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후가 되면 각종 건강검진을 통해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나 콜레스테롤, 혈압, 혈액 속의 당 수치 등을 재고, 기준치에 떨어지면 약을 처방받는 것이 의료의 공식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도 쉽고 약도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가벼운 감기 증세로도 한 번에 처방받는 알약의 개수는 6알 가까이 된다. 거기에 더해 상시적으로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10알을 먹는 것도 어렵지 않다.
거기에 더해 불면증이나 우울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정신과 약까지 처방받는다면 하루에 먹는 약의 개수는 15알이 넘어서고, 몸에 좋다는 각종 영양제까지 먹는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상황에 이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각해봐야 한다. 약 때문에, 약 덕분에 과연 내 몸이 좋아지고 있는가?
장항석 교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는 감수의 글에서 “꼭 필요한 약 외에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들 중에는 약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것들도 수없이 많다.”라면서, “그러한 약들은 중단할 것을 권유한다.”라고 말한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조차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약, 우리는 과연 평생 약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해 5명의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의사들의 용기 있는 발언에 찬사를 보내고 싶다.”
장항석(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 교수)
통계로는 절대 알 수 없는
현장 의료에서 검증된 사실
의료 저널리스트가 묻고 5명의 의사가 답하다
현직 의사들의 위험한 도발
용기 있는 대담
“의사에게 약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라”
의사들은 그 약을 왜 먹지 않을까?
“저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당히 높지만, 약은 먹지 않아요. 콜레스테롤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혈당도 너무 높으면 좋지 않지만, 반대로 너무 낮은 것도 문제입니다.”(모리타 히로유키)
“저는 혈당이 300을 넘은 적이 있는데, 고혈당 때문에 조금 해로울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270 정도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혈압은 160~170 정도로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정신과 의사 고다마 신이치로)
50대 이후가 되면 각종 건강검진을 통해 우리 몸의 신진대사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나 콜레스테롤, 혈압, 혈액 속의 당 수치 등을 재고, 기준치에 떨어지면 약을 처방받는 것이 의료의 공식과 마찬가지다. 더구나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기도 쉽고 약도 쉽게 처방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는 가벼운 감기 증세로도 한 번에 처방받는 알약의 개수는 6알 가까이 된다. 거기에 더해 상시적으로 복용하는 약이 있다면 10알을 먹는 것도 어렵지 않다.
거기에 더해 불면증이나 우울감,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정신과 약까지 처방받는다면 하루에 먹는 약의 개수는 15알이 넘어서고, 몸에 좋다는 각종 영양제까지 먹는다면 밥보다 약을 더 많이 먹는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상황에 이른다.
그렇다면 여기서 생각해봐야 한다. 약 때문에, 약 덕분에 과연 내 몸이 좋아지고 있는가?
감기 증세로 들른 병원에서 의사가 문진을 하고 청진기를 대보고 입속을 들여다본 다음, “이제 됐습니다. 집에 가서 푹 쉬시면 며칠 뒤에 나을 것입니다.”라고 말하면 어떨까?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데, 진단만 하고 약을 처방해주지 않는 의사가 있다면 어떨까?
장항석 교수(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는 감수의 글에서 “꼭 필요한 약 외에 환자들이 복용하는 약들 중에는 약이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것들도 수없이 많다.”라면서, “그러한 약들은 중단할 것을 권유한다.”라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의사와 환자 모두 약을 먹지 않기로 결심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환자들은 우선 관련 지식이 부족하기에 약을 먹지 않겠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리고 의사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진료 가이드라인’이다. 혈압, 콜레스테롤, 혈당은 각각의 기준치가 있고, 그 이하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적혀 있으니, 그것을 무시하고 약을 줄이거나 처방하지 않는 데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왜 기준치를 달성하지 못했는가?’라는 지적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조차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 끊을 수 없다고 말하는 약, 우리는 과연 평생 약을 먹어야만 살아갈 수 있을까? 이러한 궁극적인 질문에 대해 5명의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약을 1알도 먹지 않는 98세 초고령자가 있다
의료 저널리스트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약과 백신을 맹신하고, 의사와 환자 모두 약에 의존하는 현상에 대해 5인의 의사와 인터뷰를 하고 대담을 정리했다. 인터뷰에 참여한 5명의 의사들은 명문 의과대학을 나와 오랜 기간 연구실이 아닌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과 직접 소통하며 약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데에 한목소리를 낸다. 이들이 말하는 핵심은 다음 5가지다.
