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를 읽고
예전 런던에 갔을 때 노팅힐에 잠시 머물렀었다. 영화 그 노팅힐로 너무 유명한 지역 아닌가. 머무르는 내내 마치 영화 속에 있는 것 같았고, 즐거웠다. 영화 속과 똑같다는 느낌은 못 받았지만 거기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영화에 동참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그 영화를 볼 때면 질리지 않는다. 몇 번을 봐도 혹시 내가 갔던 그 곳이 맞는지 다시 보게 된다. 그런 영화들이 하나 둘씩 생길 때마다 영화의 흥미는 2-3배로 왔고, 그 친숙도 또한 높아졌다. 많은 사람들 또한 어떤 장소가 영화에 나왔었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을 일부러 찾기도 한다. 영화에서 배경의 의미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게 틀림이 없다.
나는 영화 매니아가 아니다. 그냥 친구들 만나서 한 번씩 가는 정도였고, 요즘처럼 일상생활이 바쁜 날이면 극장은 거의 가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 <길에서 영화를 만나다.>을 처음 접했을 때 제목에서부터 호감이 갔다.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다.
그런데 책을 읽어가면서 처음 내가 생각했던 거와는 내용에서 조금 차이가 좀 있었다. 첫 번째 내가 아는 영화들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건 당연한 거였다. 작가는 LA를 배경으로 그곳에서 촬영한 영화를 주제로 썼고, 내가 요즘 보는 영화들은 한국영화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제목조차 낯선 제목들의 영화가 많았다. 내가 참 안 본 영화들이 많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
천천히 책을 읽어가니 책에 소개된 영화 중 내가 아는 영화는 많지 않았지만 영화를 몰라도 전혀 어렵지 않게 하나하나의 영화와 그 배경에 대해 흥미롭게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작가가 직접 찍은 사진들도 같이 실려져 있어서 내용을 이해하는데 한층 도움을 주었다. 낯선 LA의 길에서 친숙함을 느낀 그 심정 이해가 되는 듯했다. 작가는 내가 알지 못하는 영화들에 대해 재미있게 이야기 형식으로 하나의 소제목으로 영화의 내용을 대변하며 영화를 통해 미국이라는 문화에 대해 이야기 해주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꽤 흥미로운 내용의 영화들을 뒤에 있는 영화 색인에 표시를 해 두었다. 꼭 한 번 보고 싶다. 뒤쪽에는 각종 영화제에 대한 내용까지 수록되어 있어 이 책을 다 읽고 난 뒤엔 왠지 영화의 입문에 접어든 느낌이 들었다.
난 요즘 테마여행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령 여유가 생겨서 여행을 할 때 하나의 테마를 정해서 떠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생각하고 있던 여행은 와인 여행이었는데 이 책을 읽고 하나의 테마를 더 추가하게 되었다. 앞으로 틈틈이 영화를 보고 영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바로 그것이다. 작가처럼 사진기를 하나 메고.. 영화를 따라 떠나는 여행이라면 혼자 다니는 여행이라도 그렇게 적적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앞으로 영화 보는 걸 더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속에 나오는 배경도 눈여겨 볼 것 같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왜 그 배경에서 영화를 찍었을까하는 생각까지도 가지게 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영화산업이 계속 발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멋진 영화들이 계속 탄생되고 있다. 그 영화에 대한 아름다운 책이 또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