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유도원도]-박팽년 跋-불이당 譯


                                     몽유도원도, 1447년 4월 23일, 안견

 


       - 불이당 譯하다. -


事有垂百代而不朽者。苟非奇怪之跡足以動人耳目。妄能及遠傳後如是也。世傳桃源故事。播諸詩歌者。甚多。僕生也晚。未得親接耳目。惟以此導其湮鬱之志。久矣。어떠한 일(사건)들은 백대를 지나도 바래지지 않는다. 기괴하고 별스런 자취는 사람들의 귀와 에 비쳐져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망녕된 일들이 멀리 후세에 전해져 이와 같이 될 수 있다. 세상에는 도원에 관한 옛 일이 전해지고 있는데 여러 시나 노래에 많이 퍼져있다. 좀 늦었지만 눈이나 귀로 직접 접해보질 않았다. 오랫동안 가슴에 쌓인 울적한 마음을 이로써 풀어보고자 한다.




一日。匪懈堂以所作夢遊桃源記示僕。事跡瓌偉。文章幼眇。其川原窈窕之狀。桃花遠近之態。與古之詩歌無異。而僕亦在從遊之列。僕讀其記。不覺失聲。歛衽而歎之曰。有是哉。事之奇也。


하루는 비해당(안평대군, 이용)이 도원에서 노니는 꿈을 적은 길(記)를 지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진귀한 고결한 흔적이 보였다. 문장은 그윽하고도 정묘하였다. 도원에 흐르는 물의 근원은 깊숙하고 고요한 모습이었다. 도화의 멀고 가까운 모습이 드러나 있었다. 옛 시나 노래는 별반 다름이 없으며 나 또한 도원에서 노니는 이들의 행렬을 따라 노닐었다. 나는 기를 읽어보고 탄성을 질렀다. 옷섶을 여미고 탄복을 하며 말했다. “바로 이게 아닌가! 기묘하구나!”




東晉去今日。數千載矣。武陵距我國。萬餘里矣。在萬餘里海外之國。得見數千載之上迷路之地。乃與夫當時物色相接。不乃爲奇怪之尤者乎。


동진이라는 나라는 천 년 전에 있었던 나라가 아닌가! 무릉과 우리 조선은 만 여리나 떨어져 있지 않은가! 만 여리나 멀리 떨어진 바다 밖의 나라를 천 년이 넘은 미지의 땅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당시에는 문물이 서로 비슷했더라도 기괴하고 별스러움이 동떨어진 게 아니었는가 말이다. 


   


古人有言曰。神遇爲夢。形接爲事。晝想夜夢。神形所遇。蓋形雖外與物接。而內無神明以主之。則亦何有形之接也。是知吾神不倚形而立。不待物而存。感而遂通。


옛 사람들은 말하기를 “신을 만나는 꿈을 꾸게 되면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낮에 밤에 꾼 꿈을 생각하면 신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아마도 미지의 형상이 비록 밖에서 실물과 서로 맞댈지라도 마음에서 이는 신명은 이를 주체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미지의 형상이 실물과 맞대어 만날 수 있는가? 정신이 형상에 기대지 않고 바로 서며, 바깥에 눈으로 보이는 사물을 기다리지 않고도 존재하며 마음으로 느껴 곧 서로 통한다는 것을 나는 안다.      


 


不疾而速。有非言語文字之所及。庸可以覺之所爲爲眞是。而夢之所爲爲眞非也哉。


말과 문자로는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다. 할 수 있는 것을 깨닫는 것이 참된 것이고 꿈에서 꾼대로 된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  아닌가!




而況人之在世。亦一夢中也。亦何以古人所遇爲覺。而今之所遇爲夢。古人獨擅其奇怪之名。而今人反不及之也哉。夢覺之辨。古人所難也。僕安敢致論於其間也。今讀其記想其事。以慰僕平昔遠遊之懷。是爲幸耳。匪懈堂圖形記事。將求詠於詞林。以僕在從遊之列。命敍之。僕不敢以文拙辭。姑書此云。


하물며 사람 사는 세상에서 있을 법한가. 한낱 꿈에서나 있을 법한 것이다. 어째서 옛 사람들은 꿈에서 신을 만나 깨닫게 되는 것인가. 지금은 꿈에서 신을 만나고 있다. 옛 사람들은 오로지 기괴하고 별스런 이름을 붙이기를 제멋대로 하였으나 지금의 사람들은 도리어 이에 미치지 못하니! 꿈과 현실에서 깨닫는 것은 분별함에는 옛 사람들은 어려웠다. 내가 어찌 감히 꿈과 현실에 끼어들어 논의를 하리. 이제 안평대군이 쓴 기를 읽고 그 일을 상상하건데 옛적에 멀리 도원경에서 노닐던 회포를 이야기로 풀어 나를 위로케 함이라. 다행이다. 비해당이 형상을 그려 도원경의 일을 적었으니 문장으로 읊어보라 한 것이다. 이네 나는 도원경에 노니는 행렬을 따라 서술을 한다. 나는 문장이 졸렬하여 사양하고 임시로 이와 같이 적는다.


 


                                                  박팽년의 『박선생유고朴先生遺稿』중에서


 


단기 4344년 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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