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예리한 정탐꾼 혼마 규스케

조선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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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마 규스케 지음
최혜주 역주
김영사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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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잡기]는 25세의 일본청년 혼마 규스케가 조선을 정탐하고 쓴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글의 길이는 메모 정도의 수준이나 그의 시각은 정탐꾼처럼 예리하다. 폭염에도 불구하고 온 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예리하고 날카롭다.

출판사측은 154편의 글을 서로 관련성이 있는 글들끼리 구성하여 8개의 장으로 나누어 출간하였다. 그리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주를 달고, 사진자료, 참고문헌, 해제를 넣는 친절을 더해 편집의 여백을 살렸다. 출판사측의 이 친절은 제 역할을 톡톡히 담당하고 있다.

근현대에 이르러 미국의 문화, 정치, 경제적 식민지를 자처하는 대한민국의 현재를 비통해하던 386의 일원으로 [조선잡기]의 저자 시각이 얄밉도록 가슴 아프고 가슴 아프다. 25세 이국 청년이 4천 년 역사를 독립한 적이 드문 나라로 들여다 본 우리나라 유구한 역사가 현대에 이르러까지 지속되다니 말이다.

자신의 이해와 무관하기에 더 날카롭고 유용하게 관찰하고 정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대부분의 시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부끄럽고, 속상하다. 정직한 민족이라기보다는 단순한 민족이라고 표현한 것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단순이라는 표현은 의미인 즉슨 무식한 민족, 아무 생각도 없는 민족이라는 뜻이다.

놀랍도록 예리하고 날카로운 저자의 시각. 우리나라의 미래, 우리 자녀가 리더가 되어 이끌어 갈 우리나라에 대해 관심이 1%라도 있다면, 아니 공적 생활을 하는 성인이라면 누구든 이 책을 읽어 보아야할 것이다. 우리민족의 생활사, 문화 ... 정신사를 정리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계기로 각자의 생활의 기준이 되어 줄 가치관을 재정립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1부, 지금은 기백이 완전히 죽었다(언어와 역사, 그리고 조선인의 기질)

25세 일본 청년 혼마 규스케. 그의 시각을 통해서 우리역사를 돌아보니 가장 가슴 아픈 것은 우리나라 오천년 역사가 ‘독립한 적이 드물다’는 점이다. 그의 말을 빌어보면 “시험 삼아 조선사를 꺼내 열람하는데, 상고부터 금일에 이르기까지, 다른 나라의 속박에 관계되지 않은 시대가 거의 드물다. 즉 조선은 진정으로 독립한 적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아아 조선 사람으로서 널리 만국의 사정에 통하여 기왕 4천 년늬 불결한 자취에 눈물을 뿌리고 스스로 신 독립국으로 크게 도모하려는 자가, 과연 기백 년의 뒤에 일어날 수 있을까? ... 한인은 역사적으로 독립정신을 문질러 지워버리고 있다.”
2부, 동학당의 괴수와 만나다(궁궐, 정치와 관료들의 사정)

청주의 최모라는 사람이 저자를 찾아와 일본으로 돌아 갈 때 자신을 데리고 가 달라고 청하자 저자는 최모가 나라를 걱정하여 국운을 회복하기 위한 인재인가를 알아보려 제법 진지한 대화를 하며 초모의 속내를 알아본다. 최모의 집안 은 주상이 영의정을 3대나지낸 명문가이다. 앙 그러나 저자가 파악한 최모라는 인물은 조상에게 부끄럽지 않은 집안의 운수를 회복하려는 소인배였다는 것이다. 가정을 지키는 것이 나라를 지키는 걸음의 시작이 될 것이지만 나라가 식민지배 하에 있는 데 자신의 가정을 지키려 고개를 조아린 최모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에 부끄럽다.

3부, 의식주와 기이한 풍속(풍속과 생활상, 그리고 습속)

글 곳곳에서 조선 의관의 아름다움을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의 시각으로는 가옥을 짐승 우리로 표현하고 있다. 아마도 민간 초가에 관한 표현이겠으나 ... 방 안에 요강을 두는 것이 저자에게 불결한 위생 관리 ... 등등이 가옥을 짐승 우리로 표현하게 하지 않았을까 싶다. 구체적인 묘사도 없이 그저 짐승 우리로 묘사하고 있을 뿐이다.

4부, 시장과 거리, 양반과 평민(경제와 사회상)

‘만인설’이라는 복권이 당시에 존재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이 복권 사업은 관의 허락을 얻어서 시행되었다고 한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다. 오일장을 몰라 장이 서지 않아 물건을 구입하지 못했다는 저자의 낭패감.

5부, 무예는 궁술만 남았다(문화와 예술)

저자가 우리민족을 하수로 인식하고 무식한 인민으로 묘사하는 것은 대개 이런 식이다. “조선의 무예가 남은 것은 궁술뿐인데 활쏘기란 패배와 승리를 결정하는 도박이라 조선 사람의 기호에 맞는다.”. “조선이 숭배하는 유교도 이름뿐이다. [논어], [맹자]를 가르치지만 학문의 깊이가 얕아서 겨우 주자집주를 마음에 새기고, 퇴계, 율곡 두 사람을 숭상하여 고금인이 서로 미치지 못하는 것을 탄식하나 유교를 숭상한다고 하면서 실상은 허례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것이 저자의 관찰이다.

6부, 청국의 야심과 일본의 열세(외국인과 국제관계)

글 곳곳에서 조선 관리는 도둑놈으로 묘사하고 있다. 폭정과 지나친 조세 수금이 지나칠 정도로 자세히, 공공연히 묘사하고 있다. 게다가 조선인을 싸잡아 우물 안의 개구리로 폄하하는 것은 물론이다. 게다가 더 가관인 것은 이런 묘사 뒤에 “아아 가련하다, 조선 인민”이라고 첨언 해 둔 것이 더 가슴을 치게 한다.

7부, 목욕탕인가 초열지옥인가(조선정탐의 고락과 일담)

장승을 십리표, 온천을 초열지옥으로 표현한 저자의 묘사가 재미있다. 저자는 조선의 명물을 “불결”이라고 단정하고 있다. 변소의 불결한, 썩은 음식으로 요리를 하고, 손으로 간을 하고, 젓가락은 절대로 씻지도 않고 내내 사용하고, 콧물 닦은 손으로 김치 항아리를 휘휘 젓고, 실내의 불결은 차마 필설로 이루 말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8부, 잡조雜俎 : 기타 자잘한 정탐 내용들

[조선잡기]에 묘사된 조선 또는 조선인은 무식, 불결, 나태, 부패 등이다. 그런데 이 시각이 편향적이거나 왜곡된 시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해서 부끄러움과 비통함. 이런 심정으로 사회적 가치관을 되 살펴보게 해 주는 [조선잡기]를 필독서로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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