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몽당이가 이름을 찾지 못한 건 나 때문일지도 몰라!
한솔이가 눈을 뜬 곳은 도깨비 학교. 짝꿍 변신술 수업을 들으며 한솔이는 몽당이가 왜 자신의 크레파스를 가져가려 했는지 알게 된다. 도깨비는 태어날 때부터 마음속에 짝꿍이 새겨져 있다. 짝꿍을 찾아야 온전히 제 이름을 갖고, 그 물건에 깃들 수가 있다. 사람의 손때 묻은 물건이 짝꿍으로 가장 좋은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조금만 낡고 지겨워지면 버리고 새로 사는 사람들 때문에 짝꿍을 찾기 어렵게 된 것이다. 몽당이는 제 짝꿍을 찾지 못해 이름이 반쪽뿐이고, 그래서 짝꿍을 찾으려고 인간 세계를 드나든 것이다.
몽당이의 진짜 이름은 ‘몽당연필’이다. 예전에는 연필을 쥐기 어려울 때까지 깎아 쓰고, 나중에는 볼펜 대에 짤따래진 연필을 끼워 쓰기까지 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아직 반밖에 쓰지 않은 연필, 연필심이 부러져 깎기 귀찮아진 연필은 쓰레기통으로 향하기 일쑤고, 흘린 연필은 찾지 않고 그대로 버리기도 한다. 새것을 손쉽게 구할 수 있으니 굳이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써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렇게 몽당연필은 보기 어려운 물건이 되었다.
한솔이는 몽당이가 짝꿍을 찾지 못한 게 물건을 아껴 쓰지 않은 자기 탓이라는 생각이 든다. 한솔이처럼 우리는 물건 귀한 줄 모르고 함부로 쓰거나 버리고 새것을 사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어느새 아껴 쓰는 것이 미덕이 아닌 궁상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새것이 최고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오래 쓴 것일수록 길이 들어 편한 것도 많고, 애착이나 추억이 생기는 물건도 있다. 물건은 저마다 가치가 있는데 그걸 놓치고 있는 것이다.
몽당이는 인간 세계에 간 것이 들통나 끌려간다. 다시는 인간 세계에 가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면 풀어주겠다 해도 제 짝꿍을 찾을 때까지 계속 인간 세계에 가겠다며 고집을 부린다. 한솔이는 몽당이의 이름을 찾을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 내는데....
몽당이가 이름을 찾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연필을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물건을 아끼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물건을 소중히 여기고, 쓸모가 없어질 때까지 사용하는 것. 이 쉬운 방법으로 우리는 올바른 소비와 절제를 몸에 익힐 수 있고, 나아가 지구를 보호할 수도 있다. 물건을 만드는 데도, 버리는 데도 돈과 자원과 사람들의 수고가 들어간다. 새것을 하나 살수록 지구를 조금씩 갉아먹는 것이다.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낭비하는 것들을 줄인다면 몽당이를, 그리고 더 나아가 지구를 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