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는 서로 조심하라고 일러 주며 동물과도 냄새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적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면 적을 막을 방법을 궁리할 수 있지 않을까? 나무는 어떤 동물이 나뭇잎을 뜯어 먹으면 그 동물의 침으로 누가 자기 잎을 먹는지 알아차린다. 나무는 곧 상처가 난 자리로 쓴맛이 나거나 독성을 띤 액체를 흘려보내고, 친구 나무들에 “조심해!”라는 말을 전한다. 나무는 말을 할 수 있다! 물론 나무는 입이 없으니까 향기로 전한다. 그 향기가 주변 나무한테 닿으면 다른 나무들이 알아차리고 벌레의 공격을 대비하는 것이다.
나무들은 인터넷을 통해 서로 소식을 주고받는다. 바로 버섯 인터넷이다. 버섯은 부드러운 솜뭉치처럼 가느다란 실로 뿌리를 감싸고 있다가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 중요한 이야기를 하려고 뿌리로 액체를 보내면 자신의 가는 실을 통해 그 소식을 전달한다. 버섯의 실은 숲 바닥 전체에 깔려 있기 때문에 한 나무가 하는 말을 숲의 모든 나무가 들을 수 있다.
나무는 또 가족끼리 모여 살면서 힘들 때 서로 도와주고 숫자도 셀 줄 안다. 땅속을 더듬어 뻗어 나가던 나무의 뿌리가 같은 종을 만나면 붙어서 같이 자라며, 소식을 전하고 당분을 나눈다. 마치 우리가 식구들끼리 맛난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처럼. 우리 손가락보다 훨씬 예민하고 또 결정을 내릴 줄도 아는 나무뿌리는 작은 두뇌나 마찬가지다.
나무는 학교에서 배운다
나무들도 모여서 어떻게 하면 오래오래 살 수 있을지 배운다. 나무 학교가 문을 열고 나무 학생들이 오글오글 모여 위에서 내려오는 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몸을 쭉 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과목은 ‘똑바로 자라기’이다. 아주 천천히 똑바로 자란 모범생들은 아름드리나무로 자라 오래 살지만, 어른 나무의 말을 안 듣고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비뚤게 자란 불량 학생은 모범생 나무에 가려 빛을 받지 못하고 언젠가는 죽고 만다.
늙은 나무와 그루터기는 오래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그동안 겪은 많은 일을 젊은 나무에 들려주고, 그 덕분에 젊은 나무는 봄에 물을 아껴서 저장해 두어야 여름에 가뭄이 들 때 목마름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숲에선 나무 학교가 잘 운영되지 못한다. 사람들이 엄마 나무들을 너무 많이 베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 아기 나무들의 자세가 기우뚱해지고, 빛이 많이 들어와 빠른 속도로 자라면서 건강하지 못한 생활을 할 수밖에 없다.
나무 세 그루가 한 줄로 나란히 서 조잘조잘 이야기를 나누는데, 인간이 중간에 있던 나무를 싹둑 베어 버리면 뿌리가 끊어지고 그럼 가장자리에 있던 나무 두 그루는 가까이 있어도 소식을 전할 수 없고 당분을 주고받을 수도 없게 된다. 그러니까 오래된 나무는 가만히 놔두어야 한다. 그래야 나무가 오래오래 가족과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도시에서도 나무와 동물을 만날 수 있다
큰 나무 한 그루는 스무 명이 숨을 쉬고도 남을 만큼 많은 산소를 만들고, 1년에 500킬로그램보다 많은 검댕 같은 물질을 잎에 모을 수 있다고 한다. 나무가 많은 곳에서 걸으면 몸이 가뿐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학자들이 연구해보니, 몸이 아파 누워 있을 때 나무를 쳐다보면 병이 빨리 낫는다고 한다. 나무가 많으면 숲이 아닌 곳이더라도 여름에 기온이 낮아져 좀 더 시원하다. 그러니까 도시에는 정말로 나무가 많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무는 어떨까? 차도 많고 집도 많은 도시에서 살기가 무척 고달프지 않을까? 딱딱하게 다져진 땅 아래 쫙 깔린 관을 피해 뿌리를 뻗기가 어렵고, 한 그루씩 떨어져 서로 교류하기도 힘들고, 환한 가로등 때문에 편하게 잠들지도 못한다.
깊은 밤에는 가로등을 끄거나 가지치기를 할 때는 조심하는 등 도시에서는 나무가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더 많이 신경을 써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나무를 심어야만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나무가 있으면 재미있는 일이 많다는 사실이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모습을 관찰하고, 직접 만져보며 색다른 체험을 해보고…….
우리는 자연의 일부다. 두 발로 걸으며, 자연의 본 모습을 망가뜨리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방문은 숲에 해가 되지 않는다. 모두가 숲으로 들어가 크고 작은
발견과 기적을 실제로 체험해 보기를 바라며…… _ 페터 볼레벤
숲에 가면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 할 수 있다
숲은 그냥 나무가 모여 사는 장소가 아니다. 훨씬 재미나고 즐거운 일이 벌어지는 곳이다. 『나무의 말이 들리나요?』 책을 읽고 숲에 들어가 나뭇가지를 깨물어 어떤 맛이 나는지 직접 느껴 보고, 숲의 인터넷을 구경해 보고, 나무껍질 수집책도 만들어 보면 어떨까? 우리 모두 ‘나무의 말’이라는 새로운 생명의 언어에 눈을 뜨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