“신약(백신 포함)은 바로 먹지 말고 상황을 두고 본다.”
“약에 기대하기보다 먼저 면역력과 회복력을 키운다.”
“약은 ‘제로(0)’가 이상적이다. 우선순위가 낮은 약부터 줄인다.”
“혈압, 혈당 수치 등의 기준치에 연연하지 말고 몸 상태에 따라 약을 조절한다.”
“무작정 약에 의존하기보다 생활환경, 인간관계, 가족관계를 먼저 고려한다.”
특히 복수의 질병을 가진 고령자들은 먹는 약의 종류도 많은데, 환자들을 진료해보면 다약제 복용(폴리파머시, poly-pharmacy)이 오히려 몸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혈압을 낮추기 위해 이뇨제를 복용하면서 죽어가던 환자는 오히려 약을 끊고 다시 일을 하러 나갈 정도로 몸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의사에게 처방받은 대로 약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고 수명이 줄어들 수도 있다. 건강하게 장수하고 싶다면 몸과 마음을 의료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주장하는 의사들은 어떤 근거를 가지고 이렇게 말하는 걸까?
내 몸을 의사에게 맡기지 마라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약을 먹으면 결과적으로 면역 기능이 떨어진다.” 콜레스테롤이 지나치게 줄어들면 세포막이 약해지고, 콜레스테롤이 재료가 되는 남성호르몬 분비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약을 처방할 때는 이런 것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내분비과에서 치료를 위해 처방하는 약이 호르몬 쪽에는 나쁜 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모든 질병에 대처할 수 있는 약이란 애초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에 의존하는 현상은 오랜 고정관념과 사회제도, 의료교육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문제들이 얽혀서 나타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의사와 환자의 관계이다. 의사가 환자의 질병이 아닌 환자의 삶을 중심으로 진단하고, 환자 역시 의사를 약만 처방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의논할 수 있는 상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책의 의사들은 치료제 중에서도 불필요한 것이 있다고 말하지만 모든 병에 대해 약 처방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경미한 수준의 증상에 대해 약물치료를 한다든가, 부작용이나 환자의 삶의 질은 고려하지 않고 관행적으로 처방하는 약의 폐해는 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1장 | 생활환경을 개선하면 약은 ‘빼기’가 가능하다-모리타 히로유키
‘혈압약은 죽을 때까지 먹어야 한다’는 말은 거의 불변하는 진리처럼 받아들인다. 혈압약과 세트로 따라오는 것이 또한 고지혈증 약, 즉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약이다. 내과의 모리타 히로유키는 나이 들면 흔히 먹는 혈압약과 콜레스테롤 억제제도 얼마든지 줄이거나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아무리 좋은 치료제라도 나이에 따라 환자의 환경에 따라, 심지어 계절에 따라서도 바뀌어야 하는데, 의사와 환자 모두 ‘진료 가이드라인’에 얽매어 약을 중단하거나 끊는다는 개념조차 없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2장 | 비싼 약, 효과도 더 좋을까?-고다마 신이치로
코로나19로 인해 전 국민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하는 초유의 선택을 했다. 백신 자체도 초단기간에 개발되어 긴급승인을 받고 접종이 허락된 약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은 수많은 부작용을 동반하며 오히려 코로나에 대한 공포를 더욱 키웠다. 모든 약은 이런저런 부작용을 동반하는데, 의사와 제약회사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간과하거나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외과의 고다마 신이치로는 특히 비싼 신약의 경우 약의 효과보다는 부작용을 훨씬 더 면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3장 | 약을 줄일수록 살아난다-나가오 가즈히로
내과의 나가오 가즈히로는 모든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약을 먹지 않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들은 약을 먹는 것이 치료의 목적이라는 듯이 처방하고 있다. 하지만 약을 먹는데도 왜 몸 상태는 낫지 않는 것일까? 약을 계속 먹는다는 것은 낫지 않는다는 뜻임을 인지하고 어떻게 하면 약을 먹지 않고도 정상적인 컨디션을 유지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4장 | ‘기준치’가 수명을 단축한다-와다 히데키
사실상 약은 기준치에 따라서 처방이 된다. 골다공증, 혈압, 콜레스테롤 등은 모두 정상과 비정상, 약 처방과 주사 처방 등의 처치를 해야 하는 기준치들을 설정해두고 있다. 하지만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기 때문에 동일한 기준치를 적용하기 어렵고, 기준치가 너무 엄격해서 약을 남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기준치에서 한참 벗어나지만 약을 먹지 않고 더 건강하게 생활하는 사례를 살펴본다.
