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서라벌 사람들

우연히 광대가 가지고 노는 큰 박을 얻었는데
그 모양이 이상하였다. 그 모양을 따라 도구를
만들고 .... 노래를 지어 세상에 퍼뜨렸다.
-p210, 삼국유사, 원효 불기 중에서 -



5가지의 신기하고 즐거운 신라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은, 역사의 향기를 가득 품은 사랑방에서 오래 묵힌 약초 냄새 나는 차를 준비하면서, 허브 향 나는 꽃잎을 함께 띄운 듯 묘한 분위기의 향취를 풍기는 독특한 소설이다.



본래의 이야기에 구성과 설정이 전혀 색다른 이야기의 맛은, 옛 흔적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오래전부터 친숙하게 느껴지며 남아 있던 유물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마술의 숨을 불어넣었다. 화려한 재생을 꿈꾸는 듯 신비로운 춤사위로 유혹하는 글이다. 저자의 상상력과 글 솜씨로 신라인의 사랑과 역사를 감각적 문체로 풀어서 이야기한다.



저자 심윤경은 과감한 생략과 압축하는 기법으로 놀라운 상상력의 폭을 넓히는 장점을 발휘하고 있다. 신화적 상상력이 멋지게 활개치는 정열적인 서라벌의 밤과 낮이 발칙하다고 느낄 만큼 거침없는 모습으로 살아 숨 쉬는 행동파 스타를 탄생시켰다.



7척이 넘는 거구의 연제태후나 선덕 여왕, 김유신 장군이 변신을 한다. 5000년 전에 이뤄진 전설과 기록을 확대시켜 낸 슈퍼 스타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바람 들어간 풍선처럼 터질 듯이 숨죽이게 되는 사랑의 줄타기나 신명나게 꾸며진 환상의 세계에서 연애와 환락을 즐기는 모습이라니 얼마나 놀라운가? 상상만 하던 구속 없는 세상이, 오늘날의 자유분방한 연애시대를 위한 시초인 것처럼 펼쳐진다.



신라인의 땀내 짙은 토우에서 삶의 역사를 유추하고, 일연의 삼국유사에서 신화적 상상력을 발췌한 독특함이 김춘추의 고뇌와 종교전파를 위해 순교의 피를 흘린 이차돈의 흔적이 담긴 역사기록의 행간을 채워내는 섬세한 작업을 통하여 시공의 세계를 이어내는 상상의 붓끝에 신기가 붙은 듯 오묘한 긴장감을 갖춘 매력적인 작품으로 다듬어 선보였다.



실천문학 문예지에 연재하던 당시에도 인기를 누렸지만 한 권의 책으로 엮어져 역사를 재창조한다. 옛 신라인의 우아하고 사랑스러운 품위있는 향취를 살려내는 일이 쉽지는 않을 텐데, 변신으로 묘사된 새로운 신라인으로 역동적이고 정열적인 인물로 바뀐 놀라운 모습으로 담아냈다.



이런 상황은 마치 굿판에서 귀신을 불러 한바탕 놀이마당을 차리듯, 곳곳의 장면에서 생동감 있게 표현되었다. 그중에는 천관사 창건을 위한 대중 법회에서 원효대사가 법회의 자리를 한 단계 띄우는 요란한 춤사위로 화랑과 낭주들의 무리가 화답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수십 개의 박을 한 꺼번에 두드리고, 날아 오를 듯이 발차기를 하며 화랑과 낭주들의 사이에서 법단을 휘젓던 원효대사가 드디어 바가지를 머리에 뒤집어썼다.'
- p265 -



'동경 달 밝은 밤에 노닐었다'라는 처용가에 엿보인 신라인의 삶을 들여다 보는 재미를 살린 맛깔스런 소설이다. 신라인의 삶이 어둡지 않은 밝은 느낌으로 설득력 있는 문학 작품으로 그려낸 점이 특징이다. 역사 공부에 지친 몸이라면, 역사의 흥미를 불러 일으키는 이런 작품의 향취도 느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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