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마지막 강의 - 랜디 포시

7월 25일(현지시각) 아침에 돌아가셨습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직 죽음이 내 곁에서 멀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남은 생에 자신이 없어서인지, 아직 험한 꼴을 제대로 못봐서인지 그도 아니면 저만 아는 놈이라 책임감이 없어서인지 가끔 죽음을 생각해 봅니다. 예전에는 죽고싶다고 생각해 본 적도 있는데 내 죽음을 구체적으로 상상하다 너무 끔찍해서 이제는 '이렇게 죽고싶다'는 생각에서 멈춥니다. 어쩌면 나이를 먹다보니 좀더 현실적으로 죽음을 바라보게 되어서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만.(진짜 죽을 것 같아서 무서워진 겁니다.ㅜ.ㅜ)

'유서쓰기'라는 프로그램이 있죠.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고 앞으로의 삶을 가치있게 하기위한 프로그램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기억의 뒤편으로 밀쳐버리고 꺼내 들기가 괴로워서, 미처 못했던 말을 한다든지, 내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순위를 매겨서 지금 당장 실행한다든지... 하루하루를 가치있게 보내야함을 성찰하게 하는 일종의 '의식'인데요. 한 번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남겨진 아내 생각에 눈물이 글썽하더군요. 아마 많은 분들이 해 보셨거나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정작 생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나서 '유서쓰기'에서 제시하는 실천적인 삶을 살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인데요. 그래서 충실히 남은 생을 사는 분들을 보면 더욱 안타깝습니다.

저자 랜디 포시는 종신 재직 교수입니다. 일단 한국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아내가 있고 슬하에 2남1녀의 금쪽같은 자식이 있고 적어도 지금은 좋은 집에 살고 컨버터블을 몰고 다닙니다. 학벌, 직업, 재산, 가정 모두 완벽해 보입니다. 건강도 좋습니다. 호리호리한 외모에 유머감각이 넘치고 인간성도 좋아보입니다. 직장에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에게 췌장암이라는 전이가 잘되는 놈이 들어왔습니다.

책 서문에서 밝혔듯이 '마지막 강의'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한 강의입니다. 아빠 없이 자라서 이런 것도 못해보겠구나 하는 극진한 사랑의 결실입니다. 아빠는 이렇게 살았다는 생동감있는 모습을 보여주기에 참 그럴듯한 아이디어입니다. 글자그대로 치명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자신감이 넘치는 아빠의 자랑스런 모습은 아이들의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꿈의 실현과정을 통해 삶의 자세를 전달하는 형식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교육적 내용이 많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는데요. 이것이 마지막에 그가 물은 Head Fake였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 매일 술약속이 있어서 일주일 만에야 다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경건한 마음으로 읽어야 될 듯해서 저자에게 왠지 미안했습니다. 선입견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 내용이 인생의 지침이다보니 무덤덤할 때가 있었는데요. 그럴때 인터넷을 검색하다 마지막 강의 동영상을 보고는 책에 몰입하게 되었고 계속 랜디 포시를 생각했습니다. 어떤 정보가 주는 효과가 이렇게 크구나 하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그런데 또 이건 오래 걸려 읽은 덕이니 뭐가 좋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http://blog.naver.com/sallimbooks?Redirect=Log&logNo=110032679287
http://kr.youtube.com/watch?v=ji5_MqicxSo
http://www.thelastlecture.com/

다시 죽음을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을 쓰다 요즘 근황이 어떤가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25일 아침에 돌아가셨군요. 좀 충격이었습니다. 저자의 희망처럼 '말기암을 때려 눕히는 백만 명 중의 하나'가 되기를 바랐는데... 저자는 이런 죽음을 맞게 해 준 것에, 삶을 정리할 시간을 갖게 된 것에 감사했습니다. 죽음의 두려움도 자식에 대한 사랑을 꺾지 못한 것 같습니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예전 도스토예프스키가 『백치』에서 사형수의 고통을 얘기한 게 얼핏 생각이 났습니다. 실낱같은 희망마저 빼앗아버리는 사형선고는 영혼을 황폐하게 한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백만분의 일이라는 희망을 마음속에 품고 남은 생을 '꽤 오래 살아있을 사람처럼 행동'한 포시 교수에게 깊은 애도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저자의 조언대로 남은 인생 성실히 살겠습니다.

http://blog.aladdin.co.kr/744200194/2212340
http://book.interpark.com/blog/dante21c/245760
http://kr.blog.yahoo.com/dante21c/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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