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서는 디지털 기술 시대의 영화 관객이 영화·영상을 대하는 태도, 즉 수용자인 관객들의 미디어 인터페이스 경험 변화와 그 지각 방식의 변화 등을 배경으로, 디지털 영화의 미학적 특성을 여섯 가지 개념을 중심에 두고 글을 풀어내고 있다. ‘감성적 지각(aisthesis)’, ‘다중미디어 재매개 현상’, ‘미장아빔(mise-en-abyme)’, ‘아날로그 노스탤지어(analog nostalgia)’, ‘이미지의 피상성(Oberflächlichkeit, surface)’, ‘스펙터클(spectacle) 이미지 경험’ 등이 그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디지털 기술 시대의 영화미학의 특성을 매 챕터에서 하나의 개념을 중심에 두고, 이 개념이 갖는 의미를 당대 대중영화를 예시로 분석하면서 디지털 영화의 미학적 특성과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마지막 챕터에서는 –OTT로 대변되는 관람플랫폼의 다변화라는 맥락에 부합하기도 한데 –디지털 기술 시대의 방송콘텐츠인 드라마의 영상미학 또한 일별하고 있다. 이를 통해서 이 책에서는 디지털 영화 미학을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영화미학이 디지털 영상콘텐츠에서 만날 수 있는 일반적인 영상미학 현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서치>(2018)는 영화가 시작하고 그 첫 쇼트 이미지부터 영화 형식을 지배한 PC 화면 구성으로 많은 이들에게 회자된 영화이다. 그래서 <서치>는 다중스크린 이미지 구성이 지배적인 영화라 할 것이다. <서치>는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영상 이미지를 개인 PC 모니터 이미지로 구성한 영화이다.(그림45~그림54 참고) 물론 이런 방
식으로 구성된 영화가 <서치>가 처음은 아닐 뿐만 아니라 <서치>라는 영화 내러티브의 흐름과 그 구성은 전체적으로 외려 전통적인 드라마투르기를 따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서치>는 디지털 기술 시대의 다중미디어 재현형식을 전면적으로 불러내어 흥미로운 이야기를 구성한다는 사실에서 디지털 영화 커뮤니케이션의 일단을 잘 보여주는 영화로 볼 수 있다.
133쪽
<서치>나 <킹 아서: 제왕의 검>과 같은 영화에서는 미디어 과잉현상에 의한 이미지의 파편적 이미지들이 지배적으로 자리한다. 그런데 관객들은 이러한 파편화된 이미지 세계의 시공간을 안정적으로 살펴보고, 또 차분히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미디어 과잉, 즉 파편화되고 넘쳐나는 이미지 세계에서는 수용자의 깊이 있는 사유에 의한 이해보다는 표피적인 맥락에서의 즉각적인 지각이 더 요청된다고 할 것이다. 즉, 스펙터클화한 이미지가 구성하는 세계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들 세계에 대해 깊이 있는 관조적 이해가 아닌, 감각적인 방식에 의한 직접적 방식의 이미지 소비를 요청하는 것이다.
140쪽
<빅쇼트>의 장면 구성이나 프레이밍 방식에서 파편화되는 이미지의 피상성은 뉴미디어 시대 “서사의 탈물질화”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다. 레프 마노비치는 뉴미디어 시대의 내러티브를 계열체와 통합체 사이의 관계가 역전된다는 맥락에서 다음과 같이 역설한 바 있다.
21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