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센구미 혈풍록

사실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기겁을 했습니다.
상당히 두꺼운 분량이어서 지레 겁을 먹었답니다.
그런데 6학년인 둘째아이가 저보다 먼저 읽기 시작했어요.
저는 초등학생이 읽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말렸는데도 끝까지 읽더군요.

이 책은 신센구미 초기 내부 권력다툼을 다룬 <아부라노코지의 결투>에서부터
오키타 소지의 <기쿠이치몬지>에 이르기까지 모두 15편의 단편들을 묶은 소설로 각 장마다
다양한 캐릭터의 무사들이 등장하더군요.
처음엔 수 많은 무사들의 이름과 지명들이 낯설어서 쉽게 읽혀지지 않았는데
계속 읽다보니 겹쳐지는 인물들도 많아서 점차 부담이 줄어들었습니다.

신센구미의 엄격한 규율중에는
사사로운 칼부림에서 상대를 죽이지 못하고 자신만 상처를 입은 경우 미련 없이
할복해야 한다고 되어있다.
그래서 시노하라는 할복하려고 하는데 시중을 드는 오케이는
"세상은 하직하기 전에 술이라도 한잔 하시는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하자
평소 술을 좋아하는 시노하라는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만취 상태로쓰러졌다가 눈을 떴는데
석양의 빛줄기속에서 벗꽃잎이 쉴 새 없이 떨어지는 모습에 감동하면서
마치 극락정토의 풍경처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오케이에게 "내가 아무래도 이 세상에 다시 돌아온 모양이야, 저승엔 언제든 갈 수 있지.
배를 가르겠다는 생각은 당분간 접어두겠어"라고 말한다.
오케이는 일이 뜻대로 되자 조용히 미소를 짓는데 표정을 감추려는 듯 어색한 미소였지만
시노하라의 눈에는 벚꽃처럼 아름다워 보였다.
이 부분이 책을 덮었을 때 가장 많이 생각나는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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