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임길택, 하느님의 발자국

책제목
- 탄광마을 아이들 / 1990 초판 1쇄 펴냄 / 2007년 3판 8쇄 펴냄
- 똥 누고 가는 새 / 1998 1판 1쇄 펴냄 / 2007 2판 2쇄 펴냄

저자 : 임길택
1952년 3월 1일 전라남도 무안에서 태어나, 목포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1974년 목포 교육대학을 졸업한 뒤, 1976년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도전초등학교 분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 뒤 14년 동안 강원도 탄광 마을과 산골 마을 학교에서, 1990년부터는 경상남도 거창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이 시절 아이들의 글을 모아 학급 문집 『나도 광부가 되겠지』, 『물또래』 등을 펴내기도 했습니다. 1997년 4월에 폐암 선고를 받고 요양하다가, 12월 11일 마흔 여섯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임길택 선생님은 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하면서 소박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꾸밈없는 진솔한 글로 담아냈습니다. 작품집으로는 시집 『탄광 마을 아이들』, 『할아버지 요강』, 『똥 누고 가는 새』, 『산골 아이』, 『나 혼자 자라겠어요』, 동화집 『느릅골 아이들』, 『산골 마을 아이들』, 『수경이』, 장편 동화 『탄광 마을에 뜨는 달』, 산문집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등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임길택 선생님이 가르친 탄광 마을, 산골 마을 어린이들의 시를 모은 『아버지 월급 콩알만 하네』, 『꼴찌도 상이 많아야 한다』등 다수가 있습니다.

분야 : 문학, 시

이오덕 선생님께서 '우리들의 아름다운 꿈'이라고 표현한 임길택 시인의 시들. 시인의 많은 시집 중에서도 [똥 누고 가는 새]와 [탄광마을 아이들]을 접할 기회를 갖게 된 것은 행운이다.

이 두 시집에는 시인의 눈으로 본 사북 탄광마을 사람들의 삶이 펼쳐져 있다. 탄광마을 아이들의 삶은 너무 가난하다. 아버지들은 고된 노동을 강요당하고, 더 끔찍한 것은 아무 예고도 없이 시한폭탄처럼 겪어야하는 끔찍한 탄광마을의 재난들이다. 탄광마을 아이들의 삶이란 눈물과 이별과 기다림이다. 그 속에서 삶의 희망을 찾으려는 아이들의 순박한 삶과 아이들의 마음을 쓰다듬고 보듬고 하는 시인의 마음이 시를 읽는 이들의 영혼을 떨게 한다. 부끄러움으로.

시집 [탄광마을 아이들]에는 시인의 시비에 새겨진 시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이 수록되어 있다.

빗물에 파인 자국 따라
까만 물 흐르는 길을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골목길 돌고 돌아 사놔 맞닿는 곳
앉은뱅이 두 칸 방 우리 집까지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한밤중,
라면 두 개 싸들고
막장까지 가야 하는 아버지 길에
하느님은 정말로 함께 하실가요
('아버지 걸으시는 길을' 전문)

탄광마을 아버지의 고된 노동 길에 정말로 하느님이 함께하실까? 하는 의문의 간절함에 가슴이 뭉클해진다. 시인의 시를 접하면서 내 삶의 안일함과 노곤함이 부끄럽고 부끄럽다.

동시의 형식을 띄고 있으나 다른 동시 작가들의 비중과는 차원이 다른 동시이다. 어른이 쓴 동심의 동시 형식이 아니라 동시 형식의 어른 동시인 것이다. 자연의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천편일률적인 동시, 소재나 주제가 자연적이고 어린이다운 시선을 어른 동시 작가가 썻다는 동시가 아니다.

시인의 동시는 어른 동시이다. 가슴 아리고, 영혼을 울리는 처절하고, 통곡하는 동시이다.
시인에게 자연은 경계도 없고, 울타리도 없다. 내 집 앞 마당에 예고도 없이 자연스럽게 '똥 누고 가는 새' 처럼 말이다. 이 얼마나 유쾌한 발견이고, 통쾌한 깨달음이란 말인가. 새 동을 통해 깨달은 자연의 무제한을 시인은 얼마나 누릴 수 있었을까?

까만 물이 흐르는 길을 따라 학교를 오가는 아이들의 가난과 부모들의 피곤과 절망, 예기치 않은 내몰림과 죽음 속에서도 시인은 순박함과 정직함, 따듯함을 격려하고 격려한다. 이런 시인의 시선은 임길택이라는 시인만이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시선이기에 이 시집들은 더욱 값지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나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측은지심이 있다면 임길택 시인의 시집은 필독서이다. 비단 이 두 시집이 아니라도 사북탄광마을에서 선생님을 하며 시를 쓴 시인의 글은 반드시 읽어 보아야할 것이다.

임길택 시인의 시 또는 글을 통해서 우리들의 삶은 어쩌면 또 다른 전환기를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탄광마을 어린이들, 사람들의 고됨과 가난은 시인은 절제되고 순화된 표현 '하느님도 걸어오실까'로 표현되었지만 이 표현이 얼마나 힘든 절규(?)인지를 깨닿는다면 ... 우리들의 삶은 조금 더 가치있고, 공생 - 함께 나누는 삶으로 변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임길택 시인의 시는 하느님의 발자국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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