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누가 더 놀랐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이 내 손에 들어와 내 마음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어떤 동시들을 만날 수 있을까. 그 동시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 아마도 내가 마음속으로 사모하는 도종환 님의 동시이기에 들떠 있었나보다. 어릴 적 소풍가기 전날의 마음처럼 무언가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본 것도 정말 오랜만이었다. 도종환 님의 동시집 [누가 더 놀랐을까]는 나에게 설렘으로 다가왔다.
손꼽아 기다리던 책이 오고 나는 아이보다 먼저 동시를 만났다. 아이와 함께 읽기 전에 나 먼저 읽어 보고 싶은 엄마의 욕심 때문에.
책의 표지나 책안에 있는 삽화가 정말 시와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장본이어서 고급스러운 느낌의 동시집이다. 그런데 간혹 삽화가 빠진 부분이 있었는데, 다른 부분의 화려한 삽화와 대비되는 느낌이어서 갑자기 너무 단조로워지는 느낌이 있었다. 차라리 삽화가 모든 부분에 작게나마 다 담겨있었다면 더 좋았으리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읽으면서 “아~ 맞아/ 그래, 그랬었지~/ 정말.../ 그럴 수도 있겠다” 등 많은 감탄사를 자아냈다.
나는 나름대로 순수한 20대이며 순수한 아줌마라고 여기며 살았다. 그런데 이 동시집을 보면서 나의 동심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되었음을 느끼며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어른’이 되어있었다. 동심을 잃어버린 나에게 동심을 찾아다 준 책. 우리 어른도 한때는 어린이였고, 동심이란 것이 있었다. 그것을 아예 버리면서 어른이 된 것은 아니다. 단지 저 먼 곳에 두고 왔을 뿐. 아니면 바로 곁에 있음에도 보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나에게 잃어버린 동심을 다시 찾아다준 그런 책이다. 그래, 나의 동심도 영원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어.

동시집은 어린이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은 버릴 것! 이 책은 어린이가 읽고 어른이 읽어야겠다. 오로지 나만, 오로지 돈만, 오리지 더 높은 곳만 바라보며 사는 어른이 읽어야겠다. 모두가 다 동심을 찾고 그 마음을 오래 간직하며 살지는 못하겠지. 하지만 잠시나마, 단 1분이라도 어린이의 웃음을 지어볼 수 있다면 잠시나마 행복할 수 있으리라. 어른들도 잠시나마 어린이가 되어볼 수 있으리라.
햇살비치는 사무실에서, 혹은 눈 내리는 날, 비 내리는 날.
삶에 찌든 날, 혹은 기분 좋은 날.
하루를 시작하며, 일터로 가는 버스 안에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잠자리에 들며...
언제라도 읽어도 좋은 책.

책장을 덮으며 아쉬움이 남았다. 그 아쉬움이란 책 자체에 대한 부족함 때문이 아니었다, 메말랐던 나의 가슴을 촉촉이 적셔준 책, 하지만 2% 부족한 시원함이랄까? ‘조금만 더 적셔주었으면 좋으련만...’ 하는 아쉬움이 남았던 것이다. 그래서 다음에 또 다른 동시를 만나기를 기다려봐야겠다.

이 책은 그야말로 동시집이기에 어떤 비판적인 눈이 뜨이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저 그 내용 하나하나를 감상하고 느끼면 되는 동시이기에...
전반적으로 나의 마음에 쏙쏙 와 닿는 부분이 많은 동시였다.
책 제목의 「누가 더 놀랐을까」라는 시는 감탄 그 자체였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렁이도 배추벌레도 내가 놀라면 놀랄 수도 있겠다는 것을. 진짜 순수함이 담긴 표현이다. 누가 더 놀랐을까.. 이 동시는 정말 어른이 먼저 읽어야할 것 같다.
「숨바꼭질」은 어린이의 순수함이 그대로 녹아있는 동시다. 그야말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동시다. 「어른들」은 세파에 찌든 어른들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병아리자매」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 같아 피식 웃음이 났다. 「어미 새 아기 새」는 옹알옹알 말 배우는 아기 모습처럼 새들의 말 배우는 모습을 예쁘게 표현했다. 또부르르 또부르르 짹, 떠블 떠블 찍.
「바람」은 ‘지나가지 않는 바람은 없단다’라는 표현이 가슴에 와 닿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가 담겨있다. 「겨울새」는 새의 추위를 걱정하는 마음이 친구를 걱정하는 듯 표현되어 생명존중의 정신을 본받을 수 있는 부분이다. 「매미」를 읽으며 나도 매미 소리를 소음 취급했던 것을 반성했다. 매미야 미안해.
「여럿이 사는 집」은 아이들 세상에서, 아이들의 순수함에서 받아들이기 좋은 시란 생각이 들었다. 자연과 하나 되어, 사람만이 사는 것이 아니라 동물도 식물도 하나 되어 사는 아름다운 모습을 표현한 좋은 시이다.
「도라지 꽃밭」은 아이들이 이해하기에 조금은 어려운 듯한 시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경운기」는 가슴 아픈 내용을 담고 있다. 아이에게 설명하고 이해시키기 난해한 동시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것도 어른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다.)

