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과 현감
예나 지금이나 방귀깨나 뀌는 이들치고 도적놈 아닌 이가
없다. 후림대수작남을 꾀어 후리느라고 늘어놓는 말이나 짓거리으로 홀태질을
일삼으니 가히 대도大盜도 아니고 간도奸盜가 아닌가. 시방 이를
일러 무삼하리! 권력 앞에 모 꺽어 서서 알랑방귀 뀌는 이방과 같은
이들이 많다. 수신도 못하고 제가도 못한 이들이 어찌 나라를 위한다고
꺽지지 못한 틀거지로 저잣거리를 오활하게 활보하는가! 짓내는 품새가
가히 偃鼠언서:두더지이고, 곳간의 낟알만 축내는 鼠生서생들 아닌가!
옛날 어느 고을 현감이 임기가 달음박질치듯 언듯 찼는데, 이에 갈려갈 참이라.
그래 동헌 아래 장(늘) 모 꺽어 서서 알랑방귀를 뀌던 이방이라는 작자가 떠나가는
현감을 기리기 위해 빛 좋은 빗돌 하나, 송덕비를 만들었다. 아, 글쎄 현감이
고을 사람들의 인사치레를 받으며 송덕비 가림막을 벗겨내니 이런 글귀가
떡하니 파임 글자로 새겨졌더라. 今日送此盜 오늘 이 도적놈을 보내노라.
이거 분명 어느 먹물이 일필휘지한 것이니 바로 시방 현감을 씹어대는 글귀가
아니던가!
이에 현감이 가슴이 뜨끔한지라. 이를 거니챈 이방이 부시 쳐 올리는 장죽을 몇
모금 뻐끔뻐끔 입가로 흘리더니 이에 질세라 서너 구절을 외로 치다가 바로 가는
필법으로 적어 내려가니, 이게 바로 지금 떠나가는 현감 놈의 흠구덕남의 흠을 헐뜯어 험상궂게 말함과 앞으로 홀태질 할 현감 놈을 싸잡아 옭아 짓찧는 고양이소욕심꾸러기가 짐짓 청렴한 체하거나 흉악한 사람이 겉으로 착한 체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를 읊어대는데, 왈,
明日來他盜
내일은 다른 도적놈이 올 것이다.
此盜來不盡
이 도적놈은 끝없이 올 것인즉
擧世皆爲盜
세상이 죄다 도적놈뿐이네.
단기 4344년 2월 28일
불이당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