는 생명과학에서 느끼게 되는 ‘센스 오브 원더’ 내용을 ‘손녀에게 쓴 35통의 편지’ 속에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의 ‘맺는 글’을 통해 이에 대한 생각을 밝혀 놓았다.
‘센스 오브 원더’라는 말이 한때 유행한 적이 있다. 내 생각엔 ‘센스 오브 원더’는 과학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고, 생활 전반에 이 마음을 갖고 있으면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센스 오브 원더’는 대체 뭘까? 글로 옮길 적절한 말이 없어서 ‘센스 오브 원더’라는 용어를 그대로 썼는데,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 ‘감탄하는 감성’이라고 옮겨 보았다.
생명의 신기함, 우주의 신비, 사랑과 죽음에 대해 알려주며 ‘센스 오브 원더’를 기르게 하는 생명과학 이야기. 내용에 어울리는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삽화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묻고, 알게 되면 경탄하지 않을 수 없는 놀라운 생명과학 이야기
어렸을 때는 모든 것이 신기하다. 질문과 감탄이 끊이지 않는다. 자연 속 모든 생명체, 늘 내 옆을 지켜주는 엄마와 아빠를 보면서도 늘 궁금한 것이 많다. 저자의 편지 속에 등장하는 꼬마 손녀 리나도 어렸을 때 질문이 끊이지 않아 어른들을 난처하게 한다. “엄마가 어릴 때, 리나는 어디 있었어?”, “엄마, 리나 눈은 감아도 감아도 금방 떠지거든. 어떻게 해야 닫혀?” 등등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마음, 그것이 과학 하는 마음이다. 문과 성향이든 이과 성향이든, 누구나 갖는 마음이자 어른이 되어서도 그 질문을 잊지 않는 사람은 세상과 생명에 대해 가치 있게 느낀다.
이 책에는 총 3파트로 나누어 생명의 탄생과 진화, 다양한 생명체의 갖가지 놀라운 습성과 특징, 최초의 생명이 가진 유전자 정보가 어떻게 지금 내 몸속에 저장되어 있는지까지 생명과학의 총체적인 내용을 중학생이 볼 수 있는 쉬운 용어와 설명으로 알려준다. 1부에서는 잠, 렘수면, 꿈에 대해 알려 주는 ‘우리는 왜 모두 잠을 잘까?’, 동물과 벌레에 대한 ‘벌레의 기분을 느껴 봐’, 원자력과 복제인간에 대해 다룬 ‘무섭게 발전하는 과학 기술에서 꼭 지켜내야 할 것들은 무엇일까?’ 등 다양한 의문을 통해 흥미로운 생명과학의 논제와 답을 주고 있다. 2부에서는 하루살이의 삶을 통해 바라보는 ‘오직 새끼를 남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 개구리를 소재로 한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는 일까지도 생명의 법칙일까?’ 3부에서는 방사능과 반감기를 알아보는 ‘아이스맨 이야기’, 인류의 조상을 살피는 ‘인류의 다양한 인종은 늘 물음표를 갖게 해’ 등의 흥미로운 생명과학 지식을 과학자 할머니가 손녀에게 생명과학에의 사랑과 손녀를 향한 따뜻한 시각으로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덕분에 일본 아마존의 독자 평은 “더할 수 없이 사랑스러운 과학책”, “이 책을 읽다 보니 인류만이 형제가 아니라 새, 곤충, 동물, 야수까지도 다 같은 형제라는 생각이 든다!”라는 호평으로 가득하다.
38억 년 전의 편지
손녀 리나가 던진 “엄마가 어릴 때, 리나는 어디 있었어?”라는 기상천외한 질문에 대한 생명과학자 할머니의 답은 놀랍다.
“엄마가 어릴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엄마가 할머니 뱃속에 있을 때도 리나는 이미 엄마의 뱃속에 있었단다. 그런데 그건 진짜 리나가 아니라 리나가 될 난자였지. 아기는 유전 정보가 쓰인 38억 년 전의 편지를 갖고 뱃속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어.”(88p) “아기는 약 38억 년이라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이어진 편지를 갖고 온단다. 38억 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를 생각해 봐. 아기는 그렇게 신비하고 소중한 존재야.” (101p)
그 아기는 바로 너와 나, 그리고 우리다.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신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