시인은 말한다. 닭과 병아리를 키우고 산토끼 다람쥐와 놀다보니 자연스럽게 동시를 쓰게 되었다고. 생강나무 꽃, 진달래, 채송화, 나리꽃과 함께 지내다 보니 동시가 찾아왔다고. 자연 속에서 살기에 동시가 쓰여 졌다는 시인의 겸손함이 엿보인다. 어린이를 위한 동시는 자연에서 무조건적으로 받을 수 있는 선물은 아닐 것이다. 어린이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충족되어야 가능한 일이리라. 시인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나의 아이들에게 그리고 다른 어린이들에게 이런 순수함을 선물해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내가 느낀 것을 나의 아이들이, 그리고 다른 어린이들이, 그리고 어른들이 같이 느낄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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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읽기-
(우리 아이는 아직 7살-만5살-이기에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자기표현을 잘 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표현을 옮겨 적어봅니다.)
여기저기서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많이 읽어줘야겠다고 서점에서 책을 사주고, 도서관에서도 열심히 빌려다 읽어주었다. 엄마는 책만 읽어주었다. 그저 책만 읽어주었다. 아이가 조금 더 많은 것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만 가지고 읽어주었다. 정서적인 부분은 많이 채워주지 못했다. 동시는 그저 유치원에서, 나중에 학교에서 배우는 것이면 족하다고 여겼다. 참으로 어리석은 엄마였다. 엄마는 아이에게 반쪽짜리 책읽기만 시켜왔다. 동시집 [누가 더 놀랐을까]를 읽고 깨달은 것이 많다. 이 동시집에서 시를 하나하나 꺼내 읽는 즐거움을 누렸고, 아이에게 이제는 더 이상 반쪽짜리 책읽기를 시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제는 아이 손에 동시집을 쥐어주고, 아이의 가슴에 부족했던 것들을 많이 채워주어야겠다.

아이와 함께 동시집의 동시들을 만난 후, 전반적인 느낌을 물었을 때 아이는 말했다.
--엄마, 동시가 재미있고 좋아. 그런데 이 동시 쓰느라 힘들었겠어.
(그래, 힘들었을 거야. 그리고 엄마도 재밌게 읽었어. 엄마도 동시가 좋아졌어.)
--엄마 이 책은 동물백과, 식물백과 같아. 내가 모르는 동물이나 꽃에 대해 나오니까.
(그렇구나! 이 책은 아이들에게 동시를 선물하고 새로운 자연을 느끼는 고마운 책이구나!)

「채송화」- 엄마 채송화는 어떻게 생겼어? 부용꽃은 어떻게 생겼어?
(부용꽃은 엄마도 모르니 같이 찾아보자. 그렇게 아이와 인터넷을 통해 꽃을 감상했다.)
- 채송화 예쁘다. 우리도 채송화 심어.
(그래 우리 마당에서 작지만 예쁜 꽃, 고운 꽃 채송화를 심자.)

