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백만 번이라도 체험의 현실과 만나 내 영혼의 대장간에서 아직 창조되지 않은 내 종족의 양심을 벼려 내리라.” 제임스 조이스가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의 입을 통해 밝힌 이 고백 속에 [문학과 살/몸 존재론]의 근본 취지가 담겨 있다. 살/몸 존재론이라는 낯선 용어는 대체 무엇을 지칭하는가? 그것은 일체의 상식과 이론으로부터 벗어나 체험의 현실 그 자체와 만나고자 하는 일종의 존재론적 감행이다. 오직 살/몸 존재론적 감행만이 아직 창조되지 않은 인류의 양심을 벼려 낼 수 있다. 양심이란 사념과 이해의 한계를 넘어서는 존재의 근본 의미에 눈뜸을 뜻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최대의 철학자 하이데거는 [존재와 시간]에서 로고스보다 더욱 근원적인 것은 아이스테시스라고 밝힌다. 아이스테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