5장 | 약으로 ‘마음의 병’ 자체는 고칠 수 없다-다카기 슌스케
코로나 기간 동안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 정신과 약이다. 정신과 약은 신체적인 질병으로 수면장애나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복용하면서 약에 더욱 의존하는 상황을 만든다. 정신과 의사 와다 히데키는 약으로 마음의 병도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이러한 인식이 더욱 약에 의존하게 만들고, 정신과 약을 많이 복용할수록 신체는 더욱 무너지는 악순환에 대해 점검해본다.
대담 의사 소개
1장 | 모리타 히로유키(森田洋之)
1971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남일본헬스리서치랩 대표로 일본내과학회 인정의이자 프라이머리케어(일차진료) 지도의다. 히토쓰바시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후에 미야자키의과대학 의학부에 입학했다. 미야자키현 내에서 연수를 마치고 2009년부터 홋카이도 유바리 시립진료소에서 근무했다. 이 진료소에서 소장으로 근무하다 현재는 가고시마에서 연구·집필·진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전문 분야는 재택의료·지역의료·의료정책 등이다. 2020년 가고시마현 미나미큐슈시에 히라야마노클리닉을 열고, 의료와 간병의 새로운 연계 방식을 구축하고 있다. 저서로는 《일본 의료의 불편한 진실-코로나19 사태로 본 ‘세계 최고 수준 의료’의 이면》, 《부러운 고독사, 나는 어떻게 죽지? 가족은 어떻게 간병하지?》, 《사람은 가축이 되어도 살아남는 길을 선택할까?》 등이 있다.
2장 | 고다마 신이치로(児玉慎一郎)
1967년 일본 효고현 다카라즈카시에서 태어났다. 의료사단법인 소레이유회 고다마병원 이사장이자 고다마진료소 소장이다. 일본외과학회 전문의이자 일본소화기내시경학회 전문의이며 오사카의과약과대학에서 임상교육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1995년에 오사카의과대학(현 오사카의과약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에 동 대학 일반·소화기외과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현재는 효고현 다카라즈카시에서 지역의료에 집중하고 있다. 저서로는 《달리는 외과의사의 혼잣말-코로나19 사태의 출구를 찾아서 2021》이 있다.
3장 | 나가오 가즈히로(長尾和宏)
1958년 일본 가가와현에서 태어났다. 나가오클리닉 명예원장이다. 1984년에 도쿄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오사카대학병원 제2내과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시립아시야병원 내과 등을 거쳐 1995년에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 개업했다. 연중무휴의 외래 진료와 방문진료에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평온한 죽음》, 《약을 끊어야 할 때》, 《안락사 특구》, 《병의 90%는 걷기만 해도 낫는다》, 《코로나19 사태의 90%는 정보 재해》 등이 있다.
4장 | 와다 히데키(和田秀樹)
1960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정신과 의사이자 르네클리닉 도쿄원 원장이다(현재는 의료사단법인 르네 이사). 도쿄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의학부 부속병원 정신신경과 조수, 미국 칼 메닝거 정신의학교 국제연구원, 요쿠후카이병원 신경과 의사 등을 거쳤다. 고령자 전문 정신과 의사로 30년 이상 고령자 의료 현장에서 일했다. 저서로는 《70세가 노화의 갈림길》, 《80세의 벽》, 《TV의 중죄》 등 다수가 있다.
5장 | 다카기 슌스케(高木俊介)
1957년 일본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났다. 정신과 의사로, 1983년에 교토대학 의학부를 졸업하고 오사카부의 사립 정신병원과 교토대학 의학부 부속병원 정신과에서 각각 10년간 근무했다. 일본정신신경학회의 ‘정신분열증’ 병명 변경 사업에 참여하여 ‘통합실조증(한국에서는 2011년에 ‘정신분열증’의 병명이 ‘조현병’으로 변경되었다)’이라는 병명을 발안했다. 2004년에 다카기클리닉을 열고 ACT-K를 설립하여 팀별 정신장애인 재택 케어에 하루하루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저서로는 《위기의 시대의 정신의료》, 공역서로는 《정신과 약에 대해서 알아두면 좋은 것》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