「소독차」- 정말 옛날에 이렇게 했어?
(우리 아이는 골목을 누비며 소독약을 뿌리는 소독차를 본 적이 있다. 요즘에도 마을에 소독을 한다.)
- 나도 해보고 싶다.
(안 돼! 약도 안 좋고, 차 뒤를 따라다니는 것은 위험해! -앗! 또 어른의 본 모습이 나와 버렸다. 아~ 나의 동심이여~~~)

「누가 더 놀랐을까」- 엄마도 벌레 보면 놀라서 소리치잖아. 이젠 조그맣게 놀래. 벌레들이 놀랄 수도 있잖아.
(엄마도 그럴게, 너도 그러렴. 우리 작은 생물의 마음도 살피는 사람이 되자.)

「병아리 싸움」,「병아리 자매」- 형제 같아, 나랑 병겸이(둘째아들-난 아들 셋 둔 엄마).
(그러면서 키득키득 웃는 아들, 그래,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어.)

「동물농장」- 나도 동물들 데려다 같이 살고 싶어. 그러면 안 돼?
(엄마는 싫은데,,, 엄마는 동물 안 좋아해. 더구나 집에서 기르는 것은.)
- 엄마는 왜 동물을 싫어해?
(어른이니까.)
- 어른이 되면 그래? 그럼 난 어른 안 될래. 아니야. 나는 어른이 되어서 과학자가 될 거 야. 나는 어른이 되어도 동물 좋아할 거야. 난 동물이 좋아.
- 그런데 어른들은 뭘 좋아해?
(어른들은... 글쎄...-난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어른들은 돈, 명예 이런 것을 좋아한다고 아이에게 말할 수 없었다.)

「나비」- 꽃을 많이 심으면 나비가 올 텐데...
(조금은 시의 내용에서 벗어나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의 말이 맞다. 요즘은 꽃이 없다. 꽃향기도 없다. 나비도 보기 힘들다.)

「닭대가리」- 깔깔깔. 제목만 만나고도 웃는 아이.
(조금은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지 않은 표현이지만 시의 뜻이 있기에 나도 웃는다.)

「진달래」- 아름다워.
(그런 표현도 할 줄 아는구나! 많이 자랐구나!)

「반딧불이」- 반딧불이 보고 싶다!
(그래 요즘 세상에 반딧불이 보기 힘들지. 엄마도 어렸을 때 보고 못 봤는걸. 우리 내년에는 무주에서 하는 반딧불이 축제에 가보자. 어릴 적 느꼈던 신비로움을 같이 느껴보자.)

「자장가」- 엄마 우리 무겸이(막내아들)에게 이렇게 자장가 불러줘. 잘 자겠다.

「경운기」- 엄마, 경운기가 뭐야?
(시골에 자주 지나다니는데 엄마가 한 번도 알려준 적이 없었구나. 다음에 또 지나가면 알려줄게.)
- 외팔이 아저씨 불쌍해.
(외팔이가 뭔지 알아?)
- 응 .. 팔이 하나밖에 없는 거.
(너도 알고 있었구나. 아픔을 너도 아는구나!)


아이는 책에 대한 느낌을 섬세하게 잘 표현하지는 못한다. 아직 어리기에 그러리라. 대신 아이는 행동으로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서부터 잠들기 전까지 많은 시간을 책과 함께 하는 아이. 좋아하는 책은 하루에 3번도 읽을 정도로 좋아하는 책에 대한 편애가 심한 편이다. 싫어하는 책은 한번 읽으면 다시는 안 보는 아이다. (조금은 고집이 센 편이다.) 그런 아이가 요즘 이 동시집을 보고 있다. 하루 한 두 번은 이 책을 가져다 읽고, 혹은 엄마에게 읽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동생들에게도 같이 읽어주라고 말한다. 3살(24개월)짜리 우리 둘째아들도 이 책을 들고 와 읽어달라고 할 때가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7살 아이와 동시를 같이 읽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 아이는 그저 있는 그대로 동시를 받아들이는 듯 했다. 나는 어른이기에 옛 추억을 더듬으며, 혹은 새로운 것을 배우듯 느끼는데 아이는 아니었다. 아이에게는 동시의 표현이 아이의 세상이었다. 자라면서 동시를 계속 읽고 사랑하길... 지금 아이의 세상이, 아이의 순수함이 오래도록 간직되길 빌어본다.
아이와 함께 동시를 읽는 시간은 아이를 통해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아이와 함께 해야 할 일이 또 생겼다. 아이와 함께 동시읽기.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같이 동시도 써봐야겠다. 아이를 통해 세상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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