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밀레니엄 1.2
흥미를 유발하는 자극적인 책 광고를 곧이곧대로 믿는 편은 아니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 책을 읽은 프랑스 독자의 소감 - “일요일 저녁에는 <밀레니엄>을 읽지 마라! 뜬 눈으로 월요일 아침을 맞고 싶지 않다면.” – 을 처음 봤을 때 그랬다.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밤을 새며 읽겠냐 싶어서 토요일 저녁에 읽기 시작했다. <밀레니엄>에 딱 걸려든 것이다.
스웨덴의 추리소설은 처음 읽는다. 작가의 이력을 살펴보니 장르문학 마니아, 스웨덴 사회당의 열혈 활동가, 독립 언론사 기자였고, 40대 후반에 <밀레니엄> 집필을 시작했다. 원래는 총 10부작으로 기획했는데, 3부 원고를 출판사에 넘긴지 12일 후 심장마비로 급사했다고 한다. 무슨 음모가 있는 것은 아닐까? (어설픈 추리소설 마니아의 추측) 32년을 함께 산 부인은 법적 혼인관계가 아니라서 엄청난 인세 유산을 전혀 못 받았다고 한다. 안타깝다. 작가 자신뿐 아니라 부인에게 이 책의 성공은 물 건너 일이 된 것이다. 마치 추리 소설의 결말 중 가장 허무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일반적으로 데뷔작은 작가의 삶과 연관이 많은 것 같다. 책 제목인 <밀레니엄>은 시사경제 월간지 이름이다. 남자 주인공 미카엘 블롬크비스트는 월간 <밀레니엄>의 경제전문 기자이자 편집주간이다. 43세의 나이에도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로 묘사된다. 주인공의 당연한 특권이므로 불만은 없다. 여자 주인공은 리스베트 살란데르로 24세이며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반사회적인 면이 있지만 도전적이고 화끈한 성격이 맘에 든다. 어려운 순간에도 누군가 의지하기 보다는 스스로 해결한다는 점이 훌륭하다. 물론 방법적인 면은 고려해봐야겠지만. 사실 그녀의 해결방법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서 정당방위로 보고 싶다.
겉보기에는 미카엘이 사건 해결을 주도하는 듯 보이지만 리스베트의 활약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임무였다. 1부 제목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나쁜 놈”에 관한 이야기다. 나쁜 놈에게 희생된 가엾은 여자들을 위해서 용감하게 나선 우리의 여 전사는 바로 리스베트다. 조금은 삐딱해 보이고 문제아로 여겨지던 그녀가 오히려 정상인처럼 위선을 떠는 이들의 추악한 내면을 고발한다. 미리 결말을 말할 수는 없지만 통쾌하다.
이야기의 줄거리가 워낙 방대하다 보니 첫 장부터 스웨덴 지도가 펼쳐진다. 주인공이 해결해야 할 사건의 장소가 작은 점으로 표시 되어있다. 바로 헤데뷔엔 섬이다. 스웨덴 대기업 ‘반예르’ 집안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바닷가를 향해 차례로 가족들의 집이 있다. 친절하게도 반예르 집안의 가계도와 헤데뷔 마을 지도, 등장인물에 대한 소개가 적힌 빨간 종이 한 장이 책갈피로 꽂혀 있다. 초반에 읽다 보면 잠시 헷갈리는 인물들을 확인하기에 유용하다. 또 거의 그럴 일은 없지만 읽던 부분을 표시하기 위한 책갈피로 쓸 수도 있다.
사건을 의뢰한 사람은 ‘반예르’ 그룹의 전직 회장 헨리크다. 자신이 무척 총애했던 손녀 하리에트가 38년 전 실종된 사건의 비밀을 밝히려고 한다. 한 두 달 전 사건도 아니고 38년이 지난 일에 매달리는 헨리크 회장의 집념으로, 세상에 묻혔을 끔찍한 진실들이 서서히 드러난다. 대기업 ‘반예르’ 그룹의 전직 회장과 ‘반예르’ 집안 사람들, 그리고 경제전문 기자 미카엘이 파헤치던 악덕 기업인 베네르스트룀(이름처럼 비호감이다), 그 밖에도 혐오스런 인간들이 몇몇 등장한다. 이런 인간들이 어디 스웨덴에만 있겠는가?
그들이 유독 더 혐오스러운 이유는 사회에서 가장 약한 여성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다.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유린하는 행위는 인간임을 포기한 것이다. 문제는 추악한 범죄자들이 겉보기엔 멀쩡한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것이다. 그들이 본색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흥미로운 책이라고 하면 ‘재미’를 떠올리겠지만 이 책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밤을 샐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어느 순간 나 역시 범인을 잡고 싶다는 욕망 때문일 것이다. 범인은 한 명이 아니다. 세상에 나쁜 놈이 어디 한 명뿐이겠는가?
나쁜 놈들을 화끈하게 처치해 주는 <밀레니엄>만의 통쾌함을 경험해보시라.
푹푹 찌는 더위가 한 순간 잊혀질 정도다.
나 역시 읽고 나니 광고 문구의 한 구절을 읊게 되는 것 같다. 그만큼 멋진 작품이다.
다시 한 번 주의 사항을 말하자면, 이 책은 일단 읽기 시작하면 마지막까지 놓을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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